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주식계좌 맡기는 ‘1인 미니 헤지펀드’ 시대 열려

WSJ, “로빈후드·웹불 등, 자연어로 전략 짜면 주식·옵션 자동거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에게 주식계좌를 맡기기 시작했다. 개인투자자가 AI 에이전트를 통해 사실상 ‘1인 퀀트(Quant)펀드’처럼 투자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글로벌 대형 헤지펀드나 전문 퀀트 투자자들만 가능했던 알고리즘 투자와 자동매매가, AI 에이전트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이는 AI에게 “어떤 주식을 살까”라고 묻는 수준이 아니다. AI가 시장을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세운 뒤, 실제 주문까지 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 증권사들이 AI 에이전트와 투자계좌를 직접 연결하면서, 개인투자자가 사실상 ‘1인 미니 헤지펀드’처럼 투자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WSJ는 설명했다. 위험 등을 조정할 경우 AI 포트폴리오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초과수익을 내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됐다..

국내 증권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증권사의 AI 경쟁은 고객 상담, 종목 검색, 투자정보 요약, 리서치 자동화 등에 집중됐다. 앞으로는 AI가 실제 매매를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와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면, 개인투자자가 복잡한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자연어로 투자전략을 만들어 자동매매를 실행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WSJ에 따르면, AI 전환은 일상적인 투자자를 ‘미니 퀀트펀드’로 만들고 있다. 미국인들은 바이브 코딩(vibe-coding)으로 주식 매매 알고리즘을 만들고, AI 에이전트에게 자신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맡기고 있다. ‘로봇 개인투자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콜린 에즈먼에게는 월스트리트의 유명한 자산운용가들처럼, 자신의 투자를 관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팀이 있다. 알렉스는 시장을 정기적으로 훑으면서, 유망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찾는다. 사라는 매일 장 마감 전에 보유 중인 포지션을 점검한다. 엘레나는 매주 투자 성과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알렉스와 사라, 엘레나는 커피를 들이켜며 밤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애널리스트가 아니다. 이들은 클로드 AI 에이전트다. 에즈먼의 부엌 식탁 위 노트북에서 24시간 일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들이 관리하는 계좌의 성과는 에즈먼이 직접 운용하는 대부분의 계좌보다 좋았다. 

헤어스타일리스트이자 전업주부인 에즈먼은 자신이 로빈후드에서 다른 투자와 별도로 운영하는 AI 에이전트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마치 헤지펀드처럼 운영된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AI 에이전트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이 각각의 역할을 기억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미국인들은 이미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휴가를 예약하고, 이메일을 작성하고, 각종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고 WSJ는 밝혔다. 이제 일반 투자자들도 자신의 주식 포트폴리오 운용 자체를 AI에게 맡길 수 있게 됐다.

로빈후드와 웹불을 비롯한 여러 증권사들은 클로드, 코덱스(Codex) 등의 AI 에이전트를 계좌와 쉽게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내놓았다. 일단 연결하면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자산을 사고팔 수 있다.

실제로 로빈후드는 2026년 5월 AI 에이전트가 별도 계좌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고 주문을 실행할 수 있는 ‘에이젠틱 트레이딩(Agentic Trading)’을 출시했다. 로빈후드는 AI 에이전트가 주식뿐 아니라 옵션과 가상화폐까지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 기술이 개인투자의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증권사 경영진들은 전망한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규모로 숫자를 분석하며, △시장을 계속 지켜보지 않고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은 말한다.

반면, 회의론자들은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새로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와 금융시장의 교차점을 연구하고 있는 엔지니어이자 전직 퀀트 트레이더 아이린 올드리지는 개인투자자에게 이것은 “진정한 돌파구”라고 평가한다. 그는 동시에 “모든 위험은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니 헤지펀드’가 된 개인투자자
전문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고성능 컴퓨터와 알고리즘 투자 도구를 이용해왔다고 WSJ는 밝혔다. 이런 시스템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장의 신호를 찾아내며, △때로는 수 밀리초 만에 자동으로 매매를 실행한다. 

약 10년 전만 해도 월스트리트에서 이른바 ‘퀀트’들이 투자업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게 이런 정교한 전략은 기술에 익숙한 일부 사람들에게만 가능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WSJ는 강조했다. AI 비서에게 간단한 문장으로 지시하는 것만으로 자동화된 투자전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주식을 사라. △특정 옵션이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면 매도하라.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분석해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신호를 찾아라.

