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규 칼럼] 문 정부, 기술유출 방관·조장(?) 안 된다

  •  
  •  
  •  
  •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오창규 데이터뉴스 대표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 수수방관과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생산 시설의 작업 현황이 담긴 보고서 공개결정을 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맞는 지 묻고 싶다. 안보관련 기업이 중국에 넘어가고, 정부가 앞장서 기술공개를 조장하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금호타이어 사태를 보자.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1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의 60.6%가 ‘경영정상화 관련 노사특별합의서’에 찬성했다. 여기에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 6463억원을 제3자 유상증자 형태로 투자하고, 노조는 2017~2019년 임금 동결과 상여금 일부 반납 등 자구책을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2일 금호타이어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MOU를 체결했다. 

매각결정의 ‘흑막’을 논하기에 앞서 문제의 심각성부터 짚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가 핵심기술 유출이다. 금호타이어는 군수품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체다. 금호타이어는 F5 전투기용 타이어와 T50 훈련기용 타이어 등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비행기 이·착륙 시 순간적인 고하중·고열·충격과 빠른 분당회전수(rpm)를 한꺼번에 견디는 첨단기술 덕분이다. 금호타이어는 고하중 버틸 수 있도록 타이어 섬유코드를 특수 설계하고, 여기 축적되는 열을 배출할 수 있는 구조설계·고무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T50 훈련기용 타이어는 개발·승인에만 10년이 걸렸을 정도로 어렵게 획득한 기술이다. 

둘째, 한국의 자동차산업도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금호자동차가 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군용트럭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외경·단면·폭·하중이 크다. 따라서 차량 개발 과정부터 완성차업체·방위사업청과 협의가 필요한 기술이다. 

셋째, 먹 튀 논란이다.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를 인수사태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를 인수 한 뒤 대량 해고와 핵심 기술만 먹고, 인도회사에게 재매각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말 기준 874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전 세계 시장에 통용되는 국제 특허만 50여건에 달한다. 한국의 타이어기술은 총알을 맞고도 70~80km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넷째, 부메랑이다. 중국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자마자 기술력과 자본력, 생산력을 바탕으로 즉각 한국타이어산업을 위협할 것이다. 일본이 대만 홍하이그룹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30조원을 베팅하겠다고 했음에도 기술 유출을 이유로 범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는지 보라. 

다섯째, 더블스타의 경쟁력도 의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더블스타 등 다섯 개 기업이 공동 출자한 더블스타 컨소시엄은 인수 대금 9550억원 중 7200억여원에 대해 중국 금융권의 대출을 약속받고 금융지원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에 중국정부가 있지 않나 싶다.

여섯째, 우방국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미국은 중국 화웨이 등 중국통신장비 수입을 막고 있다. 도감청과 해킹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4G에 이어 5G에도 중국 통신장비를 무차별 수입하려하고 있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도 난망하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면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친중국정책을 볼 때 반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글로벌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 러시를 이루는데 지금 한국만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기업 투자 2017년 1~2월 2억 9000만달러에서 올해는 8억2000만달러로 증가 2015년 최고일 때인 8억8000만달러를 육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 이후 급감하던 대중국 투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부의 결정은 더 가관이다. 

고용부는 반올림 사건과 관련, JTBC의 한 PD가 삼성전자 온양 공장뿐 아니라 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 구미 스마트폰 공장의 작업 환경 보고서까지 달라며 정보 공개를 청구하자  이를 모두 허용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했던 한 근로자는 아산 탕정의 LCD(액정 표시 장치) 공장 보고서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 소속의 노무사도 경기도 기흥·화성 반도체 공장 정보를 요구해 모두 정부의 허락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해당 자료에 각 공장의 구조와 공정뿐 아니라 사용하는 주요 화학제품 이름까지 나와 있어 어렵게 쌓은 제조 노하우가 경쟁사에 새 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축적한 노하우”라며 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납득이 안간다. 반도체만 보자. 이 보고서가 공개되면 제조 기밀이 국내외 경쟁사에 유출될 게 뻔하다. 반도체 생산 라인의 구조와 층수, 공정 배치도 등이 담겨 있어 경쟁 업체의 엔지니어들이 이를 토대로 주요 설비의 배치와 설치 대수까지 추정할 수 있다. 게다가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이는 화학물질의 상표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특정 공정에서 어떤 브랜드의 웨이퍼(반도체의 원료인 둥근 원판) 세정제를 쓰는 것도 기밀이다.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공정도 마찬가지다.

기술유출은 나라의 흥망이 달려있다. 2012년부터 6년간 중국으로 흘러간 우리의 국가핵심기술만 12건에 이른다. 2012년 OLED용 레이저 식각장비 생산기술(6월), 2013년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기술(2월)에 이어 2014년 자동차 엔진생산기술과 2차전지제조기술(6월), 디스플레이제조기술(10월), 2016년 OLED소재기술(1월), 스키드론칭시스템, 고부가가치 선박설계도면(3월) LNG선 건조기술자료(7월), LPG선 및 선박평형수처리시설 설계도면(8월), 2017년 OLED세정기술(7월) 등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 국내기술 유출사고만 2014년 31건, 2015년 30건, 2016년 25건, 2017년 15건이다. 발각되지 않은 기술 유출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는 훨씬 많다.

휴유증은 역시 곧바로 나타났다. 세계 OLED 시장의 경우 2012년 기술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중국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16년 OLED 관련 중국 개별기업들(CSOT, BOE 등)의 매출은 전년 대비 65.4%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세계 OLED 시장점유율은 점점 감소했다. 중국의 세계 점유율은 2017년 7%를 시작으로, 2020년 20%의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의 2차 전지 시장도 기술유출 사고가 발생한 2014년 이후 중국의 전지 관련 기업(BYD 등)의 매출이 전년 대비 220% 성장세를 보였다. 이게 현실이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자국의 국민과 기업을 보호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