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규 칼럼] 무서운 사사카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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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규 데이터뉴스 대표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미국 싱크탱크를 주름 잡는 큰손하나를 만날 수 있다. L스트리트 1819번지에 자리 잡은 사사카와평화재단(Sasakawa Peace Foundation)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익재단법인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재단으로 통한다.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가 만든 이 재단은 세계 싱크탱크의 돈줄이다. 세계 유수의 싱크탱크 치고 이 재단의 지원을 받지 않는 곳이 드물 정도다. 연간 예산이 6000억 정도로 예산 절반 정도가 해외 연구기금으로 지원된다고 한다 

이 재단은 워싱턴의 화수분으로 비유된다. 싱크탱크와 전문가들이 일본과 관련된 그럴 듯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낼 경우 도쿄발 지원금이 곧바로 도착한다고 한다. 2014년만 예를 들어보자. 사사카와재단이 미국내 프로젝트가 12개다. 후원 등 직간접 지원까지 합칠 경우 100여건 이상이다. 한번에 10만달러 이상 비용이 들어가는 큰 포럼행사도 수두룩하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이름만 빌려, 도쿄에서 진행하는 행사도 많다. 브루킹스연구소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비롯한 주요 싱크탱크들이 주최한 몇몇 일본 관련 세미나는 여지없이 사사카와재단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미국 내 프로젝트는 안보와 정치에 국한하지 않는다. 위기대응, 원자력, 테크놀러지 등 각종 분야에 망라돼 있다.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는 사사카와재단이 가장 많이 자금을 투자하는 분야다. 매년 20만달러 이상을 쓴다. 스탠퍼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가 대표적이다. 일본인과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한다. 싱크탱크 뿐만아니라 대학까지 손을 뻗친 지 오래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재단와 원자력에너지포럼은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만들어진 미·일 네트워크로 설립초기부터 일본 자금이 들어갔다. 셰일가스 미국 수출업체외 일본 수입업자들이 서로 이익을 나눠먹는 장소라고 한다.

차세대 미·일 전문가 양성 역시 사사카와재단의 임무 중 하나다. 17만달러 정도의 예산을 들려 2030를 주축으로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의 한국전문가 역시 사사카와재단의 돈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재단은 지난 2014년 데니스 블레어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을 이사장으로 영입한 사실이다. 그는 미국의 안보총책이었다. 그는 2015년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인권유린 논란이 일자 일본이 과거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한국도 베트남전 때 아주 무자비했다고 물타기 발언을 했다. 사사카와 일본재단은 난징학살 등을 허구로 부정하는 책을 출간한 뒤 영어로 번역, 전 세계에 보급했다

사사카와재단 자금의 국내침투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의 외교의 전문가들이 이 재단과 관련된 행사에 초청받아 매년 참석하는 것은 진부한 얘기다. 내로라하는 대학들 역시 자금을 직접 받기도 했다. 특히 국제관계와 역사분야에는 그러한 경향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학교가 1995년 사사카와재단으로부터 100억원을 지원받고, 서울대 뉴라이트 안병직 교수가 토요타 재단기금을 받은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연세대는 20년째 사사카와재단 자금으로 아시아연구기금의 간판을 달고 한일관계연구를 하고 있다. 고려대도 1987년 일본재단에서 10억원을 받아 `사사카와 영-리더(Young-Leader) 장학금'을 조성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고려대의 한 교수는 "1980년대 말부터 일본재단이 한국의 유명대학 교수에게 전화를 일일이 걸어 연구비 지원 제안을 해와 실제 일부 교수가 그 돈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본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은 연세대와 고려대를 비롯해 수재의연금복지단체 기부, 국제정치학회 조직위원회 지원 등 1973년부터 30여년간 한국에 꾸준히 `기부'라는 명목으로 자금지원을 해왔다.

독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본의 목표는 국제사법재판소로 이 문제를 끌고 가는 것이다. 결과는 뻔하다. 국제사업재판소 소장은 현재 일본인이고, 각국에서 파견된 재판관들 역시 친일파로 알려지고 있다. 전 세계 국제법과 외교, 역사 등을 공부한 전문가들 중 사사카와재단 지원을 받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본 측 로비를 연구한 팻 코에이트는 1990`영향력의 요원들(Agents of Influence)`이라는 책을 통해 "일본이 워싱턴을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 관료들을 중심으로, 2단계는 워싱턴 로비스트들과 고문들을, 그리고 3단계로 의원들과 보좌관들을 매수한다고 했다. 이른바 `국화클럽(친일 그룹)`의 존재를 밝혔다.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교수, 켄트 칼더 SAIS 교수, 리처드 사무엘스 MIT 교수 등이 친일파 원로그룹에 속한다. 조지타운대 교수이자 CSIS 일본 석좌연구원인 마이클 그린은 중견그룹 대표 주자라고 한다.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와 하버드대 교수인 조지프 나이는 미·일 관계 전문가로서 정책 조율에 앞장서고 있다.

