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사회, 엘리엇 제안 수용 어떤 걸림돌 있나?

최순실 게이트, 삼성SDS 합병 시 오너 일가 지배력, 사외이사 반대표 '0' 독립경영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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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한 답변 시일이 임박한 가운데, 삼성전자(대표 권오현·윤부근·신종균)어떤 입장을 표명할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엘리엇 제안에 대한 검토와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29일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지난달 삼성전자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리, 삼성물산과 지주사의 합병, 30조 원 특별배당,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 미국 나스닥 상장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이날 일부 매체는 삼성전자가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 방안을 유력 검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고, 한국거래소는 삼성전자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답변시한은 이날 오후 6시까지나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분기 실적발표 당시 엘리엇 주주제안에 대해 11월 말까지 공유하겠다고 답변했고, 이에 대한 논의가 이사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라며 조회공시를 통해 삼성전자가 구제척인 답변을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은 합리적인 방향으로 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에서 그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엘리엇의 제안을 여러 이유로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전자가 인전분할 후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것이다. 엘리엇의 주주제안이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은 최근 들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2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고 국민연금의 찬성을 얻어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공정 합병을 손쉽게 이뤄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최순실과의 연결고리인 삼성물산을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부회장으로서도 그룹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부정한 방법이 동원됐다는 의혹은 삼성 리더로서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 과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 값 인수 논란을 겪었던 이 부회장으로선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30조 원 특별배당 역시 주주환원정책으로 삼성전자 주가를 높여 또 다른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분류되는 삼성SDS(사장 정유성)와의 합병에 긍정적이지 않다.

상법상 삼성전자의 삼성SDS 흡수합병 결정 시 존속법인이 발행하는 신주가 발행주식의 10%가 넘지 않으면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승인만으로 결의가 가능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총이 232조 원(삼성SDS 11조 원)으로 이사회 승인만으로 흡수할 수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경우 삼성SDS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돼 지분 17.02%를 보유한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약해질 여지가 있다.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은 국내 정서와 경영의 독립성 훼손 등의 이유로 거부할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 삼성전자 사외이사들은 20021월부터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낸 적이 없다. 올 들어서도 9월 말까지 총 7번의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6명의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을 행사한 경우는 없다.

한편 국회 정무위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자사주를 이용한 재벌총수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편법 승계를 제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는 12.8%의 자사주를 분할 사업회사 지배에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삼성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쉽게 결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s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