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생보사, '자살보험금' 줄다리기 지루한 연장전

중징계 통보받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3사, 소명자료 제출 기한 연장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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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회사 4곳(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알리안츠생명)에 중징계 방침을 통보한 가운데, 자살보험금 지급을 약속한 알리안츠를 제외한 3사가 소명자료 제출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0월28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알리안츠생명 등 총 4개 생보사에 대해 중징계를 통보했다. 이에 알리안츠생명이 5일 소멸시효가 지난건에 대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으나,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지 않고 소명자료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한 것이다.

이들 3사가 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버티는 배경은 '보험금 청구 기간인 소멸시효(2년·2015년부터는 3년)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에서 비롯된다. 보험사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어기고 고객들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면서 그간 ‘지급불가’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약관에서 규정한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중징계를 예고하는 한편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소명 자료를 8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이 통보한 징계 수위는 보험업 인허가 등록 취소와 최고경영자 해임권고 등을 포함한다.

가장 먼저 백기를 든 곳은 알리안츠생명이다. 알리안츠생명은 5일 이사회를 열고 미지급됐던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알리안츠생명이 지금해야 할 자살보험금 규모는 약130억 원(지연이자 포함)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늦게라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징계를 경감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금감원은 알리안츠생명보다 앞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던 흥국생명·메트라이프 등 5개 보험사에 대해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600만 원 정도의 과징금만을 부과했다. 따라서 알리안츠생명 역시 한층 낮은 수위의 징계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삼성생명의 선택은 난감하다. 현재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요구에 응할 경우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금은 약 1585억 원에 이른다. 삼성생명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75억 원의 15.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인데다 삼성생명의 수장인 김창수 사장의 임기가 내년 1월27일 만료되는 등 출구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명자료 제출기한 하루 전인 7일까지만 해도 “현재는 의견서(소명자료)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던 삼성생명은 제출기한 당일 기한 연장 요청을 신청했다.

교보생명은 미지급한 자살사망보험금이 1134억 원가량이다. 교보생명의 3분기 개별 누적 당기순이익은 5279억 원으로 당기순이익 대비 미지급 자살사망보험금 비율로 따지면 교보생명이 21.5%로 삼성생명보다 높다.

한화생명 역시 소명자료 제출기한 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미지급금과 관련해 “아직 자살보험금 액수를 정확히 산출한 적은 없다”면서도 “대법원 판결을 보면 미지급금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si-yeon@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