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1분기 한국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체 수출은 역대 1분기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급증에서 나왔다.
11일 데이터뉴스가 산업통상부의 '2026년 1분기 수출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수출은 219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은 785억 달러로 139.1% 늘었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11.6%로 집계됐다.
1분기 전체 수출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35.7%를 차지했다. 전체 수출 3분의 1 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온 셈이다.
반도체 수출 확대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끌었다. D램 수출은 357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9.1% 증가했고, 낸드는 53억9000만 달러로 377.5% 늘었다. 시스템반도체도 121억1000만 달러로 13.5%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메모리 반도체가 훨씬 컸다.
반도체 수출 호조는 국내 주요 메모리 기업 실적에도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 원, 영업이익 57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고,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도 매출 81조7000억 원, 영업이익 53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매출 52조5763억 원, 영업이익 37조6103억 원으로 분기 매출 50조 원을 처음 넘겼으며, 영업이익률은 72%에 달했다. 양사 모두 AI용 고부가 메모리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품목별로 봐도 반도체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20대 주요 수출 품목 중 13개 품목이 증가했지만, 수출 규모와 증가율을 함께 고려하면 반도체의 기여도가 가장 컸다. 컴퓨터 수출은 75억 달러로 169% 증가했고, 무선통신은 53억 달러로 40% 늘었으나 반도체 수출 규모와는 차이가 컸다. 석유제품은 132억 달러로 24%, 선박은 82억 달러로 14% 증가했다.
자동차 수출은 반도체와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화물차 수출은 7억1000만 달러로 63.9% 증가했지만, 승용차 수출이 163억 달러로 2.2% 줄고 승합차도 7000만 달러로 31.7% 감소하면서 전체 자동차 수출은 172억 달러로 0.3% 줄었다. 전통 주력 품목 중 일부가 정체된 가운데, AI 수요와 연결된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방향을 바꾼 구조다.
소비재 수출은 한류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화장품 수출은 K-뷰티 선호 확대에 힘입어 31억3000만 달러로 21.5% 증가했다. 농수산식품 수출은 면류(5억 달러, 24% 증가)를 중심으로 31억1000만 달러로 7.4% 늘었고, 생활용품은 문구·완구(7억8000만 달러, 16.6% 증가) 호조에 21억 달러로 3.9% 증가했다. 다만 수출 규모와 증가 폭을 감안하면 반도체 효과를 대체하기에는 제한적이었다.
수입은 169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했다. 에너지 수입은 286억6000만 달러로 7.2% 감소했지만, 에너지를 제외한 수입은 반도체 장비 등을 중심으로 15.4% 늘었다. 수출 증가 폭이 수입 증가 폭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504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