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부동산, 가상화폐가 ‘디지털 지갑’ 하나에서 통합 관리될 것”

블랙록 경영진, “토큰화는 30년 전의 인터넷처럼 폭발적 성장 직전…즉각 결제와 자산 유동화가 핵심” 주장

이제 금융은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화’라는 새로운 혁명적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와 최고운영책임자(COO) 롭 골드스타인이 공동기고를 통해 주장했다. 이 이전에 금융은, 우편→전화→스위프트(SWIFT·국제 은행 간 통신 협회) 도입을 거쳐 왔다. 

래리 핑크 등은 토큰화의 핵심 가치가 △시차를 없앤 즉각적 결제와 △거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인 자산 유동화에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고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실었다. 토큰화를 통해, 주식, 채권, 부동산, 가상화폐가 하나의 ‘디지털 지갑’에서 통합 관리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그들은 내다봤다.

현재 토큰화 단계는 1996년의 인터넷 초창기와 유사하다고 래리 핑크 등은 주장했다. 실물 연계 자산(RWA·Real-World Assets) 토큰이 20개월 새 300% 성장하는 등 최근 폭발적 잠재력을 보인다는 것. 그들은 “채권은 블록체인상에 있어도 채권”이라는 원칙아래, 기존 규제를 업데이트해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을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래리 핑크 등은 “복식부기가 발명된 이래 ‘원장(Ledger)’ 기술이 이토록 흥미로웠던 적은 없었다”면서, 금융시장의 차기 혁명으로 ‘토큰화’를 지목했다. 50년 전에는, 돈이 우편의 속도로 움직였다고 그들은 설명했다. 래리 핑크가 1976년 경력을 시작했을 때, 거래는 전화로 이루어졌고 정산은 인편으로 전달되는 종이 증서를 통해 해결됐다. 

1977년, 스위프트 기술이 은행 간 표준화된 전자 메시징을 도입해 거래 시간을 며칠에서 몇 분으로 단축했다. 오늘날 뉴욕과 런던 간의 거래는 1000분의 1초(밀리초) 단위로 체결된다.

이제 금융 시장의 인프라는 ‘진화의 다음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로 래리 핑크 등은 주장했다. 수십 년간 투자자들을 지원해 온 시스템보다, 자산을 더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변화라는 것. 이는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개발자가, 중개자 없이 거래를 기록할 수 있는 공유 디지털 원장인 비트코인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몇 년 후, 그와 동일한 기술인 블록체인은 훨씬 더 변혁적인 무언가를 촉발했다. 바로 ‘토큰화’다.

토큰화는 소유권을 디지털 원장에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부동산부터 기업 부채, 통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자산을, 참여자가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단일 디지털 기록으로 존재하게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우리를 포함한 금융계는, 이 거대한 아이디어를 알아보기가 어려웠다”며 “토큰화는 종종 투기처럼 보였던 가상화폐 열풍과 뒤엉켜 있었기 때문”이라고 래리 핑크 등은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전통 금융권은, 그 과대광고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보았다고 그들은 밝혔다. 오늘날 시장을 지배하는 상장 주식과 채권을 넘어, 토큰화가 투자 가능한 자산의 세계를 크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

자산 토큰화는 크게 두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 첫째, 거래를 즉각적으로 정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오늘날의 시장은 서로 다른 정산 일정으로 운영돼,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한쪽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글로벌시장 전반에 걸쳐 즉각적인 정산을 표준화하는 것은, 스위프트가 가능하게 했던 것을 뛰어넘는 도약이 될 것이다.

둘째, 사모 시장(private-market) 자산은 여전히 종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수동 프로세스, 맞춤형 결제, 그리고 금융의 다른 분야를 따라잡지 못한 기록 방식 등이 그것이다. 토큰화는 이 종이를 코드로 대체해, 자산거래의 마찰을 줄일 수 있다. 마찰은 비용이 많이 들고 느리게 만든다. 또한, 부동산이나 인프라 같은 대규모 비상장 자산을 더 작고 접근하기 쉬운 단위로 쪼개, 오랫동안 대형 기관들이 지배해 온 시장에 대한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

