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봄날에 싸늘한 대지 뚫고 나오는 아기별, 노루귀

주변의 큰 나무들이 무성해지기 전 꽃 피워…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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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노루귀는 흰색, 청색, 분홍색의 세 종류가 있다. 사진=조용경)


햇살이 따스한 봄날, 관목 숲 아래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비탈을 거닐다 보면 솜털로 뒤덮인 가냘픈 줄기 위에 아기별 같은 흰색, 분홍색, 청색 꽃들이 예쁘게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노루귀입니다. 꽃이 핀 후에 나오는 세 갈래 잎이, 솜털이 보송보송한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노루귀는 쌍떡잎식물이며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땅속 뿌리로부터 잎보다 먼저 10cm 내외의, 가늘고 여린 꽃줄기가 올라옵니다.

노루귀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조용경


꽃줄기에는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한데, 그 끝에 지름 1.5cm 정도의 흰색, 분홍색, 혹은 청색의 꽃이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핍니다. 

6~11개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입니다. 

꽃이 피고 나면 잎이 나오는데, 길이가 5cm 내외인 세 갈래의 잎은 계란형이며 끝이 뭉툭하고 솜털로 뒤덮여 있습니다.

꽃말은 ‘인내’, 영어로는 ‘I believe You!’ 라지요. 미처 얼음이 녹지도 않은 싸늘한 대지를 뚫고 솟아 나오는 여리디 여린 노루귀를 보면 누구나 ‘인내의 극치’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노루귀의 꽃말은 인내다. 사진=조용경


노루귀가 이처럼 일찍 나오는 이유는 주변의 큰 나무들이 잎이 무성해지기 전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니 새삼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됩니다.

김재분 시인의 ‘노루귀’는 서로 이마를 맞대고 피어있는 한 쌍의 노루귀를 멋지게 그려냈습니다. 

“어디서 왔을까 예쁘기도 하다 / 가느다란 다리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복순이 할배와 할매 같다 / 따뜻한 햇살 찾아 요리조리 다니며 옹알이하듯 중얼거린다 / 몇 해나 더 봄을 만날 거냐고 마주 보며 빙그레 웃는다”

나이가 들면서 꽃을 찾아 먼 길을 나서는 일이 많이 힘들기는 하지만, ‘몇 번이나 더 이 꽃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집을 나서곤 하지요.

일부 지방에서는 봄에 노루귀의 어린 잎을 나물로 먹기도 했으며, 열매가 달린 이후에 포기 째로 달여서 두통과 장질환의 치료제로 쓰기도 했다고 하네요. 

귀를 쫑긋 세우고 봄소식을 기다리는 노루귀처럼, 다시 맞이하는 이 봄에는 우리의 열린 귀에 '우한 코로나'가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이 찾아와 주기를 학수고대합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