WSJ에 따르면, 업계가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것은 여러 AI 에이전트가 한 팀을 이뤄 개인의 투자를 운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개인마다 ‘미니 자산운용사’를 갖는 셈이다. 옵션 거래부터, 세금 절감을 위한 손실상계(tax harvesting)까지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이미, 인덱스 펀드를 정기적으로 매수하거나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등의 투자에서 ‘설정해 놓고 잊어버리는(set-it-and-forget-it)’ 방식을 사용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AI 에이전트 기반 투자에서는 이 방식이 고도의 데이 트레이딩 전략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증권 플랫폼 무무(Moomoo)의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 닐 맥도널드는 “이 사람들이 미니 헤지펀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무는 4월부터 에이전트 기반 거래를 제공했다. 그는 올해 말이면 전체 거래량의 약 20%가 AI 에이전트를 통해 실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를 “혁명적”이라고 WSJ에 표현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에서 개인투자자의 역할이 계속 커지고 있는 흐름과 맞물린다. 10여 년 전만 해도, 미국의 일반 투자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사기 시작하는 단계였다.

하지만 2026년에는 개인투자자들이 △급락장에서 주식시장의 반등을 이끌고, △일부 반도체주를 폭등시키며,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키는 등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제 개인투자자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정교하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19세 투자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인 딘 아렌스는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AI가 만든 옵션 매매 전략
WSJ에 따르면, 아렌스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사람이 직접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옵션 투자전략 하나를 자동화했다. 그의 코덱스 에이전트는 막대한 규모의 옵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다. 그 가운데 기관투자자로 추정되는 대규모·공격적인 거래를 찾아낸다.

그런 다음 여러 요소를 기준으로 해당 거래에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신뢰도가 높은 거래(high-confidence trade)’라고 판단되는 거래를 발견하면 다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한 뒤 거래에 들어간다.

목표는 이미 발생하고 있는 시장의 상승 모멘텀을 따라가는 것. 아렌스는 결과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그는 퍼블릭(Public)에서 처음 3000달러(약 403만 9200 원)로 시작한 계좌가 불과 몇 달 만에 8000달러(약 1077만 1200 원)로 늘었다고 말했다. 한 거래에서는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주가에 연계된 옵션 2계약으로, 5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고 했다. 그는 “이 전략을 전체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하고 있다”며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좋다”고 WSJ에 말했다.

‘AI가 위험을 감수한다’
개인투자자는 오랫동안 ‘멍청한 돈(dumb money)’이라는 조롱을 받아왔다. 주가가 오르면 뒤늦게 뛰어들고, 떨어지면 공포에 빠져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평가가 여전히 맞는지와 관계없이, AI 에이전트를 사용해본 투자자들은 AI에 투자를 맡기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감정의 제거를 꼽는다. 옵션 트레이더인 엔젤 구티에레즈는 자신이 만든 AI 에이전트가 옵션 계약을 평가해 언제 매도할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순간순간 고민할 필요가 없다”며 “감정이 없는 소프트웨어 버전의 나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AI가 과거 개인투자자들을 손실로 몰아넣었던 ‘군집행동(herd mentality)’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공개된 한 연구에서는 AI 모델에 일반적인 투자전략을 만들도록 요청했을 때, △집중도가 높은 포트폴리오, △높은 밸류에이션의 주식, △언론 노출이 많은 기업을 추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AI가 위험을 감수하고, 제한된 자산군에 집중하며, 특정 산업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패시브 투자전략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연구진들은 분석했다. 즉 AI가 인간보다 감정이 없다는 것이 곧 더 현명한 투자라는 뜻은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변동성 키울 수도
WSJ에 따르면, AI 에이전트가 동일한 공개 데이터를 분석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많은 AI 에이전트가 비슷한 결론에 도달해, 같은 종목을 동시에 사고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직 퀀트 트레이더인 올드리지는 이런 현상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 투자자들도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퀀트 멜트다운(quant meltdown)’이다. 당시 여러 퀀트펀드가 비슷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시장 상황이 바뀌자 동시에 매도에 나섰다.

이는 가격 하락을 더욱 키웠다. 다른 펀드의 추가적인 매도를 유발하는 연쇄적인 디레버리징으로 이어졌다. 연구에 따르면 2007년 8월의 퀀트 멜트다운은 여러 유사한 포트폴리오의 동시적인 청산과 시장 유동성 축소가 결합하면서 발생했다. 

고객들이 AI 에이전트를 신중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자사 플랫폼에도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증권사 경영진들은 설명한다. 로빈후드는 AI가 관리하는 포트폴리오를 별도의 계좌로 분리하고, AI가 실행하는 모든 거래에 대해 알림을 제공한다. 현재 로빈후드는 AI 에이전트 전용 예산을 별도로 설정하고, 거래마다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웹불 역시, AI가 주문을 실행하기 전에 주문 내용을 미리 보여주고, 주문 규모와 거래 종목에 제한을 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퍼블릭은 한발 더 나아가, 사용자가 자연어로 투자전략을 입력하면 조건에 따라 AI 에이전트가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거래를 실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즈먼에게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실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WSJ는 밝혔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AI 에이전트 기반 투자가 너무나 쉬워져서 자신의 57세 어머니도 은퇴 후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반인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말이다. 그는 WSJ에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사람들이 돈을 버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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