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건수가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금융사고 줄이기에 힘쓰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일 데이터뉴스가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5대 시중은행의 정기공시 일반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5개 은행의 올해 1분기 금융사고 건수는 23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건) 대비 17건(283.3%) 증가했다.
은행들은 인력·시스템 개선, 사고 예방 조치 등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금융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인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직원 횡령 금융사고는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연간 사고 건수는 86건으로, 2023년(36건) 대비 50건(138.9%) 증가했다.
올해 초부터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CEO)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책무구조도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책무구조도란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금융당국은 책무에 대해 금융사나 임직원이 업무 수행 시 내부통제 관련 위법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책임이라고 정의했다.
5개 은행 중 올해 1분기 가장 많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총 8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건의 금융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금융사고 발생건수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사고 금액이 10억 원 미만인 금융사고가 5건이었고, 10억 원 이상~100억 원 미만이 3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보면 사기 관련 금융사고가 3건으로 가장 많았고, 횡령과 배임이 2건, 1건씩으로 집계됐다. 금융질서 문란행위 관련 금융사고도 2건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2023년 운영리스크위원회를 신설하고, 2024년에는 책무구조도를 시범운영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힘썼다. 하지만 올 초 신한은행의 한 직원이 3년간 17억 원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부통제의 허점이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전년 동기와 동일한 5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 기간 농협은행의 금융사고는 1건에서 4건으로 3건 증가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3건씩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은행에서 10억 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15일 이내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해야 한다. 각 사에 따르면, 1분기 기준으로 규모 10억 원 이상의 금융사고는 총 4건(신한 2건, 국민 1건, 농협 1건)이었으며, 총 피해규모는 75억8423만 원에 달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2분기 이후 발생한 10억 원 이상의 금융사고는 총 12건(하나 6건, 국민 5건, 농협 1건)이었다. 하나은행의 금융사고 규모가 536억3601만 원이었고,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134억9907만 원, 257억4768만 원이었다.
다만 2분기 이후 금융사고 건수는 그 규모가 10억 원 이상인 건만 공시됐기 때문에 더 많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