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관피아 천국’, 30년간 27년8개월 관출신CEO

CEO도 모자라 상임이사 등 고위직까지 관출신 장악...최근 CEO 10명중 2명만 민간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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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박시연기자] 한국증권금융의 수장을 맡았던 역대 CEO들 중 최근 10명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8명의 인사가 모두 정부 중앙부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증권금융이 '관피아 천국'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역대 CEO이력에 고스란이 담긴 셈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금융위 통제를 받고 있는 기관이다.

25일 데이터뉴스가 한국증권금융의 역대 CEO중 최근 10명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국민투신(2004년 미국 푸르덴셜금융에 매각) 출신인 김창락 제18대 사장과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출신인 홍석주 제23대 사장을 제외한 8명이 모두 정부 중앙부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용석 제19대 사장은 국세청과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이며 이상혁 제 20대 사장과 김거인 제21대 사장은 국세청 출신이다. 또 맹정주 제 22대 사장은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던 인물이며 이두형 제 24대 회장과 김영과 제25대 사장은 각각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박재식 제26대 사장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물론 대통령 비서실까지 두루 거친 정·관계 마당발 인사다. 현재 한국증권금융을 이끌고 있는 정지원 제27대 사장 역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다.

결국 한국증권금융은 준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김창락 사장이 취임했던 19862월부터 현재까지 약 30년의 기간 동안 민간기업 출신인 김창락·홍석주 사장이 사령탑으로 있었던 총 22개월의 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정·관계 출신 인사의 운영하에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관피아 출신인사는 CEO만이 아니라 상임이사 등 고위임원까지 꿰차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본점 강당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양현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상임이사(부사장)로 선임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관을 감사로 선임한바 있다. 이로써 한국증권금융 상임이사 세명은 모두 정부기관 출신 인사로 채워지게 됐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한국증권금융의 낙하산 인사 선임이 화두가 됐다. 당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인근 감사 선임에 대해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메시지를 담당해 온 사람이 금융 관련 일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조 감사는 여의도연구원에서 금융·경제 분야 지식을 쌓아 왔고 공직자로 근무하며 높은 윤리의식과 리더십을 보유했다며 정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답변을 했던 정 사장 역시 지난 201512월 한국증권금융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금융위 출신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장본인이다.

한국증권금융은 1995년 증권시장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지난 20157월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됐다. 현재는 투자자예탁금을 맡아 운용하거나 증권을 담보로 금융투자업자에게 자금을 대출하는 등의 증권금융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si-yeon@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