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규 칼럼] SKT 5G 국산장비 ‘통큰결단’과 ‘상용화’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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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규 데이터뉴스 대표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지난 15SK텔레콤 분당사옥에서 삼성전자의 5G 상용 장비로 '퍼스트콜'(First Call)에 성공한 것은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다. SK텔레콤의 5세대 국산장비 사용의 '통 큰 결단'에 이어서 나온 성과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가격이 싼 화훼이장비 유혹을 과감히 뿌리친 것이다.  

퍼스트콜은 상용 서비스와 동일한 환경에서 데이터가 정상적으로 송수신되는지 확인하는 최종 절차다. 데이터 통신에 필요한 전 과정을 문제없이 통과해야 성공으로 인정된다. 퍼스트콜 과정에는 네트워크의 핵심 요소인 기지국-교환기-단말 간 연동과 각종 장비 간 운용 시간을 맞춰 통신을 수행하는 동기화, 5G 가입자가 네트워크에 정상 접근하는지 판단하는 인증, 5G NSA(비단독모드)에 부합하는 5G-LTE망 연동 등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아주 고무적이다.

주파수 대역도 실제 상용 서비스에 사용할 3.5대역 100폭을 활용했고, 모든 기술과 장비 역시 국제이동통신표준화기구 3GPP 국제 표준에 부합하게 실험했다. 양사는 앞으로 실제 현장에 5G 장비를 구축해 막바지 기술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악천후, 자연재해, 돌발 상황을 고려한 5G 장비 및 기술 최종 시험도 병행한다. 5G 상용 주파수 대역은 올해 12월부터 사용 가능하며, 스마트폰을 이용한 상용화는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다양한 통신사에서 각자 표준이나 시험용 장비로 5G 퍼스트콜에 성공한 적이 있지만, 이번은 모든 과정을 현장에 설치가 가능한 5G 상용 장비로 수행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박진효 ICT기술원장은 "SK텔레콤은 5G 상용화 준비 과정에서 글로벌 통신사들보다 수개월 앞서 있다""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5G 상용화 전까지 품질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장비의 국산화는 장비의 국산화를 넘어서 안보와 보안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자칫 벌거벗은 임금님신세를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킹은 인터넷 해킹과 원도우 등 컨텐츠를 통한 해킹, 장비를 통한 해킹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장비를 통한 해킹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비제공업자가 해킹칩을 부속처럼 심어놓으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에도 드러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비즈니스는 지난 5일 중국에서 만들어 애플·아마존 등 미국 IT회사에 납품한 데이터서버에 해킹을 통해 데이터를 빼내는 이른바 '스파이칩'이 숨겨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스파이칩을 심은 주범으로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조직을 지목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그간 중국산 IT 제품에 대한 '스파이칩'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데다, 블룸버그 보도에 세부적인 사항까지 자세하게 들어 있는 만큼 중국의 해킹 시도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장비의 해킹 사례는 또 있다. 지난 10일 미국 하드웨어 보안업체인 세피오시스템스의 CEO"지난 8월 한 통신사로부터 서버 보안 문제로 점검 요청을 받고 조사한 결과 수퍼마이크로의 서버 중 하나에서 문제의 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와 애플, 아마존 및 해당 데이터서버를 납품하는 수퍼마이크로사()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 전·현직 관리 및 애플 관계자 등 17명에게 확인한 보도"라고 맞서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국내에서도 삼성·LG·포스코 같은 대기업이나 국가정보원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여러 공공기관이 수퍼마이크로의 제품을 납품받아 쓰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서 수퍼마이크로가 만든 서버를 구입한 기업이나 대학, 공공기관들은 수십 곳에 이른다. 삼성이나 LG, 포스코같이 수많은 특허가 있는 대기업이나 SK, KT 등 이동통신사, 국가정보원이나 서울지방경찰청, 기상청 등 정부 기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국내 주요 대학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국책 연구 기관 등이다. KT만해도 수퍼마이크로 제품을 총 57대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퍼마이크로는 대만계 미국인이 설립한 미국 회사로 전 세계 데이터서버 시장 점유율의 약 1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문제의 스파이칩은 일종의 '뒷문' 기능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데이터서버는 권한을 가진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스파이칩이 부착된 경우 이 칩을 만든 해커가 서버에 자유자재로 접속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버에 저장된 각종 기밀 자료를 빼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이 칩을 통해 서버에 바이러스를 유포해 기능을 마비시키는 등 사이버 테러를 가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영화 스노든을 보면 해킹이 얼마나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스노든은 미국의 전 세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도감청 등을 그린 영화다.

미국은 올해 초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통신장비 업체 상품 구입을 제한키로 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국가기금으로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산 통신장비 구입을 아예 원천봉쇄했다. 중국 화웨이(華爲)ZTE(중싱통신)를 겨냥한 것이다. 파이 의장은 라우터와 스위치 등 미국 통신장비 네트워크에 진입할 숨겨진 뒷문이 적국 정부에 바이러스 투입, 서비스거부(DoS) 공격, 데이터 도둑질 등의 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올해 초 미국 2위 이동통신사 AT&T 등과 손잡고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10을 미국에서 직접 판매하려 했다. 하지만 국가안보 우려를 제기한 미국 정부의 입김에 계획이 백지화됐다. 화웨이는 1월 말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서도 퇴짜를 맞았으며, 미국 최대 가전제품 소매업체 베스트바이로부터 자사 제품 판매 중단 통보를 받았다.

한국의 통신장비산업은 화훼이 등 중국의 공격적인 도전으로 고사 직전이었다. 2010년 와이브로 장비사업의 인도 진출 좌절이 결정적이었다. 인도가 삼성장비로 와이브로 통신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했으나 중국의 로비에 의해 좌절됐었다. 중국정부까지 나서 개발 중인 화훼이 장비 지원사격을 했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2012년부터 6년간 중국으로 흘러간 우리의 국가핵심기술만 12건에 이른다. 2012OLED용 레이저 식각장비 생산기술(6), 2013년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기술(2)에 이어 2014년 자동차 엔진생산기술과 2차전지제조기술(6), 디스플레이제조기술(10), 2016OLED소재기술(1), 스키드론칭시스템, 고부가가치 선박설계도면(3) LNG선 건조기술자료(7), LPG선 및 선박평형수처리시설 설계도면(8), 2017OLED세정기술(7) 등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 국내기술 유출사고만 201431, 201530, 201625, 201715건이다. 발각되지 않은 기술 유출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는 훨씬 많다. 

휴유증은 곧바로 나타났다. 세계 OLED 시장의 경우 2012년 기술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중국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16OLED 관련 중국 개별기업들(CSOT, BOE )의 매출은 전년 대비 65.4%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세계 OLED 시장점유율은 점점 감소했다. 중국의 세계 점유율은 20177%를 시작으로, 202020%의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의 2차 전지 시장도 기술유출 사고가 발생한 2014년 이후 중국의 전지 관련 기업(BYD )의 매출이 전년 대비 220% 성장세를 보였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SK텔레콤의 5세대 국산장비 상용화는 과거 86TDX교환기 국산화와 1996CDMA 상용화에 비견될만하다. 당시 TDX교환기 상용화는 집집마다 전화 한 대씩 사용하는 시대를 열었다. 유선전화기 한 대가 강남 소형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던 시대를 종식시켰다. SK텔레콤의 ‘CDMA 세계 최초 상용화는 대한민국을 통신강국을 넘어 IT강국으로 이끌었다. 이번 SK텔레콤의 5세대통신장비 국산사용 통큰결단상용화에 찬사를 보낸다.

chang@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