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회복이 더디게 이어지면서 유통 대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소비 여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비용 효율화를 통해 경영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17일 데이터뉴스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롯데칠성음료는 창사 7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근속 10년 이상이면서 1980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한 조치로, 장기 근속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롯데웰푸드 역시 만 45세 이상·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인력 구조 조정에 나섰다.
화장품·생활용품 업계 역시 인력 구조조정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근속 15년 이상·만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LG생활건강은 면세·백화점 판매직을 중심으로 만 35세 이상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제시했다.
편의점과 면세점 업계에서도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10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부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신라면세점 역시 면세 사업 전반의 실적 부담을 이유로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소비 둔화가 자리한다. 최근 10년(2013~2024년) 민간소비 추세 증가율은 2001~2012년 대비 연평균 1.6%p 낮아졌다.
저출산·고령화로 소비 기반이 약해진 데다 고금리·고물가로 가계의 소비 심리도 위축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희망퇴직이 단기적 대응을 넘어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 성장세가 과거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통기업들의 비용 통제와 조직 효율화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