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의 며칠 치 데이터 패턴 분석, AI는 단 몇분 만에”

FT, “KPMG 세금계산 프로그램이 트럼프 관세폭탄때 기업에 수천억원 아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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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회계법인 케이피엠지(KPMG)가 인공지능(AI) 전문서비스를 출시, 복잡한 세금계산 모델을 신속히 제시하고 감사 효율을 높여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금융·회계 전문가의 절반가량은 AI를 매일 사용 중이다. 컨설팅 현장에서 AI는, 며칠 걸리던 데이터 패턴 분석을 몇 분 만에 끝내고 있다. 

기업의 AI 도입 초기에는 효율의 10~15% 증대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화두였다. 이제는 투자수익률(ROI)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정책 확대를 시사하자 글로벌 시장은 일순간 공포에 휩싸였다. 기업들이 혼란에 빠져있던 바로 그때, KPMG는 불과 몇 주 만에 AI 기반의 ‘관세 계산 모델’을 내놓았다. 

이 모델 덕분에 고객사들은 수억 달러(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스티븐 체이스 KPMG AI 책임자는 “지난 10년간의 지속적인 AI 투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시장에 처음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FT에 평가했다.

전통적인 ‘인력 싸움’이 지배하던 회계·컨설팅 업계에 AI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거대 인력을 투입해 감사를 진행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생존 공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KPMG는 경쟁사와의 감사 수주전에서 AI 덕분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고 FT는 설명했다. 경쟁사는 당초, 감사 업무 이관을 위해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반면 KPMG는 자사의 AI 감사 플랫폼 ‘클라라(Clara)’를 시연했다.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체이스는 “회의적이었던 고객이 그 자리에서 KPMG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대형 법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FT는 강조했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매출 5억 파운드(약 9778억 원) 이하의 중소 회계법인 중 절반가량이, AI 도입 후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다. 이는 주 40시간 근무 중 거의 절반을 되찾는 것과 맞먹는 효과였다.

미국 와튼 경영대학원의 조사에서도, 금융·회계 전문가 2명 중 1명은 매일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33%)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AI 도입이 ‘선택’이 아닌 ‘(기존 업무에 대한) 통합’의 문제로 넘어갔다고 입을 모은다. 컨설팅사인 앨버레즈 앤 마살의 디렌 라왈 전무는 “기술 자체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이를 복잡한 업무 흐름에 얼마나 안전하고 지능적으로 통합하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의 파급력은, 규모가 아니라 깊이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컨설팅 현장에서 AI가, 며칠 걸리던 데이터 패턴 분석을 몇 분 만에 끝내고 있다. 수천 개의 계약서는 몇 시간 만에 검토한다. 실험 결과 일반적인 생산성 향상은 10~15% 수준이지만, 특정 작업에서는 효율이 최대 80%까지 치솟기도 한다고 FT는 분석했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있다. 글로벌 법인 간, 혹은 직급 간의 ‘디지털 격차’다. 회계법인 임원급인 파트너의 AI 활용도가 실무진에 비해 떨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체이스는 “파트너들에게 ‘앞장서서 이끌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생산성’을 넘어 ‘투자수익률’로 향하고 있다. 조나단 킨 액센츄어 전략 책임자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부족하다”며 “AI를 통해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PMG의 체이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생산성이 오르냐는 질문은 이미 철 지난 이야기다. 모두가 묻고 있는 건 단 하나, ‘그래서 돈이 되는가’다. 올해는 바야흐로 ‘ROI의 해’가 될 것이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