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그룹 금융사업의 양대 축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사상 최대의 ‘쌍끌이 실적’을 냈다.
12일 양사에 따르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카카오뱅크는 3280억원, 카카오페이는 843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개인사업자·기업금융과 캐피탈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2000만명대 결제 이용자와 방대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증권·보험·대출·인공지능(AI) 금융으로 파고들고 있다.
양사는 출발점이 달랐지만, 최근에는 투자·대출·보험·결제·자산관리·AI 등 사업 영역이 빠르게 겹치고 있다. ‘한 지붕 두 금융사’가 사실상 종합금융 플랫폼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카카오페이증권 연계 등에서는 협력이 시작됐다.
상반기 성적표는 둘다 역대급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2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영업수익은 1조6483억원으로 5.5% 늘었고, 비이자수익도 5895억원으로 4.8% 증가했다. 비이자수익이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까지 올라갔다.
고객 기반도 커졌다. 6월 말 카카오뱅크 고객은 2763만명, 2분기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032만명에 달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조68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2% 증가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개인사업자금융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최대 순익’은 액면 그대로만 볼 수는 없다. 1분기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 상장 과정에서 약 933억원의 평가이익이 당기손익에 반영됐다. 실제 상반기 영업이익은 3516억원으로 전년보다 0.5% 감소했다. 즉 본업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순익 증가에는 일회성 요인도 섞여 있다.
카카오페이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2분기 매출은 3351억원으로 40.6% 늘었고, 영업이익은 586억원으로 528.2%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496억원으로 251.3%나 증가했다. 1분기까지 합치면 상반기 매출은 약 6354억원, 영업이익 908억원, 당기순이익은 843억원에 달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카카오페이의 ‘성장 공식’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2분기 금융서비스 매출은 1752억원으로 74.7% 증가하면서 전체 매출의 52%를 차지했다. 결제서비스 매출 1414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제 카카오페이를 간편결제 회사로 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뱅크, “은행을 넘어”…페이, “금융 플랫폼으로”
카카오뱅크의 전략은 은행의 강점을 다른 금융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가계대출을 무작정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대출을 키우고 있다. 대출비교·펀드·결제·투자 등 비이자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오토금융으로 대출비교 서비스를 확대하고, 카카오페이증권의 주식 서비스를 카카오뱅크 앱의 투자탭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 마스턴캐피탈 지분 100%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자동차 할부금융을 시작으로 리스·렌탈, 중소법인 대출, 기업·투자금융 등으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은행이 가진 고객·데이터·플랫폼에 캐피탈 라이선스까지 결합하려는 전략이다.
반면, 카카오페이는 결제에서 확보한 소비 데이터를 금융상품 판매와 자산관리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의 2분기 매출은 1219억원, 영업이익은 396억원으로 각각 86%, 655%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631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2분기 매출 256억원으로 104% 성장했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사를 아예 완전자회사로 만들었다. 지난 6월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 잔여 지분 27.1%를 약 173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해 지분율을 100%로 높였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증권·보험·결제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결국 부딪히는 곳은 ‘비이자 수익’
두 회사가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영역은 비이자 수익이다. 카카오뱅크는 대출이자에 의존하는 전통적 은행 모델에서 벗어나, 대출비교 수수료, 카드·결제, 펀드, 투자, 플랫폼 광고 등으로 수익원을 늘리고 있다. 상반기 수수료·플랫폼 수익은 1696억원으로 10.5% 증가했다.
카카오페이는 반대로 결제에서 출발해 금융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투자·보험·대출 매출이 급증하면서 금융서비스가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결제 고객 한 명을 증권 고객, 보험 고객, 대출 고객, 자산관리 고객으로 전환할수록 수익성이 높아진다.
결국 두 회사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고객을 금융 플랫폼 고객으로’ 만들려 한다. 카카오페이는 ‘결제 고객을 금융 고객으로’ 만들려 한다. 출발점만 다를 뿐 최종 목적지는 비슷하다.
‘결제 데이터’는 페이 우위 vs ‘라이선스’가 뱅크 강점
두 회사의 가장 큰 차이는 경쟁력의 원천이다. 카카오뱅크에는 은행 라이선스와 예금·대출이라는 금융 인프라가 있다. 2763만명의 고객을 기반으로 예금과 대출을 직접 취급할 수 있고, 기업금융·캐피탈로 확장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무기는 결제 데이터와 생활 플랫폼이다. 월간 결제 이용자가 2000만명을 넘었고, 65만개 이상의 가맹점과 300만개 이상의 결제처를 확보했다. 카카오페이는 내년까지 오프라인 결제 이용자 1000만명을 확보하고 카드사를 포함한 오프라인 결제 시장 톱4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여기에 AI가 양사의 새로운 경쟁축으로 추가됐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에서 사용자가 상품을 찾고 AI가 최적의 혜택을 찾아 결제하는 ‘에이전틱 AI 결제’를 준비하고 있다. 결제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금융상품과 혜택을 추천하는 구조다.
카카오뱅크 역시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와 금융상품 추천을 고도화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금융 플랫폼 경쟁은 누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느냐에서 누가 고객 데이터를 더 높은 수익으로 전환하느냐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코인 앞에서는 맞손잡아
흥미로운 것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두 회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에서는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가 참여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발행 인프라와 유통이라는 두 가지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개인 고객 지갑뿐 아니라 가맹점·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정산, 기업 간 결제와 해외송금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구상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카카오그룹이 미국 스테이블코인 업체 서클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가 서클의 글로벌 결제·블록체인 인프라와 카카오의 플랫폼·금융 서비스를 결합해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과 토큰화 금융의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여기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나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계좌·예금·보관·금융 인프라를, 카카오페이는 결제·지갑·가맹점·사용자 접점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카카오톡이라는 거대한 플랫폼까지 결합하면 발행-보관-유통-결제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을 수 있다.
플랫폼 주도권 누가 잡느냐가 관건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금융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결제·투자·보험 분야에서는 카카오페이와 연결될 여지가 크다. 카카오페이는 방대한 결제 데이터와 사용자 접점을 갖고 있지만, 은행의 예금·대출 인프라는 카카오뱅크가 훨씬 강하다. ‘한 지붕 두 금융’의 진짜 승부는 누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고객의 일상 금융을 더 많이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카카오뱅크는 캐피탈·기업금융·투자까지 거느리는 ‘은행 중심 금융그룹’으로 진화하려 한다. 카카오페이는 결제·증권·보험·AI를 연결하는 ‘플랫폼 금융그룹’으로 나아가려 한다. 두 회사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