[재계3세 라이벌] ①조원태 vs 박세창, ‘절반의 성공’ 속 경영능력 입증은 '아직'

조원태, 취임 첫해 영업익 1조 밑돌듯...박세창, 재무건전성 악화에 금호타이어 인수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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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이홍렬 대기자] 재계에는 다양한 오너 라이벌들이 있다. 재계 1, 2위 라이벌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후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모비스 부회장을 필두로 수많은 재벌가 자녀들이 다양한 형태로 경쟁하며 그룹 내·외적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같은 업종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오너 3세들이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국내 항공사 양대산맥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3세 경영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이 꼽힌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재벌가 3세라는 공통점 외에도 나이, 학력, 경업수업 시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닮은꼴이다.

조원태 사장과 박세창 사장은 1975년생으로 올해 만 43세 동갑내기다. 비슷한 시기에 학석사를 마쳤고, 비슷한 시기에 그룹 계열사에 들어가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조기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는 것도 같다.

먼저 조원태 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인하대학교 경영학 학사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2003년 그룹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에 차장으로 입사한 뒤 2004년 대한항공으로 옮겨 자재, 경영기획, 화물, 여객 등 항공 전반에 대한 실무를 쌓았다.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2014년 한진칼 대표이사, 2016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한국공항 대표이사, 진에어 대표이사를 거쳐 2017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박세창 사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장남으로 연세대학교 생물학 학사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친 후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했다. 2005년 금호타이어로 옮겨 경영기획팀, 한국영업본부, 영업총괄, 기획관리총괄 등을 거쳤다. 2016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사업을 관리하는 전략경영실 사장으로 승진했다. 같은 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자리에도 올랐다.

두 사람 모두 비교적 순탄하게 경영 승계를 마무리 또는 마무리 중인 셈이다. 그렇다면 비슷한 길을 걸어 온 두 사람의 지금까지 성과는 어떨까?

두 사람 모두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 아직 입증해야할 능력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조 사장의 경우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겸 대표이사를 맡은 2016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해 첫 단추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조 사장은 본격적인 경영 능력 평가는 사장을 맡기 시작한 2017년부터라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연결기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약 7200억원이다. 여기에 현재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의 4분기 영업이익을 2284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하면 9500억원 가량으로 전년 1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환차손, 고유가 리스크 등을 감안해도 아쉬운 성적표일 수밖에 없다.

박 사장의 경우는 좀더 심각하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매각 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2009년 채권단에 넘어가 워크아웃 위기에 처했을 때 채권단을 설득했고, 2014년 말 워크아웃 졸업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2016년 박 사장이 그룹 사장직을 맡아 추진한 금호타이어 인수가 실패로 끝나면서 박 사장의 경영 능력 평가는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금호타이어 인수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숙원이자 그룹 재건을 위한 최대 과제였다.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 악화도 박 사장에게는 아킬레스건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14633.8%에서 지난해 3분기 749.0%로 뛰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채는 6330억 원으로 금호아시아나 전체 회사채의 77.6%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자산은 1711억 원이지만 유동부채는 무려 33082억 원에 달한다. 회사채 발행과 대우건설 지분 9138514만주 전량을 매각해 18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재무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 부정적에서 BBB- 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은 각각 A3에서 A3-로 하락했다.

부채를 상쇄해 줄 수 없는 실적은 더 큰 고민이다. 아시아나항공의 2016년 영업이익은 2570억원으로 2010년 대비 147.3%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21.6% 줄었다.

한편 박 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사장으로 취임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leehr@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