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美 기업의 CIO 연봉 지난해 30% 뛰어”

WSJ, “백오피스의 IT관리자 벗어나, '슈퍼 임원'으로 CDO겸직 등 잇따라"

미국 대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Chief Information Officer) 기본 연봉이 지난 2024년 최고 30%나 상승했다. 인공지능(AI)의 부상으로 CIO가 재정의돼, 역할과 책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CIO가 최고디지털책임자(CDO·Chief Digital Officer), 최고기술책임자(CTO·Chief Technology Officer) 등을 겸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CIO가 기존의 정보 시스템 관리자를 넘어, 각 기업의 AI 전략을 주도하고 혁신을 이끄는 ‘슈퍼 임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CIO들이 최근 눈에 띄게 높은 보수를 받고 있다. CIO의 기본 연봉이 약 20~30% 증가했다. 정보기술(IT) 임원 전문 헤드헌팅 업체 헬러서치의 최고경영자(CEO) 마사 헬러는 이 같은 증가율을 제시했다. 경영 컨설팅 기업 콘페리(Korn Ferry)도 CIO 총보수가 15~25%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영진 보상 분석회사인 씨-스위트 콤프(C-Suite Comp)의 데이터를 보면, 현재 재직 중인 최고 연봉의 IT 임원 10명은 금융, 유통, 헬스케어, 물류 등 다양한 산업에 속해 있다. 고액 보수를 지급하는 대표 기업으로는 웰스파고(Wells Fargo), 비자(Visa), 코스트코(Costco)와, 의료용품 기업 솔벤텀(Solventum) 등이 있다. 이 가운데 4명의 CIO는 여성이다.

이들 CIO에 대한 보상 상승의 핵심 동력은 바로 AI라고 WSJ는 밝혔다. AI는 내부 프로세스 개선뿐만 아니라 고객 대상 서비스 전환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IT 임원들에게는 AI로 실질적 사업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마사 헬러는 “AI 도입으로 이사회와 CEO들 사이에 공포, 불확실성, 절박감이 생기면서 비로소 CIO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CIO의 급여가 상승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더욱 많은 업무를 떠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CIO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업무용 소프트웨어 등 백오피스 IT 시스템을 관리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 전략 전반에 관여하는 경영진으로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콘페리의 수석 파트너 알리세 이골은 “기술 임원들이 이제는 단순한 ‘기계 유지 관리자’가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 연봉을 받는 CIO 중 7명은 두 개 이상의 직함을 갖고 있다. 이 중 6명은 CIO 겸 CDO 직함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페덱스의 스리람 크리슈나사미는 CIO, CDO와 함께, 최고전환책임자(CTO·Chief Transformation Officer)라는 세 가지 직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 에이엠엔 헬스케어의 마크 해건 역시 CIO, CDO를 겸임하고 있다. 2024년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Chief Finance Officer)와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on Officer)가 임명되기 전까지 기업 운영도 떠맡았다.

헬러는 “예산 관점에서 보면, 두 개 부서를 한 명이 맡는 구조다. 다양한 직함을 갖고 CEO에게 직접 보고한다면, 이는 CEO가 그를 파트너로 본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딜로이트 조사를 보면, 미국 대기업 IT 리더의 절반은 한 기업 내에 기술 담당 임원이 4명 이상 있다고 답했다. 이런 경우 보상이 분산되며, 개별 임원의 연봉은 낮아질 수 있다.

AI는 일부 CIO에게 급여 상승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를 보상 체계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다. 콘페리의 이골은 “기업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진짜 경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헬러는 일부 기술 임원들이 ‘혼란의 중간지대(the messy middle)’에 있다고 지적했다. AI 도입을 이사회와 CEO에게 설명하면서도, 기존 IT 시스템을 유지하고, AI를 위한 데이터 정비와 레거시 시스템 현대화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헬러는 “CIO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AI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 텔러’가 돼야 한다”며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AI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전달하고, 회사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배우라”고 WSJ에 밝혔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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