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는 금융의 5G전환”-HSBC 마이클 로버츠 CEO, FT에 기고

“글로벌 100조$의 예금 시장 넘어, 채권·금·부동산까지 집어삼킬 것” 주장

토큰화가 금, 부동산 등 실물자산 뿐 아니라, 예금 등 주류의 금융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로 인해, 즉시 결제, 조각 투자, 스마트 계약 등을 통한 자금 집행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선하증권 등 수출주도 경제에서의 핵심서류도 토큰화돼, 무역 거래 비용과 결제 리스크를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기업·투자금융 부문 마이클 로버츠 최고경영자(CEO)가 주장하고 나섰다. 

영국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향후 10년간 토큰은 금융 생태계를 재편할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며 “금융의 ‘5G 순간’이 도래하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그의 기고를 최근 게재했다. 현재 홍콩·미국·영국이 가상자산 정책을 빠르게 완비해가는 가운데, 한국은 관련 규제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정책미비가 길어질수록 글로벌 경쟁에서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100조 달러(약 14경 8370조 원) 이상의 상업은행 예금 시장이 토큰화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시장(3100억달러·460조 90억 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FT 기고에 따르면, 토큰은 향후 10년간 금융 생태계를 재편할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디지털 자산이나 화폐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영국, 유럽연합(EU), 인도 등에서는 이미 거의 실시간 전자결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4세대(G) 이동통신이 있는데, 왜 5G가 필요한가”라는 질문과 비슷하다고 로버츠 CEO는 주장했다.

이미 토큰화가 금융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자.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가상화폐였다. 이는 중개기관 없이 당사자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토큰. 다만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보완한 것이 스테이블코인. 이는 특정 자산에 연동돼 가치가 안정적인 토큰화 화폐다. 또 다른 형태는 ‘토큰화된 예금’이다. 상업은행에 맡긴 고객 예금을 블록체인 위에서 디지털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도 이 같은 생태계에서 발전했다.

FT 기고에 따르면, 이제는 채권, 금, 머니마켓펀드, 부동산, 사모펀드 등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되는 ‘주류 자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 기술을 통해 거의 모든 것을 토큰화할 수 있다. 시장 수요에 따라 가치가 부여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토큰화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발행된 1300만 개의 밈코인 중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토큰화된 화폐는 즉각적인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 거래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 송금, 상품 및 서비스 결제 등에서 자금 이동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토큰화된 화폐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단순한 속도를 넘어 기능, 자동화, 사용자 경험까지 개선할 수 있다. 돈이 단순한 가치 이전 수단에서 벗어나, 언제·어떤 조건에서 사용될지를 자동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채권’은 그 좋은 사례다. 기존 채권 거래는 결제까지 며칠이 걸린다. 하지만, 토큰화된 채권은 거의 즉시 결제가 가능해, 리스크와 자본이 묶이는 것을 줄인다. 이 구조에서는 투자자가 해당 채권을 담보로 하루 중 몇 시간 단위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기존처럼 하루 단위가 아닌 훨씬 유연한 금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FT기고에 따르면, 토큰화는 또한, 자산을 쪼개는 ‘분할 투자’를 가능하게 해 최소 투자금액을 낮춘다. 프로그래밍 기능은 운영 복잡성도 줄여준다.

국제 무역 역시 토큰화를 도입하면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선하증권, 송장, 무역금융에 스마트 계약을 적용하면, 물품이 도착하는 즉시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애물은 무엇인가. 우선 인프라 구축과 투자다. 새로운 플랫폼과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또한 상호운용성(인터오퍼러빌리티)이 핵심이다. 그래야 토큰화된 화폐가 확장될 수 있다.

규제 표준화와 소비자 수용도 중요하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진전이 있다. 홍콩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HSBC도 초기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왔다. 미국에서도 연방 규제 체계가 마련됐다. 영국에서는 중앙은행이 고유동성 자산으로 담보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제안했다.

상업은행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에 도전이 될 수 있지만, 기회도 크다. 특히 토큰화된 예금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이미 24시간 자금 이동에 활용되고 있다.

현재 상업은행 예금 규모는 100조 달러(약 14경 8370조 원) 이상이다. 이는 약 3100억 달러(460조 90억 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시장보다 훨씬 크다. 향후 성장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토큰화된 화폐와 자산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가져올 것이다. FT기고는 “금융시스템의 ‘5G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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