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기업은행장, 임기말 행보에 쏠린 눈

차기행장 낙하산 논란에 금융상품 끼워팔기 등 국감서 집중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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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국내 최초 여성은행장인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최근 은행권 국정감사에서 기업은행을 둘러 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집중 질타를 받았다. 권 행장이 임기 만료를 석달여 앞두고 있는 터라, 최근 불거지고 있는 차기 행장 낙하산 논란도 주목을 끌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1978년 기업은행원으로 입사해 35년만인 지난 2013년 은행장자리까지 오른 정통 기업은행맨이다. 그녀는 조준희 행장에 이은 두 번째 기업은행 내부 승진 행장으로 취임 당시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취임 이후 2년 연속 순이익 1조원이란 쾌거를 이루며 재임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최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차기 행장으로 거론되며 연임이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때문에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업은행을 향한 정무위 위원들의 강한 질타는 권 행장에겐 더 뼈아플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은행은 피아·관피아 천국"

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기업은행과 자회사에 임원으로 재직 중인 공직자 및 정치권 출신 인사는 전체 임원 45명 중 51.1%(2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임원 중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 인물의 출신으로는 기획재정부(재경부 포함)가 4명, 공정거래위원회 1명, 여성가족부 1명 등 공직자 출신 총 10명과 정치권 출신 10명, 금융권 출신 3명 등이다.

소속별로는 기업은행(감사,사외이사)·IBK캐피탈(부사장·상근감사위원·사외이사)·IBK저축은행(사외이사) 각 4명, IBK투자증권(사외이사)·IBK연금보험(부사장·사외이사)·IBK자산운용(사외이사) 각 3명, IBK신용정보(대표이사·부사장) 2명 등이었다.

권 행장은 이미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새로 임명된 기업은행 임원 13명 중 6명인 46%가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바 있다.

같은 논란으로, 같은 자리에 선 권 행장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경영승계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 행장은 장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차기 행장 내정설과 관련해 외부선임 행장과 내부 승진 행장 중 어느 쪽이 기업은행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냐"는 질문에 "내부 승진 쪽이 업무 파악이 쉬울 것"이라면서도 현 전 수석과 관련한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는 등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5대 금융악-금융상품 끼워팔기…대출연장하면 금융상품은 덤

국무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가계대출연장 고객을 대상으로 7만871건의 '금융상품 끼워팔기'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상품 끼워팔기는 지난해 금감원이 서민금융을 위협하는 5대 금융악으로 규정하면서 민생보호를 위해 특별대책을 마련하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던 항목이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이 가계대출 기간연장을 조건으로 예금, 신용카드 등 금융상품을 판매한 비율은 올해 6월 기준 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가입을 장려하고 있는 ISA(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상품 끼워팔기는 올해 집계된 9194건 중 9.5%에 해당하는 877건이나 됐다.

이미 일임형 ISA의 수익률을 부풀렸다는 이유로 한차례 논란에 휩싸인 바 있었던 기업은행은 또 다시 '실적을 위한 무분별한 고객 유치'로 강한 질타를 받았다.

IT시대에 왠 길거리 점포(?)…"최고 망신사업" 맹비난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 의원이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길거리점포사업'을 통해 146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길거리점포사업은 지난 2011년 기업은행이 부족한 점포수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전국에 노후화된 공중전화 부스 2000대를 임차해 ATM 점포를 설치한 사업을 말한다.

설치된 ATM은 일반 ATM과 같은 기능을 하지만 KT 링커스와 계약을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부스 임차료, 광고비용, 부스제작비용 등이 더해져 일반 ATM보다 운영 비용이 4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은행은 이 사업에 148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고도 수수료 수익 20억가량 밖에 회수하지 못해 146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이학영 의원은 길거리 점포 사업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역행하는 사업으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미래예측 능력을 보여주는 최고의 '망신사업'이라며 맹비난했다.

si-yeon@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