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2025년 매출 80조 원을 돌파했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한계를 보였다. 정유 시황이 하반기 들어 개선됐음에도 화학과 배터리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며, 사업 전반의 이익 창출력이 회복되지 못했다.
이에 회사는 기존 정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전기 사업자’로의 전환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30일 데이터뉴스가 SK이노베이션의 2025년 4분기 실적발표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영업이익률은 0.6%(영업이익 4481억 원)로 전년(0.4%) 대비 소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매출 46조8534억 원에서 2025년 80조2961억 원을 기록하며 외형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유가 급등과 배터리 사업의 본격적인 매출 인식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확대됐다. 이후 2024년 11월 SK E&S와의 합병 효과가 2025년 실적에 온전히 반영되면서 매출 80조 원 시대에 진입했다. 다만 외형 확대와 달리, 주력 사업의 이익 창출력이 약화되며 내실 면에서는 과제를 남겼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석유사업은 2025년 4분기 영업이익률이 4.1%로 오르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산유국의 공식판매가격(OSP) 인하,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차질 등에 따른 마진 상승의 영향이다. 다만, 연간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재고 관련 손실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3491억 원)이 전년(4611억 원) 대비 약화됐다.
화학사업은 업황 부담이 지속됐다. 2025년에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236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배터리 사업은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 회복이 더뎠다. 영업손실 9319억 원을 기록했으나, 전년 대비 적자 규모는 축소됐다.
이와 달리 윤활유와 석유개발, E&S 사업은 전사 수익성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윤활유 사업(영업이익 6076억 원)은 견조한 스프레드와 판매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했고, 석유개발 사업(3997억 원) 역시 유가 수준을 반영해 실적 기여를 이어갔다. 특히 E&S 사업은 연간 681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변동성이 큰 정유·화학 사업을 보완하는 축으로 부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러한 E&S를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키워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존의 정유화학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미래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전기를 중심으로 전기 사업자로서의 포지셔닝을 확고히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전기 사업자 전환을 최상위 과제로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반으로 LNG 밸류체인을 확장하는 구조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전기의 생산-소비-솔루션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과 글로벌 LNG 인프라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 생산 부문에서는 안정적인 발전 자산을 확보하고, 소비 부문에서는 전력 다소비 고객 대상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며, 솔루션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관리, 서버냉각, ESS 등을 결합한 고부가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발전 원료가 되는 LNG의 안정적 확보도 병행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동남아, 호주 등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LNG를 적기에 소싱해 전력 생산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7일에는 SK이노베이션 E&S가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천연가스 생산을 본격화하며 첫 LNG 카고 선적을 마쳤다. 회사는 향후 20년간 연간 130만 톤의 LNG를 확보하게 되며, 이는 국내 연간 도입량의 약 3%에 달하는 규모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