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없는 GS칼텍스, '불투명한' 투명경영

대표이사 2명·기타비상무이사 8명만 이사회...SK이노·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과 대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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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이홍렬 대기자]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2위 정유사인 GS칼텍스에 없는 제도가 있다. 바로 사외이사제도다. GS칼텍스는 비상장사로 사외이사를 둬야할 의무는 없지만 경영 투명성 강화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외이사제도는 경영진 및 지배주주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할 목적으로 1998년 도입된 제도다.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와 금융회사는 의무적으로 사외이사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SK·롯데 등 대다수 그룹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비사장사 계열사여도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이면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GS칼텍스와 같은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도 비상장사이지만 사외이사가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별 사외이사 신규 또는 재선임이 한창이다. 정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일 주주총회에서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과 최우석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들 외에도 현재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김준 경방 회장, 하윤경 홍익대학교 기초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사내이사 2, 기타비상무이사 1, 사외이사 5명 등 총 8명으로 사외이사가 과반 이상이다.

에쓰오일도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황인태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와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코리아 대표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또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Y.A. 알자이드(Al-Zaid) 전 주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이승원 전 쌍용정유 회장은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에쓰오일 이사회도 사내이사 1, 기타비상무이사 4, 사외이사 6명으로 사외이사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비사장사이지만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이사회는 사내이사 1, 기타비상무이사 1, 사외이사 3명으로 역시 이사의 과반수 이상이 사외이다. 사외이사는 이규용 전 환경부 장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중회 전 KB금융지주 사장이며, 이중 김 전 사장을 이달 20일 임기가 만료된다.

반면 GS칼텍스는 사외이사가 없다. 이사회는 대표이사 2, 기타비상무이사 8명으로 구성됐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의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이사회의 일원으로 회의에 출석해 제출의안을 심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은 사외이사가 대표이사의 선출, 대표이사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 경영진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 등을 하는 반면 기타상무이사는 그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또 기타비상무이사는 사외이사와 달리 자격제한이 없다. 이에 주로 대주주 측 인사들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는데 GS칼텍스의 기타비상무이사 8명도 모두 GS그룹과 2대 주주인 세브론 측 임원들이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제도가 대주주와 경영진의 정횡을 막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사'나 혹시 모를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 사외이사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이 선임한 사외이사 중에는 기업 현안과 관련된 부서의 전직 장·차관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렇다 해도 사외이사 없이 대주주 및 경영진과 관련된 사람들로만 구성된 GS칼텍스의 이사회는 독립·투명 경영을 실천해야 할 대기업의 의무 측면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leehr@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