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전쟁 나면 한화에어로 등 방산주가 더 오른다고?”

이코노미스트, “기업이익은 국가안보 앞에서 언제든 희생시킨게 현대사”

중동발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방산업체들의 몸값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초 대비 주가가 10배 이상 뛰며 인공지능(AI)업체 주가에 맞먹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경고음이 나온다. 전쟁이 반드시 방산주에 축복은 아니라는 전쟁의 역설때문이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지적했다.

전쟁이 격화되면 각국 정부는 초과이윤세, 가격 재협상, 배당 금지 등을 통해 방산기업의 이익을 강제로 회수해 왔다. 방산주 투자의 성공은, 전쟁의 규모가 정부가 통제 가능한 수준(골디락스)일 때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혈 사태가 벌어질 때 금융 시장만큼 잔혹한 곳은 없다. 세계 어딘가에서 미사일이 발사된다면? 그 즉시, 이 시장은 피해 규모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이익 기회를 측정하기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믿는 사람들조차, 이런 과정은 지켜보기 껄끄러운 일.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 속에서 이러한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이익을 보는 에너지 기업을 제외하고, 가장 확실한 승자는 무기 제조사들이다. 지난 32일 미국 방산주는 3% 상승했다. 유럽에서는 비에이이 시스템즈와 헨솔트 같은 기업들이 전반적인 주가 하락세 속에서도 독야청청했다. 선진국 전역에서 무기 제조사들의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52%나 올랐다.

일부 기업은 훨씬 더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캐나다의 소나(음파탐지기) 제작사인 크라켄 로보틱스는 2024년 초 이후 기업 가치가 10배 이상 상승했다. 벤처 캐피털 업계에서 방산은 AI만큼이나 뜨거운 감자다.

무력 충돌이 확산되면서 무기 공급업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광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위험이 따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현재 방산주 주가는 현대사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서구 방산업체의 주가는 예상 수익의 약 35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AI 붐의 핵심인 칩 매출이 매년 75%씩 성장하는 엔비디아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주가 배수(멀티플)는 전쟁의 북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되, 정부가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을 억압할 정도로 그 소리가 크지 않을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

미국이 동맹에서 발을 뺄 가능성에 직면하자, 나토(NATO) 회원국들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무기 구매 열풍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만약 세계 정세가 안정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국방비 지출이 연금, 의료 및 기타 대중적인 복지 예산과 충돌할 때, 정치인들은 결국 대신 버터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지갑을 연다고 해도, 많은 정부가 전투기나 탱크, 미사일을 더 사는 방식으로만 국방비 목표를 달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증가분의 일부는 무기가 아닌 군인 연금으로 나갈 것이다. 일부는 아주 너그럽게 봐줘야 국방 관련 시설로 분류될 수 있는 곳에 투자될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시칠리아와 본토를 잇는 교량을 핵심 군사 자산으로 분류하려 했으나, 미국 대사의 훈계를 듣고 물러난 바 있다.

국방 예산 증액이 허상으로 드러날 가능성보다 투자자들에게 더 큰 위협은, 정부가 진심으로 달려들 때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방산업체는 거의 전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장사한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강압적인 요구, 심지어는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동안 영국 정부는 고율의 초과이윤세를 도입해 무기 제조사의 이익을 싹쓸이했다. 미국이 1942년 제2차 세계대전에 본격 참전한 후, 미 정부는 이미 계약된 무기 가격을 반복적으로 재협상했다. 가격은 언제나 큰 폭으로 깎였다. 한국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련과의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후반까지 이런 관행은 계속됐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뉴햄프셔 대학교의 스티븐 치코네와 프레드 케인의 설명은 이렇다. 예를 들어,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들의 주가는 1938년부터 194112월 진주만 공격 전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후 전쟁이 끝난 1945년까지는 일반적인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방산주보다 높았다.

이제 방산업체들이 다시 막대한 수익을 내기 시작하자, 정치인들은 이들을 압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는 대형 방산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그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을 방산기업의 경우, 500만 달러(747200만 원. 2024년 CEO 평균 연봉의 1/4 수준)로 제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명령과 발언은 법적 구속력은 부족할지 몰라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공공 지출의 결과물인 방산 기업의 이익을 회수하기 위해 초과이윤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대서양 건너 유럽 의회의 녹색당 의원들은 주장한다.

5년째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하늘을 뒤덮은 교전, 그리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사이에서 방산업체들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더 위험하고 불안정한 세상에서 가장 큰 기업적 승자 중 하나다.

하지만 이들의 지속적인 성공은 적당한 수준의 갈등이 유지되되, 너무 과하지 않은골디락스 시나리오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그 수익이 매우 보잘것없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권선무 기자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