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미국 유료방송 시장에서, 차세대 주도권 싸움을 본격화하고 있다. 제3자 플랫폼이 다른 방송 서비스들을 묶어서 파는 ‘번들링’을, 압도적 1위 업체인 아마존과 로쿠(Roku)와 유튜브, 애플 등이 급속히 확산시키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이에따라, 한국 유료방송 시장 1위 업체인 케이티와 티빙, 쿠팡, 네이버 등의 번들링을 통한 향후 미디어시장의 경쟁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에서 제3자 플랫폼을 통한 유료방송 신규 구독은 지난 2년간 40% 가량 급증했다. 이는 전체 신규 구독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넷플릭스(Netflix)·디즈니 플러스(Disney+) 등 다른 방송 서비스는 이에 맞서 자사 사이트를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파라마운트 등 특정 방송을 시청은 하지만, 각 방송사의 별도 앱을 구독하지는 않고 있다고 NYT는 밝혔다. 대신, 이들 시청자는 아마존 등의 앱을 통해 파라마운트 등 여러 방송사의 동영상 시청을 서비스 받는다.
미국 스트리밍 시장에서 아마존 등 ‘플랫폼’을 통한 구독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존을 최선두로, 로쿠(Roku)·유튜브·애플 등이 다른 경쟁 방송사의 서비스를 묶어 구독시키는 ‘번들링’을 급속히 확산시키고 있다.
혼란스러운 앱, 결제, 비밀번호의 미로에 직면한 시청자들은, 단일 공급자를 통해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점점 더 이동하고 있다. 테크, 미디어, 케이블 회사들이 이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구독 분석 전문기업인 앤테나의 조사를 보면, 제3자 플랫폼을 통한 ‘공개 인터넷 방송(OTT·Over The Top.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서비스를 거치지 않고 제공되는 미디어 서비스)’의 신규 구독은 지난 2년간 40% 가량 급증, 전체 신규 구독의 3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의 압도적 1위 업체는 아마존이다.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채널스’는 4600만가구의 구독을 유치했다. 여기에 로쿠·유튜브·애플 등 경쟁 플랫폼들도 앞다퉈 가세하며 ‘새로운 스트리밍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들이 △많은 OTT 앱에 대해 △매월 각각 결제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원스톱 숍’을 갈망하면서 본격화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아마존이 2023년 자체 조사한 결과, 시청자의 77%가 “모든 스트리밍 앱을 한 곳에 통합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 이 발견은 아마존이 이 전략을 더욱 추진하는 데 “더 큰 확신을 주었다”라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책임자 앨버트 청은 말했다.
NYT에 따르면, 플랫폼의 위력을 입증한 결정적 사건은 에이치비오(HBO. 미국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산하의 유료 케이블 네트워크)맥스의 아마존 이탈 사태다. HBO맥스는 2021년 수수료 문제로 아마존을 떠났다가 하룻밤 만에 구독자 510만명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8개월이 지나도 재가입자는 50만명을 밑돌았다. 하지만, 2022년 말 아마존에 돌아오자 3개월 만에 300만명 이상이 재가입했다.
아마존에서 앨버트 청의 임무는 잠재적 파트너들이 프라임 비디오를 프로그램의 유용한 종합 플랫폼(aggregator)으로 생각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는 “프라임 비디오가 파트너들이 단독으로는 얻기 어려웠을 신규 구독을 이끌었다”며 “많은 사람이 모든 것을 한 곳에서 소비할 수 있는 곳에 있기를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아마존 등 제3자 플랫폼을 통하면, 각 방송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신규 구독자를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구독료의 30~50%에 달하는 막대한 수수료를 내야 한다. 특히 구독자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도 끊기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구독자 3억명의 최강자 넷플릭스는 제3자를 통한 플랫폼 판매를 회피하고 있다. 디즈니도 이를 관망중이다.
반면 애플티브이플러스(TV+)는 지난해 말 아마존 채널에 합류한 후, 신규 구독의 29%를 이를 통해 확보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크런치롤(Crunchyroll)·브릿박스(BritBox) 등 틈새 시장의 서비스들도 제3자 플랫폼을 통해 인지도와 구독자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NYT는 밝혔다.
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스트리밍 전쟁의 다음 장’이자 ‘21세기형 케이블 번들’로 평가한다. 과거 컴캐스트 등 케이블티브이가 채널을 묶어 제공하듯, 테크 플랫폼들이 OTT 서비스를 묶어 유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앤테나의 조너선 카슨 최고경영자(CEO)는 “이 전쟁의 승리자는 과거 케이블 제공업체가 그랬던 것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 변화를, “나이키가 몇 년 전 소매점에서 철수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로 한 결정”에 비유했다. 그 전략은 실패했고, 나이키는 다시 매장에서 스니커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신발 할인점에 가서 운동화를 산다. 만약 나이키가 진열장에 없다면, 나이키는 그 판매를 못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아마존의 앨버트 청은 “우리는 물건 판매를 가장 잘하는 회사”라며 “소비자들이 우리를 스트리밍의 종합 ‘장터’로 인식하도록 할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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