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규 칼럼] 아직도 통일신라시대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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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정국이 어찌 보면 경제 체질을 고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인사 시스템 개혁이다. 지금은 정치권 외압도 간섭도 없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까지 인사 절차를 정상화시켜 놓으면 쉽사리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거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절대적으로 공감이 간다. 이번 최순실 사태의 근원은 인사실패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최악이다. 그 전 정부도 다를 바는 없다. 하지만 이들 정부의 끼리끼리 인사는 도를 넘었다. 대한민국 정부 요직은 특정지역 출신 위주로 짜여졌다. 정부산하기관 및 공기업 340개의 CEO및 핵심자리는 말할 것도 없다.  

기업들도 다를 바 없다. 박정희 정권 이후 영남정권의 연속이어서 그런지 주요기업의 뿌리를 보면 상당수가 영남이다. 대한민국 10대그룹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한진 가운데 SK(경기), 한진(인천) 한화(충청)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남이다. 물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고향이 강원도여서 영남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죽해야 제조공장을 그곳에 두었을까?. 10대기업 외에 CJ, 효성, 동국제강, 코오롱 등도 창업자가 모두 영남이다. 우리경제에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더 편중이 심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 데이터뉴스에 따르면 삼성그룹 48개 CEO 출신지를 보면 서울 20, 영남 14, 충청 6, 강원 4, 경기인천 3, 미확인 1이다. 호남출신이 하나도 없다. 서울 출신이라고 해도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처럼 뿌리는 영남인 경우도 있다.

기업들의 주요간부들 상황도 마찬가지다. 자세히 살펴보면 타 지역사람이 간부로 올라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게 현실이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보듯 정경유착이 심한 대한민국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대통령의 탄핵을 심판할 헌법재판소도 역시 9명 중 5명이 영남출신이다. 박헌철 소장(부산), 서기석 재판관(경남 함양), 이정미 재판관(울산), 이진성 재판관(부산), 김창종 재판관(구미), 조용호 재판관(충남 청양), 김이수 재판관(전북고창), 안창호 재판관(대전), 강일원 재판관(서울)이다. 야당몫 김이수 재판관만 호남이다. 엇뜻보면 대한민국은 아직도 ‘통일신라시대’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15일 청문회에서 부총리급을 7억에 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조선말기 안동김씨 쇄도정치를 보는 것 같다. 조선말기 안동김씨는 순조, 헌종, 철종까지 연속해서 왕비를 배출하면서 쇄도정치를 했다. 김좌근, 김홍근, 김문근, 김구근 등은 그들의 아들 김병기, 김병국, 김병학 등과 권력을 완전히 틀어쥐고 사실상 김씨 왕조의 시대를 열었다. 그들의 집앞에는 청탁과 매관매직을 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심지어 김좌근의 애첩 나주 기생 양씨(나합:羅州閤下婦人)의 끝발도 대단했다. 관찰사나 수령들은 김좌근보다 세도가 높은 양 씨에게 뇌물을 바치고 높은 벼슬자리를 얻었다. 양 씨의 눈 밖에 나면 부임한 지 열흘도 넘기지 못하고 쫓겨났다. 심지어 김좌근 집에 물을 길어다주는 북청물장수가 그의 눈에 들어 북청군수로 출세하기도 했다. 결과는 나라를 일본에게 통체로 가져다 바치는 참극을 맞았다.

세종대왕은 집권하자 마자 인사정책부터 살폈다.

“정치의 요체는 인재를 얻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문관 6품과 무관 4품 이상은 인재를 3인씩 천거하라. 내 한몸이 어진 인재를 어떻게 다 살필 수 있겠는가. 잘못 추천하여 나라에 해를 끼친 자는 엄히 죄를 가하겠다(세종실록)”

이조판서는 이렇게 천거된 인재풀을 간택 - 평론(評論)- 중의(衆議·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 과정을 거쳐 왕에게 천거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TK)과 김기춘(부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민정수석(영주)를 보면 김좌근이 떠오른다.

4차혁명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 하루는 과거 100년과 맞먹는다. 현 인류가 탄생한 지가 350만년이 흘렀지만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문명의 80%는 과거 100년안에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또 그 80%의 80%는 과거 20년안에 이뤄진 것이다. 향후 5년간 이뤄질 문명의 변화는 그 80%의 80%를 차지할 것이다. 한번 뒤쳐지면 모든 게 끝이다.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번 최순실 사태가 비뚤어진 경제체질과 인사정책을 바로세우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승화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