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월스트리트의 관심사는 ‘비트코인 보유금고’인 스트래티지(Strategy, 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에스앤피(S&P) 500 지수 입성 여부였다. 평범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이렇게 탈바꿈시킨 마이클 세일러 회장의 승부수는 통하는 듯했다. 주가는 수십배 폭등했고, 투자자들은 그를 ‘연금술사’로 추앙했다.
하지만 상황은 순식간에 반전됐다. 이제 스트래티지는 ‘지수 편입’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무한대로 돈을 불려줄 것 같았던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BM)이, 냉혹한 ‘산수(Arithmetic)’의 현실 앞에 멈춰 섰기 때문이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분석했다.
이 회사의 BM은, 영업에 기초한 현금흐름 없이 주식 발행과 비트코인 매입의 순환 고리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시장 상황이 반전될 때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돈의 무한 복사기(infinite money glitch)’처럼 보였던 전략도 결국, 수입과 지출, 자산과 부채의 산수를 피할 수 없다는 것.
전 세계 비트코인의 ‘고래’로 불리는 스트래티지가 빚을 갚기 위해 비트코인을 강제로 대량 매각하면, △비트코인 가격 폭락→△회사 주가의 추가 하락→△자금조달 불가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FT는 우려한다.
크립토 시장에서 두 달은 영겁의 시간과도 같다. 지난 여름,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지수 밖의 거의 모든 미국 주식을 넘어섰다. 다음 분기의 지수 조정 시 S&P 편입은 유력해 보였다. 평범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를 세일러 회장은 상징적인 비트코인 투자 수단으로 탈바꿈시키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한 듯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전환에 20배가 넘는 수익률로 화답했다.
하지만, 오늘날 스트래티지를 둘러싼 대화는 지수 편입에서 △‘과연 회사가 생존할 수 있나’, 그리고 △‘이 회사의 문제가 전체 가상화폐 생태계에 어떤 의미를 갖나’로 바뀌었다고 FT는 지적했다. “세일러의 회사 가치가 이제, 그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보다 낮아졌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가격 상승과 대규모 주식 및 부채 발행의 선순환에 의존했던 BM이 붕괴하고 있다고 우려한다”는 것.
가상화폐 데이터 분석 업체 카이코의 수석 연구 분석가인 아담 모건 매카시는 “이들 기업에서 투매(fire sale)가 일어날 것이며,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이는 악순환의 고리다.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하면, 바닥을 향한 경쟁이 시작된다”고 FT에 말했다.
첫 번째 시험대는 당장 12월 말, 약 1억 2000만 달러(약 1763억 7600만 원) 규모의 각종 우선주 만기가 도래할 때다. 스트래티지는 3분기 말 기준 현금이 5400만 달러(약 793억 6920만 원)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 장애물은 쉽게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회사는 이후 6억 2000만 유로(약 1조 577억 5720만 원) 규모의 유로화 표시 우선주 매각 대금을 수령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트래티지에 대한 가장 큰 즉각적 위협은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덱스(MSCI) 지수 검토에서 시작된다고 FT는 예상했다. 지난 10월, MSCI는 총자산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자산으로 구성된 기업을 ‘MSCI 글로벌 투자 가능 시장 지수(Global Investable Market Indexes)’에서 제외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기업은 운영 회사가 아니라, 투자펀드와 유사하다는 것. 투자 펀드는 주식 지수에 속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여기에 더해 제이피모건 분석가들은, 최근 스트래티지가 MSCI 유에스에이(USA)와 나스닥 100지수 모두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MSCI가 이 계획을 강행할 경우, 최대 28억 달러(약 4조 1160억 원) 규모의 ‘패시브 자금’이 강제로 주식을 매도해야 할 수 있다. 패시브 펀드는 현재, 보통주 약 90억 달러(약 13조 2282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지수 제공업체들도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수십억 달러(수 조원)가 추가로 빠져나갈 수 있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총 공급량의 3% 이상인 약 65만개(약 500억 달러 가치· 73조 4,800억 원 상당)를 보유중이다. 비트코인 투자 수단으로 변모한 이 회사에, 이러한 지수 리스크는 실존적인 위협이다. 역학 관계는 무서울 정도로 악화할 수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주가가 이미 50% 하락한 시점에 패시브 투자자들의 강제 매도가 덮치면, 주가는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MSCI의 다음 행보에 대한 추측은 마이클 세일러의 이례적인 방어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스트래티지가 지수에서 제외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회사가 사실상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라고 말했던 자신의 2022년 발언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입장.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보통주가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FT는 짚었다. 이는 스트래티지 재무 모델의 핵심을 타격한다는 것.
이 모델은 자본 시장에 보통주와 기타 증권을 발행하고, 그 수익금으로 비트코인을 더 매수하는 것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 접근 방식은 (a) 주식이 기초 자산인 비트코인 가치보다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고, (b) 자본 시장에 대한 접근이 열려 있을 때만 작동한다. 이른바 ‘전략으로서의 희석(Dilution-as-a-strategy, DaaS)’이다.