그 밖에도 미국 유수 대학에는 일본 전문가들이 수두룩하다. 아시아를 다루는 싱크탱크에도 일본 전문가가 없는 곳은 없다. 이들 외연에는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재무부 등에서 일본 문제를 정책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전직 대사와 외교관, 국방무관과 정보요원 등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인사들이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단골로 출연한다. 미국 재계나 기업에도 일본통들이 수두룩하다. 사사카와재단 워싱턴사무소 핵심 인물인 댄 밥은 미국 상원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을 맡은 프랭크 자누치는 미국 의회에서 뼈가 굵은 아시아통이다. 여기에 각종 로비단체들과 법률회사를 통한 의회 로비를 합한다면 일본 로비력은 입이 벌어질 정도다.

사사카와는 어떤 인물이며, 재단 설립자금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는 트 베니토 무솔리니를 존경한 극우파 파시스트다. 군용기를 타고 직접 이탈리아로 가 무솔리니를 만나고 올 정도였다. 19322차세계대전 말기 가미가제 특공대개념의 창안자이기도 하다. 일본의 대중당(22세에 설립), 전일본 애국자 단체회의(전애회의) 등에도 간여했다. WHO100달러를 기증, 10만달러를 지급하는 사사카와 보건상도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A급 전범용의자로 체포, 스가모 형무소에 투옥됐다. 그러나 미 군정은 천황에게 '항복도 대비해야한다'는 편지를 보낸 것 등을 참작해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경정협회를 만들어 도박산업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도 당시 감옥에서 아베신조 조부와 인맥을 쌓은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재단의 진짜 핵심자금은 만주 등 식민지에서 약탈해간 금은보화였다고 한다. 얼마전 정통한 소식통으로 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도박사업은 자금세탁의 명분용이라는 것. 그는 약탈한 천문학적인 금은보화를 천황에게 보낸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군수물자를 실어온 배를 통해 금을 수없이 보냈고, 2차 대전 말기에는 천황에게 패전에 대한 준비와 이 금을 이용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금이 당시 일본예산 4년치에 해당할 정도로 엄청났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패전 후 미 군정체제로 돌입하자 천황은 그 금은보화를 쓸 수 없으니 당신이 처리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그는 금은보화를 판 자금을 자선사업과, 미츠비시(三菱) 등 일본대표적인 기업에 투자했고, 기업들의 급성장과 함께 그도 재산을 증식시켰다. 그리고 그 돈으로 국가를 위해 재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그가 시장에 금을 내다팔 때마다 세계 금시장은 출렁거렸다고 한다.

최근 한국은 일본의 반도체 핵심원료 등 대한수출규제 조치가 나오자 불안초조 그 자체다. 이미 예고된 참사다. 위안부 사태만해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간에 맺은 협약을 파기했다. 악법도 법이다. 전정권이 아무리 실수를 했어도 그렇다. 국가간에 맺은 약속은 지켜야 한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걸 잃게 된다. 논란이 뻔한 징용자배상 판결도 그렇다. 위안부와 징용자 배상은 한일협정 지원금으로 큰 기업들이 출연하면 된다. 일본이 돈을 준다해도 치사하게 그 돈 받지 말라. 명분을 잃으면 존재감을 잃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오게 된 것은 전략실패요 지피지기의 부족이다. 일본은 철저한 검토 끝에 한국에 강펀치를 날렸다. 예고된 참사다.

현 정부의 대응방식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언제나처럼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느낌이다. 감정으로만 싸워서는 백전백패다. 냄비 끊는 소리는 소용없다. 겁이 많은 개는 큰 소리로 짖는 법이다. 현 정부 들어 외교 역시 미국통 일본통이 뒷전으로 물러난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최근 네플릭스에서 미국드라마 ‘데지그네이티드 서바이버(Designated Survivor, 지정생존자)’를 봤다.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지식과 지혜, 그리고 결단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인 지 여실히 보여줬다. 국가운명이 달린 결단을 수시로 해야 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또 어떤 참모를 써야하는 지도 잘 보여줬다.

상업의 전쟁터에서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는 기업인들이 안쓰럽다. 그 상처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 처절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chang@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