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AI가 대신 결제하는 ‘에이전틱 커머스’ 열려

신한카드, 실거래 성공… 국민·현대카드, 카카오페이에 은행권 등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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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AI가 대신 결제하는 ‘에이전틱 커머스’ 열려
국내 금융권에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해 상품을 탐색하고 직접 결제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품 탐색·비교·예약·결제까지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차세대 상거래 방식. 사용자는 최초 1회 권한만 부여하면, 이후 모든 거래는 AI가 알아서 처리하게 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와 은행권, 핀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 에이전트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비자·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빅테크와 해외의 금융 공룡들도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국내 AI 에이전트의 현재 흐름은 크게 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결제 표준 선점형. 신한카드와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다. 둘째는 업무 자동화형. 결제의 한 단계 전인 상담·심사·추천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플랫폼 결합형. 네이버페이·토스·카카오뱅크 등이 소비와 금융을 한 화면 안에 담으려 한다.

신한카드, 국내 첫 ‘실거래’… 모빌리티에서 여행·쇼핑으로 확대

신한카드는 마스터카드와 협력, 사람을 대신해 AI가 목적에 맞춰 검색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끝내는 ‘AI 에이전트 페이(AI Agent Pay)’를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최근 실증했다.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가맹점을 통한 거래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번 실거래 테스트는 통제된 가상 환경이 아니라, 실제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동해 진행됐다. 사용자가 목적지를 설정하면 AI 에이전트가 최적의 이동 수단을 탐색해 예약하고, ‘에이전트 페이’가 자율적으로 결제를 마친다. 사용자는 최초 단 한 번의 승인만으로 모든 과정을 끝낼 수 있다.

신한카드는 해당 과정에서 인증 및 권한 관리, 결제 프로세스 설계, AI 기능 고도화, 가맹점 연동 등 AI 에이전트 페이 구현에 필수적인 시스템 전반을 마스터카드와 공동 설계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AI 주도 결제 환경에서도 보안과 통제라는 카드 결제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며 고객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여행, 쇼핑 등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영역부터 서비스를 순차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신한카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범국가적 협의체인 ‘에이전틱 AI 얼라이언스(Agentic AI Alliance)’에도 나선다. 약 250여 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이 전략 조직에서 신한카드는 유일한 민간 금융사로 선정됐다. 신한카드는 산업, 기술, 생태계, 안전·신뢰 등 4개 분과 중 '생태계' 분과에 소속되어 핵심 AI 에이전트와 관련 도구를 전략적으로 확충하고, 서비스 유형별 민관 협력형 책임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국민카드, ‘AI마케팅 시스템’으로 B2B 데이터 주도 선포

국민카드는 AI 에이전트를 직접 결제에 적용하기보다, 마케팅과 데이터 사업에서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업권 최초로 오픈한 AI 마케팅 전용 시스템(AI Marketing System)을 통해 최적 고객 타게팅, 맞춤 제안, 접촉 시점 효율화 등 마케팅 요소에 개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이 시스템을 통해 수행한 캠페인에서 반응률이 2배 이상 향상됐다고 전했다. 기존 캠페인의 경우, 1건당 약 10단계 업무를 거쳐 실행까지 평균 5영업일이 소요됐던 반면, 이 시스템을 통해서는 약 5단계, 평균 3영업일로 단축됐다.

국민카드 AI데이터사업그룹 AI센터에서는 ‘중장기 AI에이전트 로드맵’을 근간으로 상담, 마케팅, 업무 매뉴얼 등 성과 창출도가 높은 영역부터 AI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며, 전사 디지털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소비 데이터 분석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카드가 최근 2년간 고객의 생성형 AI 유료 구독 서비스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구독 고객 수는 2년 만에 413% 증가했으며, 결제 금액도 516% 뛰었다. 특히 텍스트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자 수는 491%, 이용 금액은 609% 급증해 시장 성장세를 견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맞춤형 AI 마케팅 솔루션을 비투비(B2B) 시장에 공급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키우고 있다.

현대카드, 자체 ‘AI 에이전트’로 1260만 명 데이터 분석

현대카드는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활용해 금융 개인화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현대카드는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연간명세서 2025’에 적용했다. 이번 서비스 제작 과정에서는 1260만 명의 고객 결제 데이터 분석, 회원별 개인화 메시지 생성, 결과 검수까지 전 과정에 AI 에이전트가 사용됐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설계된 이 시스템은 현대카드 회원의 방대한 결제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분석하고, 회원별 맞춤형 메시지 생성과 결과 검수까지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연간명세서는 단순히 돈을 어디에 썼는지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라, 데이터가 들려주는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경험”이라며 AI 개인화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AI 구독 시장에서도 현대카드는 챗지피티, 클로드 등 5대 AI 플랫폼 구독 시 1만 원 캐시백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고객 선점에 나서고 있다.

