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숲 속에서 춤추는 요정, 노랑망태버섯

장마철 습기많은 야산에서 볼 수 있어…서양에서는 '드레스버섯'으로 불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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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망태버섯은 우아한 망태로 인해 드레스버섯이라고 불린다. 사진=조용경

“햇볕 한 줌 없는 그늘 속에서도 기품있고 아름답게 눈을 뜨고 사는 너 / 어느 디자인도 흉내 낼 수 없는 너만의 빛깔과 무늬로 옷을 차려 입고서 / 누가 보아 주지 않아도 멋진 꿈을 펼치는구나”

이해인 수녀님이 쓴 ‘버섯에게’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의 이른 아침, 잡목이 우거진 숲 속의 습기 찬 지역을 헤매다 보면 노란 망사 드레스를 입은 요정들이 춤추는 듯한 모습의 버섯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노랑망태버섯’입니다.

노랑망태버섯은 말뚝버섯과에 속하는 버섯으로, 장마철인 6월 하순부터 8월 초순까지 볼 수 있는 버섯입니다.

노랑망태버섯은 장마철 습기찬 잡목숲에서 피어난다. 사진=조용경

아침 시간에 땅속에 묻혀있던 작은 메추리알 비슷한 버섯 알이 땅을 뚫고 솟아 오르며 윗부분이 터지고 버섯 자루가 솟아나옵니다. 

이렇게 버섯자루가 점점 자라다가 머리부분에 종 모양의 버섯갓이 만들어지고, 갓 안쪽에서 노란 색의 망태가 둥글게 빠져 나오다가, 어느 순간 망사 드레스처럼 활짝 펼쳐집니다.
 
이 망태는 잡목 숲에서는 노란색을 띄고 있지만, 대나무 숲에서는 흰색을 띄게 된다고 합니다.
 
이 노랑망태버섯은 버섯 종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버섯이라는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버섯의 특성상 보통은 몇 개체씩 무리를 지어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무희들이 떼를 지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노랑망태버섯은 노란 드레스를 입은 무희들이 춤을 추는 듯 하다. 사진=조용경

길게는 두 시간 이상에 걸쳐 진행되는 노랑망태버섯의 개화과정을 연속 촬영하여 고속편집을 하면 환상적인 한 편의 동영상이 됩니다. ‘노란색 버섯 여왕의 탄생’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이 버섯을 신부의 드레스 같다 하여 ‘드레스버섯’이라고도 한다네요. 

노랑망태버섯을 포함한 말뚝버섯 종류의 머리부분에서는 악취가 풍겨나옵니다. 머리 부분에서 분비되는 점액질 물질에 포함된 포자를 주변에 퍼뜨려 줄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한 냄새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되는 버섯입니다.

운 좋게도 장마철 잡목이 우거진 숲에서 이 요정들을 만나 촬영을 하실 때는 모기들에게 강제헌혈을 당할 각오 정도는 하시는 게 좋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