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구절초를 닮은 연보라색 들국화, 쑥부쟁이

꽃말은 그리움, 기다림…어린순은 식용으로 쓰여 먹을 거리 부족했던 시절 구황식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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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는 구절초와 비슷하나 잎모양과 색깔이 다르다. 사진=조용경

늦은 가을 날, 가까운 산기슭이나 들판을 거닐다 보면 발길 닿는 곳마다 무더기로 피어 있는 연한 보라색 꽃이 눈에 띕니다. 쑥부쟁이입니다.
 
쑥부쟁이는 대표적인 들국화 종류 가운데 하나인데, 그 중에서도 쑥부쟁이는 구절초와 피는 시기나 생긴 모양이 상당히 비슷해서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안도현 시인이 ‘무식한 놈’이라는 시에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라고 노래 했을까요...

쑥부쟁이는 쌍떡잎식물이며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기슭이나 들판, 혹은 바닷가 모래톱에서 자라며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도 널리 분포합니다. 

쑥부쟁이는 가을산이나 들판에 무더기로 피는 연보라색 들국화이다. 사진=조용경

쑥부쟁이는 뿌리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으면서 퍼져갑니다.
 
줄기는 곧추서고,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가지가 갈라지며, 높이는 30∼100cm까지 자랍니다. 원줄기가 처음 나올 때는 붉은 빛이 돌지만 점차 자주 빛을 띈 녹색으로 변합니다. 

잎은 어긋나기로 나며 길이 5~6cm, 폭 2.5~3.5cm의 긴 타원형 모양입니다.

잎자루는 길고 가장자리 부분은 톱니모양이며 털이 나 있습니다.
 
근생엽(根生葉), 즉 뿌리에서 처음 나온 잎은 꽃이 필 무렵에 말라서 떨어집니다.

꽃은 머리모양꽃(두상화)으로 지름이 2.5cm 정도이고, 가지 끝과 줄기 끝에 하나씩 달려서 피어납니다. 색깔은 연한 보라색이며 8월에서 10월말에 걸쳐 끊임없이 피고 집니다.
 

쑥부쟁이에는 변심한 도령을 기다리다 죽은 산골처녀의 슬픈 전설이 어려있다. 사진=조용경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 혹은 '기다림' 입니다.
 
가난한 산골처녀가 계곡에서 떨어진 양반 도령의 생명을 구해줬으나, 떠나가 버린 도령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후 피어난 꽃이 쑥부쟁이라고 하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쑥부쟁이의 어린순은 식용으로 쓰이는데, 먹을 거리가 턱없이 부족했던 예전에는 구황식물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토종 씨앗으로 전통 농사를 짓는 농부 변현단은 저서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에서 '쑥부쟁이에는 가난과 고된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고 했습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쑥부쟁이를 바라 보아야 하는 이유가 아니겠는지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