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규 칼럼] 기업상속세 65%, 이건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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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창규 데이터뉴스 대표

스웨덴·캐나다·호주·홍콩·싱가포르·중국 등은 상속세가 없다. 미국도 35%에 불과하다. 미국은 개인상속 면세 범위가 개인 549만 달러, 부부는 1,100만 달러에 달한다. 자식에게 2200만 달러(220)까지 그냥 물려줄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하원은 2024년 상속·증여세를 폐지할 방침이다. 자본주의적 국가에서 이미 충분한 세금을 냈는데 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한국의 상속세는 세계 최고다. 30억이 초과하는 경우 50%.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선 할증(30%)이 붙어 최고 65%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의 배 이상 높다. 독일의 10배 일본의 5배라고 한다. 한국은 할아버지가 1000억원어치의 기업지분을 남겼을 때, 아들은 세금(650억원) 납부 350억원어치를 넘겨받는다. 또 손자가 상속을 받으려면 227억원를 내게 돼 결국 123억원만 넘겨받게 된다. 한국 기업은 3대만 가면 경영권을 유지할 수가 없다. 특히 경영권이 외국에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 독일 일본까지 상속세로 기술을 노리는 중국 기업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되는 것에 비상이 걸릴 정도니 우리야 어떻겠는가?

따라서 대한민국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상속세다. 2세대~3세대, 4세로 접어들면서 최대 고민거리가 된 지 오래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기업 대다수가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못하고 있다. 삼성도 수년 째 묘수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터진 사건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최근 현대차의 모비스와 글로비스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개편 추진은 시체 뜯어먹는 독수리로 불리는 엘리엇에 의해 일단 좌절됐다. 엘리엇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지 오래다. 2015년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며 한바탕 전쟁을 치루면서 이득을 취해갔다.

이런 이유로 한편으론 한국 기업들의 자회사 만들기와 일감몰아주기 편법도 이해가 간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업들이 불법의 칼날위에 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태원 SK 회장은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회사 돈을 빌려 썼다 구속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최근 4LG구광모씨는 경영권승계를 위해서는 90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할 처지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외국인 투기세력들은 권세부리기흔들기로 이를 즐기는 형국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금수저 논쟁까지 겹쳐 더욱 그렇다. 정부는 매번 한술 더 뜬다. 국세청은 지난달 30, 국세행정개혁위원회를 열고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대해 정밀 검증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특히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역외탈세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불법 은닉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검찰·관세청과의 공조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차명재산, 사익 편취 등을 중심으로 변칙 상속·증여 혐의를 분석하고 계열사 공익법인에 대한 탈세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멍드는 것은 기업.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에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법 때문에 문 닫는 가계와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경영권을 포기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쓰리세븐(손톱깎이 세계 1), 농우바이오(국내 1위 종자기술), 유니더스(국내 최대 콘돔 제조), 락앤락(밀폐용기) 등이 상속세 등으로 아예 경영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미래에 대한 투자과 기술개발,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할 기업들이 경영권과 상속에 정신을 팔리는 현실은 안타까움이다.

이런 판국에 야성적인 기업가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일본·독일 같은 100 ~200년짜리 장수 기업이니 '히든 챔피언'(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중소기업)은 아예 기대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은 실업자가 100만 명 넘고 실업률이 3%대에서 4%대로 올라갔다. 2018년 들어서 실업률은 14.4%, 25.3%, 35.5%로 상승 국면을 보이다가 45%를 기록하고 있다. 청년실업은 사상 최대다. 201511%, 201612.5%에 이어 2017년에는 13.3%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유명 취업포털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1,655명 중 78.6%이민가고 싶다고 답했고, 그 이유 중 취업이 안돼서 삶의 여유가 없다는 답변이 절반이 넘는 56.4%이다 

불법을 부추기는 사회’. 이건 아니다. 상속세를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독일처럼 가업 승계 후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릴 경우, 상속세를 대폭 할인 또는 면제해 주는 방안도 고려할 만 하다. 국가의 부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 공무원 수 늘리기가 돼서는 곤란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300만원 이상 받는 직장인(555만명) 기준 3.5명당 1명이 공무원(공기업 포함)이다. 기업자정신을 키우지 않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chang@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