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유가 충격으로, 빅테크 대신 ‘정크 주식’이 뜬다

이코노미스트, “단기이익 비중 높은 소비재·금융·에너지 기업 사야”

국제 정세 불안과 유가 급등 속에서 월가의 투자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퀄리티 주식(quality stocks)’보다, ‘쓰레기 주식(rubbish stocks)’의 매입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과거 유가급등 때, 이들 쓰레기 주식의 수익률이 퀄리티 주식의 2배에 달했다는 것. 국내에서도 정보기술(IT) 대형주의 ‘퀄리티 주식’위주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히려 소비업종 저평가주에 단기 모멘텀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금융업계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가 넘쳐난다. 예를 들어 “투자등급 채권(investment-grade bonds)”이라는 말이 있다. 마치, 다른 채권은 투자할 가치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도 있다. 마치 ‘뒤를 보는 가이던스’가 있는 것처럼 들린다. “컨벡서티(convexity). 금리 변화 폭에 따라 이에 반비례관계를 보이는 채권 가격이 얼마나 비선형적으로 반응하는가를 측정) 조정”이라는 표현도 있다. 쉽게 말하면 “거래 상대방이 더 많은 돈을 원한다”는 의미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자문가가 근엄한 표정으로 “퀄리티 주식을 사라”고 조언하는 말을 들으면 짜증이 날 때도 있다. 마치 그들의 조언이 없다면, 투자자들이 쓰레기 같은 주식을 찾으러 다닐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그 쓰레기같은 주식을 찾아다녀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세계 질서는 무너지고 있다. 국제 규범에 기반한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패권국은 적을 마음대로 공격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주요 해상 운송로도 차단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퀄리티 주식’ 같은 안전자산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퀄리티 주식’의 모호함
먼저 금융 용어부터 살펴보자. 주식 투자에서 흔히 말하는 “퀄리티”는, 다른 투자 요인들과 달리 명확한 정의가 없다. 예를 들어 기업 사이즈, 밸류, 모멘텀 같은 요인들은 비교적 명확하다. 하지만 퀄리티라는 개념은 훨씬 느슨하다.

투자자와 학자들은 이를 △수익성 성장, △이익의 안정성, △투자 패턴, △기업 지배구조 같은 의미로 제각각 사용한다. 이처럼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중요한 아이디어가 가려지는 문제가 있다.

‘퀄리티’의 원래 의미는?
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 유진 패머, 그리고 다트머스대 케네스 프렌치는 “수익성 요인(profitability factor)”을 좁게 제시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단순하다. 수익성이 높은 기업을 매수하고, 수익성이 낮은 기업을 공매도한다는 것. 그러나 “이익은 좋고, 손실은 나쁘다”는 말은 너무 단순하게 들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전략을 “퀄리티 투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퀄리티 주식’의 컨센서스
오늘날 투자자들은 어떤 주식이 ‘퀄리티’인지에 대해 완전히 동일한 기준을 갖고 있지는 않다.하지만, △높은 수익성, △안정적 이익, △지속적 이익 성장, △낮은 부채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이런 특성은 특히,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더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3월 9일 월스트리트의 공포 지수인 ‘빅스지수(CBOE Volatility Index. 시카고 옵션 거래소에서 개발한, 에스앤피 500 옵션 가격 기반의 예상 변동성을 수치화한 지표)’는 지난해 4월 관세 충격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번 시장 불안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에서 비롯됐다. 특히 세계 석유 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2월 27일 이후 시장 흐름을 보면, 에스앤피 500의 퀄리티 주식 지수가 전체 지수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는 것. 마찬가지로,엠에스씨아이의 선진국 주가지수(MSCI World Index. 23개 선진국 대형·중형주를 편입해 각국의 유통시총의 약 85%를 커버)보다, 엠에스씨아이의 선진국 퀄리티 주가지수(MSCI World Quality Index)가 더 크게 떨어졌다.

‘좋은 주식’이 왜 더 떨어질까?
고성장 기업의 시장가치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우량 기업 쪽으로 크게 쏠렸던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트라이베리에이트 리서치의 애덤 파커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같은 같은 기업들은 지난 수년 동안, 안정적이며 매우 빠른 속도로 이익을 늘려 왔다. 그 결과, 이들의 시장가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성장주의 약점, ‘쓰레기 주’의 강점
문제는 성장주의 가치 대부분이, 먼 미래의 이익 기대치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아무리 안정적으로 성장했더라도, 이 미래 수익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 따라서 세계가 불안정해질수록, 투자자들은 미래 현금흐름을 의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퀄리티 주식 = 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반면, 성장주에 밀려난 저품질 주식(junk stocks)은 가치의 상당 부분이 단기 이익에 기반한다. 이 이익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혼란스러울 때는 오히려 충격에 덜 취약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실제로 에스앤피 500에서 퀄리티가 가장 낮은 20% 기업들을 보면, 산업 구조가 다르다. 대표 산업은 △소비재, △금융, △헬스케어다. 

또한, 에너지 기업 비중이 높다. 이 그룹에서 에너지 기업은 9%를 차지하지만, 퀄리티 지수에서는 1% 미만이다. 최근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이 기업들은 오히려 수혜를 보고 있다.

유가급등뒤 역사적 데이터는?
유가 급등 이후 주식 성과를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다. 애덤 파커는 “3개월 동안 유가가 35% 이상 상승한 경우”를 분석했다. 현재 글로벌 기준 유가인 브렌트유(Brent crude)는 12월 중순 이후 약 50% 상승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쓰레기 주식 상승률은 평균 8%, △퀄리티 주식 상승률은 평균 4%였다.

“퀄리티 주식을 사라”는 조언은 결론적으로, 너무 당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틀릴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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