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코빗 인수 등 ‘金假융합’ 가속화

가상자산 거래소-전통 금융사 합종연횡 잇따라… “코인런 땐 금융 전체 흔들”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등 ‘金假융합’ 가속화
가상자산 거래소와 전통 금융회사 사이의 경계가 국내외에서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금융과 블록체인 업계가 통합되는 ‘금가(金假)융합’이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4위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인수하고, 네이버파이낸셜은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를 자회사로 편입하려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코인베이스·크라켄 등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전통 금융사 인수에 잇달아 뛰어들며 주도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이러한 융합이 금융 안정성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 코빗 인수… 국내 ‘금가융합’ 본격화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주식 2691만 주를 1335억 원에 취득, 지분 92.06%를 확보할 예정이다. 인수 주식은 코빗의 최대주주였던 넥슨 지주회사(NXC)와 에스케이(SK)의 보유 물량 전체다. SK플래닛은 이번 거래에서 코빗 주식 922만 주를 457억 원에 매각했으며, “주주간 계약에 따른 동반매각참여권 행사 및 투자회수”라고 공시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주식 취득의 목적으로 “디지털자산 기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내세웠다. 미래에셋그룹은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아우르는 ‘미래에셋3.0’ 비전을 공표하고, 디지털자산 밸류체인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왔다.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은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지난해 말부터 추진 중이다. 실현되면, 금융 플랫폼 기업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직접 품는 초대형 결합이 탄생한다.

은행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하나금융지주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두나무와 해외 송금 협력에 나섰다. 글로벌 커스터디 기업 비트고와는 합작법인 '비트고코리아'를 세워 디지털자산 수탁업 인허가를 준비 중이다. 

우리금융은 블록체인 스타트업 비댁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비댁스는 지난 9월 100% 원화 담보 구조의 스테이블코인(KRW1)을 공식 발행했다.

해외선 코인베이스·크라켄 등이 전통 금융 영역으로
해외에서도 합종연횡의 속도는 거침없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29억 달러(약 4조 2105억 원)를 들여 글로벌 가상자산 옵션 거래 플랫폼 데리빗을 인수하며 파생상품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크라켄은 선물·파생상품 플랫폼 닌자트레이더를 사들여 금융상품 라인업을 대폭 넓혔다. 

전통 금융 쪽에서도 로빈후드가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하는 등 경계를 넘는 딜이 속출하고 있다. 비자(VISA)는 자사 결제망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서클(USDC)을 활용한 정산 시스템을 가동하며, 전통 결제 인프라와 디지털 자산의 통합을 현실화하고 있다.

토큰증권·스테이블코인 등 법제화가 부른 협력 러시
국내 법·제도 환경의 변화도 이 흐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2025년 11월 국회 정무위원회는 토큰증권(Security Token)의 발행·유통 체계를 정비하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부동산, 미술품, 음원 등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증권 형태로 발행·유통하는 조각투자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시화된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블록체인 기업들과 손잡고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할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도 막바지에 이르면서, 시장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스마트팜 기반 토큰 발행을 준비 중이다. 삼성증권·SK증권과 공동으로 토큰 플랫폼 개발에도 나서는 등, 금융사와 가상자산 사업자 간 전방위 협력이 펼쳐지고 있다.

"봉쇄 효과·코인런·해킹…세 위험이 동시에 커진다"
이처럼 협력이 확대될수록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백연주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금융브리프 포커스’에서 금가융합의 부작용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시장 지배력 집중에 따른 봉쇄 효과 등 경쟁 제한, △둘째는 코인런 전파 가속화 우려에 따른 금융안정 위험, △셋째는 해킹 등 사이버 리스크다.

백 연구위원은 특히 “스테이블코인 가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퍼지면 일종의 ‘코인런’ 상황이 발생하고, 디지털 지급결제망을 통해 충격의 전이효과가 전통 금융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큰화된 자산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구조여서, 상환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공황이 일어나는 속도가 기존 금융보다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정책 대안으로는 △결제망 내 스테이블코인 사용 한도 설정, △서킷브레이커 도입,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환매 속도 조절이 제시됐다. 또한 △24시간 거래 환경에 대응해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운영복원력 강화, △사업연속성계획(BCP) 마련도 요청된다.

한편, 국내에서는 2017년 이후 적용된 ‘금가분리’ 원칙에 따라 전통 금융사의 ‘명시적인’ 가상자산 사업 진출은 여전히 막혀 있다. 그러나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금가분리 원칙의 해석과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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