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창원해병대' 선택, LG전자 부활 이끄나

조성진 부회장 승진발탁배경...김쌍수 전 부회장 이은 '무신', 창원공장 뚝심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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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위기에 빠진 LG전자를 구하기 위해 조성진 부회장을 단독대표로 선임하는 등 김쌍수 전 부회장 라인을 기용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이른바 '창원공장의 부활'로 평가하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LG전자가 현장 기술자 출신의 '무신'으로 불리던 김 전 부회장체제에서 '문신'이나 다름없는 그룹 비서실 출신의 남용 전 부회장 체제로 바뀐 이후 무너지자, 구 회장이 이를 되돌리기 위해 다시 창원 라인인 조성진 부회장을 끌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조 부회장의 승진과 단독대표 체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인사 대상자로 거론되던 장남 구광모 상무의 승진마저 미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TV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HE사업부문의 실적을 개선, 승진이 유력했던 권봉석 LG전자 부사장의 유임도 마찬가지 이유로 관측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2000년 김쌍수 전 부회장이 LG전자 DA사업본부장을 맡던 시절 세탁기설계실 부장으로 보좌했다. 2003년 김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와 DA본부를 겸직했을 때는 조 부회장이 세탁기연구실 담당 임원(상무)으로 뒤따랐다.

DA사업본부는 세탁기, 에어컨를 담당하던 부문으로 현재 H&A사업본부의 전신과 같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사업본부장으로 부사장까지 오른 뒤 김 전 부회장이 맡았던 H&A본부를 맡았다. 김 전 부회장이 고문을 마치고 LG전자를 떠난 지 5년 뒤의 일이다.

조 부회장은 김 전 부회장의 창원공장 기술 라인일 뿐 아니라 현장을 강조하는 성향도 닮은 점이 많다.

김 전 부회장은 과거 재임 시절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에서는 생산현장, 서울에서는 백화점 등 판매처를 찾았다. 조 부회장 역시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창원공장에서 근무하고, 회사에는 침대와 주방시설까지 마련할 정도로 현장에서의 집념을 지녔다. 해외 출장을 서슴지 않았던 점도 닮았다.

이는 구 회장의 성향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구 회장은 거치적거리는 것을 싫어해 내의조차 입지 않을 정도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선 공격적인 경영을 추구한다고 알려졌다. 뚝심경영이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구 회장은 2003년 지주사 대표로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을, 2007년에는 LG전자에 남용 전 부회장을 대표로 선임하는 등 비서실(구조조정본부) 출신의 투톱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추며, 김 전 부회장을 끌어 내렸다.

결과론 적으로 구 회장의 인사는 실패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남 전 부회장의 경우 마케팅과 브랜딩에 치중하며 맥킨지 출신 등 외국인 임원과 외부 출신 인사를 요직에 앉히면서 내부 불만을 야기 시켰다.

LG전자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남 전 부회장이 외부 인사들을 영입하며 경영할 당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실무자들도 그를 따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조직 장악에 실패한 셈이다.

결국 구 부회장은 2010년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LG전자 대표로 선임하며 오너 경영제체로 전환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강유식, 남용 투톱 체제에서 구본무 회장은 LG의 전략이 단기성과에 연연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지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조 부회장 승진과 단독 대표 선임은 이 같은 실패를 경험한 구 회장이 기술을 중시하고 조직에 1등 기운을 불어 넣기 위한 조치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조 부회장과 김 전 부회장은 '1등 제조기'라는 공통 별명도 지녔다. 김 전 부회장은 광스토리지와 에어컨으로 세계 시장서 1위를 달성했고, 조 부회장은 세탁기로 톱에 올랐다.

한편 LG전자는 H&A사업본부가 최고 실적을 내는 반면 조준호 사장의 스마트폰 MC사업본부는 잇따른 적자로 부문간 간극이 크다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MC본부의 경우 2010년 이후 누적 적자가 1조 원 이상일 정도로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래 먹거리 사업인 자동차부품(VC) 부문이 이익을 낼 때까지 체력을 비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자의 MC본부는 없으니 만 못하다.

구 회장의 바람대로 조 부회장이 가전의 1DNA를 전 사업부문에 전파해 LG전자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