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롯데회장, '한국기업화'의 숨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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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롯데가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롯데쇼핑, 롯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주요 계열사 분할합병을 통해 지주사를 세우겠다고 한 지 두 달이 됐다.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까지도 딱 두 달이 남았다.

롯데의 발표에 재계와 언론 등 외부에서는
일본 기업 꼬리표 떼기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많다. 롯데 측도 부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롯데는 일본 기업 이미지를 부담스러워 하기로 유명하다. 롯데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에는 지난해 3.1절을 기념해 대형 태극기와 대한민국만세메시지가 달렸을 정도다.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현재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지배력이 낮아지게 된다
.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와 일본L투자회사 등이 98% 지분을 보유해, 일본 기업 논란을 일으키는 핵심고리다.

이미지 쇄신 외에도 지주사 전환으로 롯데가 얻는 이득은 크다
. 전문경영, 책임경영, 순환출자해소 및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등 롯데가 밝힌 교과서적인 목적 성취는 덤이다.

정부의 재벌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없애며
, 막대한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현재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의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비율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조만간 지주사 부채비율 요건 강화 및 지분 의무보유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본 꼬리표 떼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 롯데의 역사만 봐도 자명하다. 1966년 설립된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1949년 만든 일본롯데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만들었다. 올 초 신 총괄회장은 롯데는 한국 반 일본 반이라고 말하며 쐐기를 박았을 정도다.

지금은 한국어 구사 실력이 많이 늘었지만
,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신동빈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일본어를 쓰거나, 우리말을 쓰더라도 발음이 매우 어눌했다.

신 회장의 국적도 걸림돌이다
. 그는 당초 한국과 일본 이중국적을 지녔으나, 한국 국적을 상실한 뒤 병역 의무 상한 연령인 만 41세를 초과하자마다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신 회장의 국적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끝까지 따라 다닐 주홍글씨다. 신 회장의 세 자녀인 신유열, 신규미, 신승은 씨 등도 모두 일본 국적을 지녔다. 롯데의 사업도 여전히 일본과 얽혀 있다. 일본 이미지를 떼기 쉽지 않은 이유다.

이 때문에 신 회장 입장에서 지주 전환에 따른 가장 궁극적인 노림수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 최근 2년 사이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을 겪었던 신 회장이기에 더욱 절실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얽혀 있는 롯데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답을 유추해볼 수 있다
. 앞서 언급했듯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대다수 지분은 일본산이다. 문제는 신 회장이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식이 1.4%에 불과한 것.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종업원지주(27.8%)와 관계사 및 임원지주(26.1%)의 우호지분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이유로 연계돼 있는 지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이 고리가 끊어질 경우 신 회장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후대로의 승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신 총괄회장을 탓하게 되는 처지로 전락하는 것이다. 일본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는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1로 지배하고 있다. 언제든지 형에게 롯데를 뺏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지주사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 롯데그룹 신설 지주사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이 된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우호지분이 돌아서는 걱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일본롯데는 버리면 된다. 공교롭게도 지난 29일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20157월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 만났다고 한다.

갈 길은 멀다
. 롯데는 롯데카드, 롯데시네마, 호텔롯데 등 돈이 될만한 계열사의 기업분할 및 상장, 지분교환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지주 체제 완성과 신 회장 지배력을 더욱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롯데의 지주 전환은 한국기업화라기 보단 신동빈 그룹으로의 확고한 재탄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

s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