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뜻 거슬러 공고행, '기술신화' 일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금성사 입사 후 세탁기 개발 36년 한 우물 '기술 장인'..세상에 없던 기술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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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LG그룹에 고졸 기술직 출신의 부회장이 탄생했다. 처음이다. 2017년도 임원인사에서 LG전자 1인 대표를 맡게 된 세탁기의 장인조성진 부회장, 개인적으로 그는 올해 LG전자에서 근속 만 40년과 환갑을 맞는다.

조 부회장은 1976년 금성사에 입사해 보급률이 1%도 되지 않던 세탁기를 선택해 이후 36년간 한 우물을 파며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당시 금성사는 선풍기와 밥솥이 최고 인기를 끌고 있었다. 생활 속 아이디어를 제품에 결합하고, 자택과 집무실을 신제품 테스트 장소로 삼았을 정도의 집념은 세탁기를 넘어 LG전자 전 사업에 1·혁신 DNA를 이식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가 1998년 세계 최초로 만든 모터가 세탁통을 직접 움직이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의 세탁기도 조 부회장의 작품이다. 조 부회장이 입사한 후 10여 년 동안은 세탁기를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일본 기술에 의존해야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일본을 넘어서 세상에 없던 세탁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다.

일본 내 세탁기와 관련한 서적을 닥치는 대로 구해 읽었고, 1년에 15번 이상 일본을 드나들며 밑바닥부터 기술을 배웠다. 회사에는 침대와 주방시설까지 마련할 정도의 집념을 보인 끝에 결국 DD모터 개발에 성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진동과 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에너지 효율은 그만큼 높아졌다.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세탁기 내부의 두 군데서 스팀이 분사되는 드럼 세탁기를 개발하며 LG 트롬(TROMM)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렸다. 통돌이 세탁기도 1996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조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트윈워시는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대표적인 혁신 제품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 일정도 2년 가까이 미뤘다. 8년 동안 150명 이상의 개발인력과 2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됐다. LG 세탁기 역사상 개발 기간, 인력, 투자비용 등에서 모두 최대 규모다.

조 부회장의 나의 목표는 LG 브랜드를 고객이 열망하는 글로벌 1등으로 키우는 것이란 말에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이유다.

현장과 사람을 최우선으로 여겨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창원 공장에서 근무한다는 조 부회장은 1956년 충남 대천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15세부터 일본에서 도자기를 구어 온 도예가로, 자식들에게 가업으로 물려주고 싶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부회장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용산공업고로 입학했고, 1976년 졸업과 동시에 바로 금성사 전기설계실로 입사했다. 고교 재학 중 아버지의 권유로 휴학 후 도예 수업을 받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판단에 다시 복학했다고 한다.

9년 뒤인 1985년부터는 전기회전기설계실에서 6년 동안 근무했고, 1995LG전자 세탁기설계실 부장을 맡았다. 2001년 연구위원(상무)으로 임원 승진했고, 세탁기사업부에서 부사장을 역임했다. 고졸 기술직 출신이 LG전자 부사장에 오른 것은 조 부회장이 처음이었다. 지난 연말에는 LG전자 H&A사업본부장으로서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 부회장은 H&A사업본부장 취임 이후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1DNA를 다른 생활가전으로 확대하며 사업본부의 체질을 바꾸는 성과를 냈다. 또 지난해말 출시한 초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H&A사업부의 수익성을 크게 끌어 올렸다. 3분기 누적 H&A사업부 영업이익은 118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4% 올랐다. 영업이익률도 6%에서 9%로 높아졌다. 매출도 4% 늘었다.

이는 조 부회장의 이번 승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 가전에서부터 딥 러닝, 지능화 가능한 생활로봇 등 미래 사업 모델 전담 조직도 구축했다.

한편 조 부회장은 2007년 제32회 발명의 날 동탑산업훈장, 2010년 대한민국 100대 기술 주역상, 2016년 글로벌 품질경영인 대상을 수상을 했다.

s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