물론 기술만으로는 모든 장벽을 제거할 수 없다. 규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는 여전히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나 비용과 복잡성을 낮춤으로써, 토큰화는 더 많은 투자자에게 다각화를 위한 더 많은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초기 진전의 징후들이 보인다. ‘실물’ 전통 금융 자산(주식, 채권 등)을 나타내는 토큰은 전 세계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 여전히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 20개월 동안 약 300% 증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초기 채택의 상당 부분은 은행 접근성이 제한된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상화폐 보유자의 거의 3/4이 서구권 이외의 지역에 거주한다. 반면, 현대 금융을 구축한 미국, 영국, 유럽연합은 뒤처지고 있다. 적어도, 거래가 일어나는 장소라는 측면에서는 그렇다. 

스테이블코인의 지배적 기업들을 포함해, 토큰화된 금융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이끌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기업 중 다수가 미국 기업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초기 우위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역사가 지침이 된다면, 오늘날의 토큰화는 1996년의 인터넷과 비슷한 단계일 것이다. 당시 아마존은 고작 1600만 달러(약 236억 800만 원)어치의 책을 팔았다. 오늘날 ‘매그니피센트 7’의 기술 거대 기업 중 세 곳은 당시, 설립조차 되지 않았다. 

토큰화는 인터넷의 속도처럼 발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예상보다 빠르게, 향후 수십 년 동안 엄청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토큰화가 기존 금융 시스템을 당장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강 양쪽에서 다리를 건설해 중간에서 만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것. 한쪽에는 전통적인 기관들이 서 있다. 다른 한쪽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핀테크, 퍼블릭 블록체인과 같은 디지털 우선 혁신가들이 있다.

이 둘은 경쟁하기보다는, 상호 운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그들은 밝혔다. 미래에는 사람들이 주식과 채권을 하나의 포트폴리오에, 가상화폐를 다른 포트폴리오에 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언젠가 모든 종류의 자산은 ‘단일 디지털 지갑’을 통해 구매, 판매 및 보관될 수 있다.

정책 입안자와 규제 당국의 과제는 분명하다. 그 다리를 빠르고 안전하게 건설하도록 돕는 것이다. 가장 좋은 접근 방식은 전통 시장과 토큰화된 시장이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기존 규칙을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장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런 종류의 연결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보았다고 래리 핑크 등은 주장했다. 최초의 신흥 시장 상장지수펀드(ETF)는 20개국 이상의 주식 시장을 단일 펀드로 연결해 글로벌 투자를 더 쉽게 만들었다. 채권 ETF는 딜러 시장과 공개 거래소를 연결해 투자자들이 더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채권 시장에 같은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제 현물 비트코인 ETF를 통해 디지털 자산조차 전통적인 거래소에 올라왔다. 이러한 각 혁신은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다.

동일한 원칙이 토큰화에도 적용된다. 규제 당국은 일관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 위험은 포장 방식이 아니라 그 본질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채권은 블록체인 위에 존재하더라도 여전히 채권이다.

하지만 혁신에는 가드레일이 필요하다. 토큰화된 제품이 안전하고 투명하도록 보장하는 명확한 구매자 보호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플랫폼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거래 상대방 위험 기준’, 그리고 원하는 사람들이 카드를 긁거나 송금할 때와 같은 확신을 가지고 거래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신원 확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앤드류 로스 소킨은 ‘1929년 주식 시장 붕괴’에 관한 그의 신간에서, 현대 금융 시스템을 탄생시킨 실패들을 재조명한다. 일부는 기술적이었다. ‘검은 화요일(Black Tuesday)’에 주식 시세 표시기(ticker)는 거래 급증을 따라잡지 못해 몇 시간이나 뒤처졌다. 다른 실패들은 제도적이었다. 안전장치보다 너무 앞서 나간 금융 시스템이 문제였다.

금융 시스템의 일부를 여전히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게 만드는 인프라가 있다. 토큰화는 이를 현대화한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부의 창출 엔진인 ‘시장’으로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1929년이 가르쳐 주었듯이, 모든 접근성의 확대는 업데이트된 안전장치와 짝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 

토큰화는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해야 한다. 더욱 빠르게 움직이되, 더욱 안전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 그래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래리 핑크 등은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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