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박성욱-김기남, 쉼 없는 반도체 투자 경쟁

그룹오너 최태원 SK회장-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전폭 지원, 과감한 투자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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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김기남 삼성전자 DS 부문 사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쉼 없는 투자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영업이익률 50%를 넘기며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9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두 기업 모두 2016년 한 차례를 제외하면 최근 5년간 꾸준히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선도적 투자를 감행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특히 실적이 급증한 2017년에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기술 경쟁력과 생산규모 면에서 후발주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본격적으로 쌓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반도체 부문에 14조3156억 원을 투자해 전년(12조59088억 원)보다 투자금을 1조7000억 원 이상 늘린데 이어 2015년에도 4000억 원 이상 늘린 14조7229억 원을 투자했다. 이듬해인 2016년 13조1513억 원으로 투자규모를 줄였던 삼성전자는 2017년 27조3456억 원을 투자해 전년보다 투자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렸다. 

SK하이닉스는 박성욱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2013년 3조5650억 원이었던 투자액을 이듬해 5조2150억 원으로 1조5600억 원(46.3%) 늘렸다. 2015년 투자금을 또 다시 1조4330억 원(27.5%) 늘린 SK하이닉스는 2016년 소폭 줄였지만, 지난해 다시 투자규모를 4조 원 이상 늘리며 처음으로 연 투자액이 10조 원을 돌파했다. 

두 기업은 지난해 말 김기남 사장이 DS 부문장에 올라 박성욱 부회장과 본격적인 경쟁관계가 형성된 올 들어 투자 고삐를 더욱 당기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의 투자액 격차를 줄였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부문 투자금은 7조2181억 원으로, 전년 동기(5조220억 원)보다 43.7% 늘었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의 1분기 투자액은 4조61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4070억 원)보다 91.9% 늘었다. 

1분기에 삼성전자가 높은 투자 증가율을 이어나갔지만, SK하이닉스가 전년 동기보다 두 배 가까이 투자액을 늘리면서 삼성전자 대비 투자규모를 64.9%까지 끌어올렸다. 그동안 SK하이닉스의 투자규모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절반에 못 미쳤다. 

김기남 사장과 박성욱 부회장은 모두 반도체 연구개발 주역으로, 기술 경쟁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들의 기술 중시 마인드와 선제적인 투자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시장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데이터센터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안정적인데다 4차 산업혁명 확산에 따라 메모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중국 등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투자 확대가 전략적으로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화성 EUV 라인 착공에 이어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2라인 건설에 들어가는 등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 EUV 라인 조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리더십 유지를 위해 지난 2월 경기도 화성에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라인 건설에 들어갔다. 내년 하반기에 완공해 2020년부터 가동할 화성 EUV 라인의 초기 투자규모는 6조 원이다. 삼성전자는 라인 가동 후 시황에 따라 추가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3월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 2라인 건설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시안 반도체 2라인에 3년 간 7조 원을 투자한다. 

삼성전자는 또 2021년까지 평택 반도체 1라인 증설에 14조4000억 원을 추가 투자하는 것과 별개로 평택 반도체 2라인 건설을 위해 30조 원 이상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본사 내 5만3000제곱미터 부지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SK하이닉스는 최근 경기도 이천 본사 신규 반도체 공장(M16)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말 공사를 시작해 2020년 10월 완공 예정인 이천 신 공장은 EUV 전용 공간 조성 등에 3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 완공 후 장비가 입고되면 총 투자규모가 15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완공된 이천 M14 공장과 현재 건설 중인 M15 공장, 그리고 이번 신규 공장까지 3개 공장 증설을 결정했으며, 완공 후 장비 반입이 이뤄지면 이들 공장에 투자하는 금액이 총 46조 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