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규 칼럼] 통신산업의 '병자호란'

  • 카카오공유 
  • 메타공유 
  • X공유 
  • 네이버밴드 공유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오창규 데이터뉴스 대표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지는 통신정책은 IT산업의 쪽박이 깨지더라도 인기만 얻고 보자는 것 같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보기 힘든 정책이 아무 거리낌 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는 내용의 행정처분을 시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서민과 저소득층 통신비 부담 완화하는 보편요금제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통신비인하를 위해 정부 업계 시민단체 20여명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까지 10일 출범할 예정이다. 유독 통신비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인기와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보편적요금제라는 말 자체부터 황당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동떨어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2만원 수준에서 기존 데이터 최저 요금제보다 많은 음성 통화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의 통신비를 11000원 감면해주는 전기통시사업법 시행령도 이미 입법 예고한 상태다.

알들폰 도매대가 인하는 이미 결정됐다. 정부는 8SK텔레콤을 압박해 주요 LTE 정액요금제(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수익배분 도매대가 비율을 전년 대비 평균 7.2%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주로 2G3G 가입자에 적용되는 단위당 종량도매대가도 전년 대비 음성은 12.6%(30.2226.40/), 데이터는 16.3%(5.394.51/MB)까지 인하했다. 정부 압력의 결과다. 특히 정부가 SK텔레콤을 옥죄는 것은 1위사업자 이기 때문이다. 2.3위사업자인 KTLGU플러스도 곧바로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견디다 못한 1위사업자 SK텔레콤은 보편적요금정책 만큼은 반기를 들었다. SK텔레콤은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민간의 통신 서비스 요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통신사 입장에서 수용이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비명으로 들린다.

이미 통신사들은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의 20%에서 25%로 올리는 바람에 3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선택약정만해도 크게 보면 통신3사 영업이익을 다 합쳐도 35976억인데 조 단위의 매출감소를 요구하는 정책이었다. 가입자 평균 요금 월 46200원을 기준으로 현재 약정할인 가입자 1500만명에게 연간 4158억원을 추가 할인해줘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도 시행 후 추가로 선택약정으로 전환하는 숫자도 올해 600만명, 내년 1800만명으로 늘어나 매년 연간 14500억원 수준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보편적요금제까지 이뤄지면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다. 기초연금 수급자 월 11000원 요금 감면에 따른 매출 손실은 연간 517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2만원대의 보편적 요금제까지 도입되면 통신업계로선 연간 3조원이 넘는 사상 초유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안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들고 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5만여명의 생사가 달려 있다. 통신3사의 대리점은 2016년 기준 SKT 3905, KT 2695, LGU+ 2095개로 8695로 여기에 종사자만 35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점장과 전산, CS 목적의 관리와 판매 인력까지 포함할 경우 5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길거리에 나 앉을 것이다.

한국의 통신요금은 이미 싸다. 한국은 OECD‘2015 디지털경제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34개국 중 27번째를 기록, 8번째로 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 음성은 물론 데이터서비스 품질은 세계 최고다. 통신사들이 그동안 천문학적인 자금은 선제적으로 투자해온 결과다. 1986TDX교환기 개발과 1996년 세계 최초 CDMA상용화 등 IT코리아의 기둥 역할을 해온 스토리를 재강조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만해도 통신사들은 55788억을 투자했다.

기업은 열심히 투자를 하고 이윤을 남기는 게 목적이다. 이 목적을 정부가 빼앗아간다면 그선 수탈이다. 이미 ‘IT코리아의 쪽박은 아예 깨지고 있다. 지금은 오늘 하루가 과거 100년과 맞먹는 시대다. 결과는 먼 훈 날이 아니다. 가까운 날에 참혹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글로벌경쟁에서 뒤쳐질 께 뻔하다. 상업의 전쟁터에서 빈총으로 싸울 수는 없다. 전쟁에서의 패배는 비극을 넘어 참담함이다.

오죽해야 최태원 회장이 통신사업의 미래는 없다며 그룹의 주 방점을 하이닉스 쪽으로 돌린다고 전해지고 있을까. 4차 혁명시대에 ~ 옛날이여노래를 부른다면 그건 또 하나의 임진왜란이요 병자호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