하나카드·삼성카드, ‘AI 구독 락인’ 전략으로 2030 세대 선점

하나카드와 삼성카드는 AI 에이전트 결제 인프라 구축보다는, AI 플랫폼 구독 시장을 통한 충성고객 확보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하나카드는 하나 신용·체크카드로 챗지피티 유료 구독 시 현금 5000원 상당의 하나머니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생성형 AI 서비스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업무와 일상의 생산성을 결정짓는 필수 고정비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고객들이 AI 구독 결제 카드로 하나카드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신규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것이 이 이벤트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삼성카드는 토스 삼성카드 등 3종의 카드를 통해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AI 플랫폼 구독 시 50% 결제일 할인을 제공한다. 아울러 삼성전자 AI 구독 서비스와 제휴 카드를 연계해 비스포크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스마트 가전 구독 요금을 자동이체 결제 시 할인해주는 상품도 운영 중이다. 7대 전업카드사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삼성전자 AI 구독’ 카드를 통해 단순한 가전 구매를 넘어선 AI 라이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구독형 가전제품을 자동납부 결제로 이용할 경우 전월, 이용실적에 따라 매월 1만~3만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구독 경제의 특성상 한번 결제 수단으로 등록된 카드는 교체 주기가 매우 길다”며 “AI 구독 시장 선점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차세대 락인(Lock-in)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올해 자산관리 등 AI에이전트 100개 개발

은행권도 AI에이전트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에이전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약 100개의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 자산관리(PB), 기업영업(RM), 금융상담, 여신심사 등 핵심 업무에 이미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법인 여신 영역에서 생성형 AI 기반 ‘여신심사지원 에이전트’를 도입해 기업분석과 심사 효율화에 나섰다. 반복 데이터 정리를 줄이고 직원이 맞춤형 금융솔루션 제안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뱅크는 ‘AI 네이티브 뱅크’ 전환을 선언하며 앱 내 결제 홈과 AI 투자 에이전트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700만 고객의 앱 데이터와 금융 특화 LLM을 결합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는 장차 AI가 결제·투자·자산관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카카오페이, 'x402 재단' 창립 멤버… 코인 결제 표준 노려

핀테크 진영에서는 카카오페이가 글로벌 AI 결제 표준 경쟁에 국내 유일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리눅스 재단이 발족한 ‘엑스(x)402 재단’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국내 결제사 중 처음이자 한국 기업 중 유일한 합류다. 

x402는 코인베이스가 주도하는 차세대 웹 결제 프로토콜이다.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온체인 결제 인프라로, 웹 상호작용에 결제 기능을 직접 내장해 즉각적인 자산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서버가 결제 조건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면, 사용자 또는 AI가 이를 자동 수락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송금하는 방식이다.

재단에는 코인베이스·구글·아마존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비자·마스터카드·스트라이프·쇼피파이 등 글로벌 빅테크 및 결제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카카오, 카카오뱅크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가속화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결제 인프라 장악하는 자가 미래 상거래 지배”

국내 금융권의 경쟁이 뜨거워지는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의 판도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시장 자체는 2026년에 88억 달러(약 13조 1040억 8000만 원)에서 109억 달러(약 16조 2355억 5000만 원)로 평가되며, 3년 이내에 AI 간(AI-to-AI) 상거래 규모가 460억 달러(약 68조 51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결제회사들도 AI에이전트 활용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비접촉식 모바일 결제 및 카드 저장 거래를 지원하는 토큰화 기술을 기반으로, ‘에이전트 토큰(Agentic Tokens)’을 도입했다. 비자는 신원 확인, 지출 제어 및 토큰화된 카드 자격 증명을 위한 응용프로그램 프로토콜 인터페이스(API. Application Protocol Interface)를 100여 파트너사에 개방했다.

한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AI 에이전트 결제는 단순한 자동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소비의 ‘결정권’을 AI에게 위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이 인프라를 선점하는 기업이 향후 디지털 상거래 전체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AI가 자율적으로 결제를 수행하는 환경에서 오남용과 보안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이용자 보호 기준 마련이 관련업계에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