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규 칼럼] KT의 도 넘은 경쟁사 '흠집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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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규 데이터뉴스 대표

최근 KT와 SK텔레콤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벌이는 신경전은 마치 ‘여의도 정치판’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SK텔레콤이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쓰기 위해 올림픽 주관통신사인 KT의 통신시설을 ‘훼손’했다는 논쟁은 정치권에서 되풀이하는 ‘침소봉대’와 ‘헐뜯기' 전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내용인 즉 이렇다. 지난 4일 SK텔레콤과 협력사 직원 4명은 9월과 10월에 걸쳐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KT가 구축한 통신관로의 내관 3개를 ‘훼손’하고, 무단으로 SK텔레콤의 광케이블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협력사 직원들은 평창군 대관령면 내 올림픽 통신시설을 위해 KT가 설치한 통신관로 중 메인 프레스센터(MPC), 국제방송센터(IBC), 스키점프대, 슬라이딩 센터 인근의 관로 내관 3개를 절단하고 자사의 광케이블 총 6km를 설치했다는 것.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슬라이딩센터 존의 경우 SKT 포설한 사실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SKT가 KT에 임차 협상하여 시설하려고 했으나, 협의불가로 구축 공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KT가 추가 발견했다고 하는 스키점프대 입구 1.3KM 구간도 스키점프대 3.3Km구간 내에 해당되는 것으로 문제 구간이 아니라고 한다. 더구나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는 SK텔레콤이 강원도 개발공사와 임차계약을 맺어 내관을 설치하기로 합의한 지역으로 KT가 오히려 무단으로 점거 중인 케이블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지난 18일 조직위와 강원도, KT, SK텔레콤 관계자 등이 참석해서 문제가 된 부분을 원상복구하고, 더 이상 상대방 흠집내기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IBC 존도 즉각 원상복구됐다.  더구나 ‘훼손’이라는 표현도 보기좋지는 않다. SK텔레콤은 KT의 관인데 비어 있자 오인해서 자신들의 캐이블을 설치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측은 "현장 작업자가 조직위 실무자와의 구두 협의를 통해 이동기지국 설치 작업을 하면서 KT 관로를 건물주 소유의 관로로 오인하고 작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KT의 입장은 다르다. 선로 2개는 아직 복구중에 있고, 하나의 경우 3~4미터는 땅을 파고 들어와 빈관에 캐이블을 설치한 것을 볼 때 고의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KT는 19일 평창에 방문한 기자단에게 “SK텔레콤이 알펜시아 700골프클럽 입구부터 바이애슬론 경기장, 스키점프대, 알펜시아 콘서트홀 등 3.3km 구간 4곳 올핌픽 통신망 및 중계망 통과 구간에 KT 관로를 무단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SK텔레콤은 “KT가 약속을 위반하고, 다수 언론 앞에서 허위 사실을 통한 명예훼손성 발언을 한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벌어진 ‘앰부시(ambush, 매복) 마케팅’도 그렇다. 최근 SBS와 KBS는 평창올림픽 응원 캠페인 광고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SBS는 동계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 김연아를 모델로 했고, KBS는 국가대표 스켈레토 선수 윤성빈 씨가 출연한다. SK텔레콤은 이들 광고 영상의 협찬사로 참여한 ‘죄’밖에 없다.  그런데 KT는 문제를 제기했다. 영상 영어로 표기된 ‘씨유 인 평창(SEE YOU in PyeongChang)’ 문구와 SK텔레콤의 로고가 노출된다며 올림픽 공식후원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마케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좀 심하다. 광고의 제작사는 중계권을 보유한 SBS와 KBS 등 방송사다.
여의도 정치가 피곤한 것은 상대방 ‘험집내기’ 때문이다. 이유가 어찌됐던 이번 사건은 SK텔레콤의 실수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캐이블의 문제로 올림칙 중계에 문제가 생기면 건당 500만달러씩 OBS(올림픽방송서비스)에 보상을 해줘야하는 KT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실수를 지나치게 비난하는 모습은 좀 그렇다.
올림픽은 지구촌의 축제다. 지구촌의 잔치를 앞두고 통신사간에 싸우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경상도 말에 “그마~해라”라는 말이 있다.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다.

chang@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