DaaS는 회사가 특정 장기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새로운 주식을 발행, 기존 주주들의 소유 비율을 낮추는 결정. 회사의 전체 파이가 크게 증가, 그 낮춰진 부분의 절대적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스타트업과 성장기업들이 △확장자금 조달, △다른 사업 인수, 또는 △핵심 인재 육성을 위해 자주 활용한다.
몇년 동안, 스트래티지의 이 프리미엄은 엄청났다. 한때는 NAV의 3배를 초과하기도 했다. 2025년까지도 NAV의 약 2배 수준을 유지했다. 두툼한 프리미엄 덕분에, 스트래티지는 주식을 팔아 경제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비트코인을 살 수 있었다. 이는 기존 주주들에게 이익이 더욱 커지는 구매였다.
또한, 이 회사는 주가의 극심한 변동성을 이용해 파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쿠폰(이자)은 0%거나 그에 가까웠고, 전환 프리미엄은 높았다. 투자자들은 내재된 콜 옵션에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콜옵션은 기초자산을 미리 정한 행사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
이 사이클은 자기 강화적이고 영구적인 것처럼 보였다. △높은 프리미엄이 비트코인 매수 자금을 대고, △이것이 비트코인 가격을 올리고,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여 프리미엄을 유지하는 식이다. 세일러와 그의 팀은 “돈의 무한 복사기”를 발견했다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기계의 고장은 명백했다. ‘NAV 대비 프리미엄’은 결국 두 가지 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했다.
첫째, 현물 비트코인 ETF의 출시. 이는 투자자들에게, 기업 소유라는 복잡함 없이 순수한 비트코인 노출을 얻을 수 있는 저렴하고 깨끗한 방법을 제공했다. 둘째, 스트래티지의 지속적인 시장가(ATM) 주식 발행. 이는 프리미엄을 현금화하기 위해 고안됐다. 그러나, 신주 공급 물량 공세로 인해 서서히 그 프리미엄은 잠식됐다. NAV와 동등한 수준(parity)에서의 발행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NAV 미만에서의 발행은 가치를 파괴한다.
구조적인 약점 중 하나는, 스트래티지의 매수 방식이 경기 순응적(procyclical)이라는 것. 회사는 주가가 비트코인 가치보다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될 때, 가장 많은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 이는 대개 비트코인 자체가 강세일 때 발생한다. 즉,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이 비쌀 때 공격적으로 매수한다. 하지만, 가격이 떨어질 때는 현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로 인해 스트래티지는 구조적으로, 고점 부근에서 비트코인을 축적한다. 현명한 투자자들이 중요시하는 ‘저점 매수’ 기회는 놓치게 된다. 실제로 스트래티지는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비트코인을 전혀 매수하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10월의 광범위한 가상화폐 매도세가 있기 훨씬 전부터 주가가 비트코인 수익률을 크게 하회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러한 괴리는 가상화폐 약세가 압력을 가하기 전부터 시장이 이미 이 금융공학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프리미엄이 없으면, 이 메커니즘은 멈춰 선다고 FT는 설명했다.
이제 이 회사는 레버리지(부채)의 어두운 이면을 마주하고 있다. 스트래티지는 80억 달러(약 11조 7496억 원)의 전환사채를 안고 있다. 대부분은 ‘전환 불가능한(out-of-the-money)’ 상태다. 전환가격이 현 주가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지분을 팔 수 있는 풋옵션 행사일과 만기일은 아직 몇 년 남았다. 하지만, 채권자들은 회사가 어떻게 이 빚을 갚을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할 수 있다. 기존 소프트웨어 사업에서는 잉여 현금흐름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악몽 같은 시나리오는,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강제 비트코인 매각이다. 스트래티지 보유 자산의 시장 가치는 총부채를 훨씬 상회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일반적인 담보물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 전도사가 매도에 나선다는 소문만 돌더라도,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할 수 있다. 이는 스트래티지 주가를 끌어내려 NAV 대비 할인 폭을 키우고, 추가 매도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회사가 감당해야 할 연간 약 7억 달러(약 1조 280억 9000만 원) 규모의 우선주 배당금도 있다. 영업 현금 흐름이 미미한 상황에서, 스트래티지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규 증권을 발행해야 한다. 물론 배당을 중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조치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산산조각 낼 것이다. 배당금을 지급하려면 비트코인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이는 회사가 두려워하는 악순환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경영진은 ‘스트레치(Stretch)’라는 상품에 희망을 걸고, 이를 액면가로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배당금을 계속 올려야 하므로, 보통주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스트래티지는 주당 비트코인 지표와 소위 ‘비트코인 수익률(실제 수익률은 아님)’ 강조를 좋아한다. 하지만, 보통주 주주들의 코인에 대한 청구권은 후순위다. 이는 전환사채뿐만 아니라, 서비스 비용이 계속 상승하는 우선주 층(layer)보다도 밀린다. 현재 거래되는 우선주 상품의 유효 수익률은 10~14% 범위다. 이는 우선주 추가 발행 시, 서비스 비용이 매우 비쌀 것을 의미한다.
세일러의 연금술은 이제 산수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의 반등 없이는, 상승장에서 화려한 수익을 만들어냈던 ‘돈의 무한 복사기’가 하락장에서는 극적인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