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시총 2.5조$? 미 증시, ‘광기 국면’ 진입했나

이코노미스트, “낙관이 도취로 전환, 닷컴 버블 넘어…늦출수록 숙취는 더 혹독”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은 모든 것을 바꾼다는 주장이 횡행했다. 그리고 지금, 스페이스엑스(X)의 인공지능(AI) 매출이 “2030100배 성장한다는 서사가 통용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전통적 밸류에이션 잣대를 무력화하고 낙관론을 넘어, ‘도취·광기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적자 기업이지만, 매출의 90배가 넘는 기업가치로 상장한 스페이스X, 닷컴 버블 정점에 근접한 에스앤피(S&P)500 밸류에이션, 헤지 수요를 압도하는 투기적 콜 옵션 거래 폭증이 그 핵심 근거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주장했다. 특히 당일 만기 초단기 옵션이 급성장하고, 나스닥 콜·풋 옵션 가격 격차가 사실상 사라진 것은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투기 과열의 신호라고 이 주간지는 경고했다.

 

이에따라 지금 시점은 파티를 더 즐길 수 있다는 낙관론보다, ‘출구 전략을 점검할 때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하고 나섰다. 파티가 길어질수록, 그에 따른 숙취는 더욱 혹독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 버블붕괴 시, 국내의 자산시장과 원화에 연쇄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페이스X는 이달 12일 상장과 동시에 케이비(KB)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를 통한 직접 투자가 가능해졌다. 나스닥·S&P 500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국내의 개인투자자 노출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2년여 동안 미국 주식이 버블이 아니라는 가장 설득력 있는 논거는 단순했다. 시장이 아직 충분히 광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주가는 급등했고, 밸류에이션은 너무 높아졌다주주들의 미래 기대수익률은 갈수록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수익을 거둘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기업 이익이 계속 치솟고 AI가 경제를 혁신할 것이라는 믿음이 이미 거의 모든 투자자 사이에 굳어진 탓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버블에는 그보다 더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단순히 내일의 이익을 오늘 주가에 얹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광기가 시장을 사로잡을 때 비로소 주가는 현실에서 완전히 이탈한다. 그때부터는 다음 날 아침의 숙취가 끔찍할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파티를 더 오래 이어가려는 자포자기식 집착이 시작된다. 그리고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을 때, 폭락이 온다는 것이다.

 

이제 광기 국면이 도래했나?

10년 전으로부터 온 시간 여행자를 상상해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주문했다. 이달 11, 스페이스X가 자사 연간 매출의 90배가 넘는 18000억 달러(27694800억 원)의 기업가치로 주식을 매각했다고 알려주면 그는 놀랄까


아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대박 거래였다. 이 로켓 기업의 주간사인 투자은행들이 투자자들에게 AI 부문 매출이 2030년까지 100배 성장해 3220억 달러(4954292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왜 통상적인 이익 기준이 아닌 매출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했을까? 이는 스페이스X가 이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꼬집었다. 작년 순손실은 50억 달러(76930억 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상장 후 단 4거래일 만에 주가가 40% 이상 뛰어, 기업가치가 25000억 달러(38477500억 원)로 불어났다. 그 사이, 이 회사는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의 주식 600억 달러(923460억 원)어치를 인수하기로 했다.

 

일부는 이를 두고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금융시장·현실 왜곡 능력 탓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도취감은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S&P 500으로 대표되는 미국 주식은 장기 이익 대비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2000년 닷컴 버블 정점과 거의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는 것.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평화협정을 맺은 것처럼 보이면서, 주가는 또 한 차례 튀어 올랐다.

 

옵션시장: 가장 적나라한 과열 신호

투자자들의 광적인 분위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옵션시장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옵션은 종종 보험 계약으로 묘사된다. 가령 단순한 풋 옵션은 만기일에 정해진 행사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의무는 아님)를 부여한다. 이는 주가 폭락 시 손실을 제한하면서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 권리를 얻으려면 먼저 옵션료(프리미엄)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옵션시장의 상당 부분은 주가에 도박을 거는 카지노에 가깝다. 풋 옵션을 달리 표현하면, 만기일 기준 주가가 행사가격 아래에 있을 것이라는 베팅이다. 그렇게 되면 시장가격으로 주식을 사 행사가격(더 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챙긴다. 그렇지 않으면 옵션은 휴지 조각이 되고, 낸 프리미엄만 날린다.

 

반대로 콜 옵션은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주식 옵션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미국 대형 청산소 오씨씨가 집계한 2025년 거래량은 코로나 특수로 급등했던 2020년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2026년 거래량은 그보다 더 높을 전망이다. 특히 헤지보다는 투기에 적합한 초단기 옵션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씨엠이그룹에 따르면, 당일 만기 S&P 500 지수 옵션(0DTE) 거래 규모는 2025년 기준 2021년의 3.7배에 달했다는 것.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옵션의 보험 기능상 풋이 콜보다 수요가 많아야 한다. 기관투자자는 주가 급등을 헤지할 필요가 거의 없지만, 폭락에 대비하는 수요(: 대학 기부금 운용)는 방대하다. 또한 주가는 천천히 오르다 급격히 폭락하는 경향이 있어, 풋이 동일 조건의 콜보다 가치 있다.

 

보험을 원하는 기관의 덩치가 투기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콜 옵션의 평균 가격이 풋 옵션과 거의 같은 수준이 됐다는 것. 투기 군중의 거래가 워낙 맹렬해 훨씬 덩치 큰 보험 매수자들의 영향을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해석했다. 그들은 주가가 달에, 아니면 화성에까지 닿을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티는 이제 손을 쓸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개탄했다. 아직 한동안은 이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숙취를 오래 미룰수록, 더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이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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