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가 정유부문 선전에도 불구, 석유화학 자회사 HD현대케미칼의 대규모 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롯데케미칼과의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을 추진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HD현대오일뱅크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90억 원으로 집계됐다.
HD현대오일뱅크가 적자를 기록한 배경에는 석유화학 부문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정유 부문은 경쟁사(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중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했음에도, 석유화학 손실이 3474억 원에 달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이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인 HD현대케미칼(-3918억 원)의 실적 악화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HD현대케미칼은 NCC로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해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제조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공격적 증설로 글로벌 공급 과잉이 심화됐고, 범용 제품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업계에 최대 370만 톤 규모의 NCC 감축을 요구한 가운데,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HD현대케미칼(NCC 85만 톤)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NCC 110만 톤)과 합병하는 사업재편 계획을 내놨다. 설비 합리화와 단일 생산체계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증권가는 향후 HD현대케미칼을 중심으로 NCC 규모를 85만 톤까지 축소하고, 고효율 설비 중심으로 가동률을 높여 손익을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산공장은 최소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저부가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설비 조정이 이뤄질 경우 적자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석유화학사 간의 합병이라는 점 역시 주목받고 있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대산공장은 모노머 공정의 핵심 원료인 납사(나프타)를 바로 옆에 있는 HD현대오일뱅크로부터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수직 계열화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지만 정부의 사업 재편안의 방향과 석화사들의 NCC 가동 상태를 봤을 때 일부 셧다운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업재편은 시작 단계로, 협의·승인 절차를 거쳐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