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통한 ‘입소문 SNS전략’으로 유니레버의 새 비누 대박”

WSJ, “기업 마케팅에 인공지능은 전략 그 자체…‘디지털 인플루언서 경제’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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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활용품의 공룡 유니레버가 인공지능(AI)의 힘을 이용, 자사의 비누를 세계적 트렌드로 띄웠다. 도브(Dove)가 미국의 인기 쿠키 브랜드 크럼블(Crumbl)과 손잡고 출시한 ‘쿠키향’ 바디케어 제품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대히트를 쳤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니레버가 매주 수천 건의 디지털 콘텐츠를 자동 생성해 수만 명의 인플루언서에게 공급하고 있다”며 이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몇 건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유니레버는 제품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했다. 

이 회사는 생성형 AI 콘텐츠 플랫폼인 ‘젠(Gen) AI 콘텐츠 스튜디오’를 운영중이다. 인플루언서가 만든 짧은 영상도 AI로 리믹스해 틱톡,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에 맞게 자동 최적화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이 성공에 힘입어, 도브 같은 생활용품의 SNS 입소문을 위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향후 1년 안에 10~20배 확대할 계획이다.

WSJ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평범한 생활용품에 대해 AI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트렌디하게 탈바꿈시키고 있다. 유니레버는 도브 비누 같은 제품을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 히트’시키기 위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니레버는 AI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유니레버의 최고 기술 책임자인 스티브 맥크리스털은 “현재 수만 명의 인플루언서와 협업하고 있다”며,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성장을 이끄는 강력한 경로이며 동시에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셜미디어 소프트웨어 기업인 스프라우트 소셜(Sprout Social)의 연구를 인용해 “전체 소비자의 절반 정도가 매달 최소 한 번은 인플루언서 콘텐츠에 영향을 받아 구매를 한다”고 말했다.

유니레버는 바세린, 트레셈메 등 다양한 산하 브랜드를 인플루언서들이 홍보하고 있다. 최근엔 쿠키 향의 도브 바디케어 제품이 이들의 홍보로 대히트를 기록했다고 WSJ는 밝혔다. 올해 2월 유니레버는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속도를 올렸다. 그동안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유니레버는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발맞추고 성장을 재점화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기술 부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품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

유니레버는, 하지만 수천 명의 인플루언서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비주얼 콘텐츠 즉 ‘에셋(asset)’을 기하급수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여기서 AI가 활용된다고 WSJ는 강조했다.

“이제 우리는 매주 수천 개의 에셋을 브랜드별로 생성하고 있다. 이전에는 몇 달에 몇 개 만들던 수준이었다”라고 맥크리스털은 말했다. 이 시각 자료들은 인플루언서들이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달된다.

올해 초 유니레버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도입, 자사 제품들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제품의 다양한 버전, 라벨, 포장, 언어 형식을 하나의 파일로 통합, 이미지 생성을 빠르고 저렴하게 하도록 했다.

이 디지털 트윈들은 유니레버가 2023년 출범시킨 AI 기반 콘텐츠 생성 시스템 ‘생성형 AI(Gen AI) 콘텐츠 스튜디오’에 입력된다. 이 시스템은 프롬프트 기반으로 정지 이미지와 카피를 생성할 수 있다. 이 플랫폼 덕분에 유니레버는 인플루언서들에게 제공할 브랜드 콘텐츠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 뿐 아니라, 인플루언서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자사 SNS 콘텐츠로 빠르게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예로는 작년 도브와 크럼블 쿠키 브랜드의 협업이 있다.

도브는 당시 식품향을 첨가한 입욕제품 트렌드를 반영, 비누, 스크럽, 데오드란트 등 한정판 제품군을 출시했다. 유니레버는 구매자의 52%가 기존에 도브 제품을 구매한 적이 없는 새로운 고객이었으며, SNS를 통해 얻은 35억 건 이상의 ‘도달 수’(impressions)가 성공의 열쇠였다고 밝혔다.

AI는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유니레버 북미 마케팅 책임자 류 요코이는 “100개 이상의 인플루언서 콘텐츠(정지 이미지 및 짧은 영상)를 생성형 AI로 다양한 크기, 형식, 길이로 리믹스해 플랫폼별 타깃 오디언스에 맞춰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인간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AI 기반의 가상 인플루언서들도 주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랜드와 활용 방식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AI는 앞으로 마케팅의 여러 측면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