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고가 더 이상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업계 판도까지 흔드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 KT 등 통신 대기업이 대규모 보안 사고를 겪으면서 신뢰 하락과 막대한 비용 부담은 물론 가입자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보보호 역량이 본원적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본격화됐다고 진단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4월 발생한 유심정보 해킹 사고로 1조 원 가까운 비용 부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8월 통신 요금 할인, 연말까지 데이터 추가 제공, 멤버십 할인 대폭 확대 등 ‘고객 감사 패키지’에 5000억 원이 투입된다. 유심 교체 비용과 신규 영업 중단으로 대리점이 본 손실 보전에 2500억 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과징금 1348억 원을 부과받았다.
사고 충격은 단순 재무지표를 넘어 시장점유율까지 영향을 미쳤다. SK텔레콤의 지난 3월 말 2310만4423명이던 SK텔레콤 휴대폰 가입자는 7월 말 2231만3100명으로 79만1323명 감소했다. 시장점유율은 40% 선이 무너졌다. 3월 말 40.41%였던 휴대폰 점유율은 7월 말 38.85%로 1.56%p 하락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의 위상이 흔들리며, 보안 리스크가 시장 지위 약화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가 됐다.
KT 역시 최근 소액결제 해킹 사고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피해 고객의 불만과 보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객 보상 시행과 과징금 등으로 일회성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고, 신뢰성과 평판 하락도 우려된다.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해킹 사고가 발생한 롯데카드와 함께 KT에 대해 ESG 평가 감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보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통신업계는 보안 거버넌스를 강화하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서두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위상 강화, 보안 전문가 영입, 정보보호 전담 조직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5000억 원에서 7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정보보호 투자 계획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네트워크 품질, 가격, 서비스가 통신업계 경쟁의 핵심이었다면, 정보보호 역량이 업계 판도까지 흔드는 시대가 되면서 보안 리스크 관리가 경영 핵심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