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규 칼럼] IT산업의 쪽박까지 깰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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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규

tjsghk13011@naver.com | 2017.08.09 10: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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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규 데이터뉴스 대표

통신비 인하를 놓고 정부와 통신업계의 갈등이 전입가경이다. 중세시대에나 있을 법한 촌극이 세계 10위권 자본주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는 내용의 행정처분을 시행키로 하고, 최근 통신 3사에 오는 9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지난달 말 통신 3CEO(최고경영자)들을 잇따라 만났을 때도 통신비 인하는 소득 주도 성장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T·KT·LGU+는 부정적 견해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뿐만아니라 행정처분이 이뤄질 경우 법정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 정부의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은 법적 근거가 희박하고 , 자본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통신업계는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인상할 경우 가입자 평균 요금 월 46200원을 기준으로 현재 약정할인 가입자 1500만명에게 연간 4158억원을 추가 할인해줘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도 시행 후 추가로 선택약정으로 전환하는 숫자도 올해 600만명, 내년 1800만명으로 늘어나 매년 연간 14500억원 수준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최근 입법 예고한 기초연금 수급자 월 11000원 요금 감면에 따른 매출 손실은 연간 517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2만원대의 보편적 요금제까지 도입되면 통신업계로선 연간 3조원이 넘는 사상 초유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의 고민은 또 있다. 주가 폭락으로 경영진들이 배임 소송을 당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또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제도(ISD·Inv 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국내 통신업계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SK텔레콤 42.9%, KT 49% LG유플러스 48.6%에 이른다. 남북분단뿐만아니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부의 통신비인하 압력으로 이중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독일 도이치방크는 지난 6월 발행한 한국 이동통신산업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통신시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한국 통신사업자들의 가치가 약 42%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통신요금 포풀리즘 대선공약은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민간기업에 대한 요금 인하압력은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정책으로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둘째, 통신3사 영업이익을 다 합쳐도 35976억인데 3조 매출 감소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무리수다.

셋째, 정부는 75792억원에 달하는 마케이팅비용을 줄이면 된다고 한다. 기업에게 마케이팅비를 줄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대명천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런 경우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넷째, 5만여명의 생사가 달린 문제로 대규모 실직사태 등 심각한 휴유증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통신3사의 대리점은 2016년 기준 SKT 3905, KT 2695, LGU+ 2095개로 8695로 여기에 종사자만 35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점장과 전산,CS 목적의 관리와 비판매인력까지 포함할 경우 5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다섯째,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SKT같은 지배적사업자만 살아남고 LGU+같은 약체통신사를 파산될 가능성이 높다. KT는 부동산으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 남짓의 가입자로 특히 통신산업만으로 간신히 흑자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LGU+-로 돌아서거나 투자여력이 없는 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회사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그 가입자는 지배적사업자로 흡수돼 독과점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뿐만아니라 요금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 4통신사업자를 선정, 요금인하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신정부의 공약과도 배치된다.

일곱째, 무엇보다 IT코리아의 영광이 전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IT코리아는 통신산업이 리드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숨에 대한민국을 통신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1986TDX교환기 개발과 1996년 세계 최초 CDMA상용화 등을 구태여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 이후 ‘IT코리아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는 통신사들의 열정과 천문학적인 투자 덕택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만해도 통신사들은 55788억을 투자했다. 덕분에 우리는 세계 최고의 품질 좋은 서비스를 향유하고 있다.

여덟째, 더구나 대한민국의 통신요금은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

OECD‘2015 디지털경제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34개국 중 27번째를 기록, 8번째로 싼 것으로 나타났다. OECD 디지털경제정책위원회(CDEP)는 각 나라의 요금을 통화량과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5개 그룹별로 구분해 각국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 평가(PPP) 환율로 환산했다. 각각의 항목은 30calls+100MB, 100calls+500MB, 300calls+1GB, 900calls+2GB, 100calls+2GB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음성 통화 100()와 데이터 2GB를 사용하는 요금제는 100calls+2GB에 해당한다.

한국은 5개 항목 모두에서 OECD 평균보다 요금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인의 휴대폰 사용 패턴과 가장 비슷한 5그룹(100calls+2GB), 즉 음성통화 188, 문자메시지 140, 데이터 2기가바이트(GB) 기준의 휴대폰 요금은 25.30달러. 한국은 27위로 뒤에서 여덟 번째였다. 이 그룹의 OECD 평균은 37.76달러다. OECD 평균에 비해 15~38%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1692년 임진왜란의 7년 전쟁동안 인구의 절반이 죽은 것은 씨앗까지 먹어 없앤 원인이 가장 컸다. 유성룡의 징비록에 따르면 전쟁을 통해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았지만 씨앗이 없어서 기근으로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

참깨 세가마니를 풀어서 국민들에게 한두알씩 나눠준들 무슨 감동이 있겠는가?. 1000~2000원 요금이 줄었다고 기뻐할 국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것밖에 안되느냐며 불만만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IT산업의 씨앗까지 나눠주자는 즉 쪽박까지 깨는 정책은 안된다.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산업경쟁력은 물론 일자리도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