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바람에 하늘거리는 어릿광대, 광대나물

꿀풀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길고 추운 겨울을 지나 4월이나 5월에 피어나는 '그리운 봄', '봄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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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나물이 하늘거리는 모습은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광대가 춤을 추는 듯하다. 사진=조용경


봄이 무르익어 가는 4월이나 5월, 야산이나 동네 풀밭, 혹은 집 주변의 텃밭을 거닐다 보면 반원형의 잎이 마주나기한 가늘고 네모난 자줏빛 줄기 끝에, 연한 자주색 혹은 보라색 꽃이 위를 향해 피어서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광대나물'이라는 꽃입니다. 

광대나물은 쌍떡잎식물이며 꿀풀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입니다.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어서 잡초 취급을 받기도 하는 광대나물은 가는 사각형의 원줄기가 30cm까지 뻗기도 하며, 많은 가지를 칩니다.

잎은 마주나는데, 아래쪽 잎은 잎자루가 길고 둥급니다. 위쪽 잎은 잎자루가 없는 반원형이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습니다. 이 두 장의 잎은 양쪽에서 원줄기를 감싸 안는 형태가 납니다.

잎의 모양이 코딱지를 닮았다 하여 '코딱지나물'이라고도 하지요. 

광대나물의 두 잎은 코딱지를 닮았다 하여 코딱지나물이라고도 부른다. 사진=조용경


4~5월에 분홍색이나 붉은 자주색의 꽃들이 잎겨드랑이에서 돌려난 형태로 핍니다. 

긴 입술 모양의 화관은 아랫입술 꽃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며, 윗입술 꽃잎은 앞으로 약간 굽은 모양이고, 표면에 잔털이 많습니다.

꽃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이 화려한 의상을 입은 어릿광대가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어서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습니다.

광대나물의 꽃말은 '그리운 봄' 혹은 '봄맞이'라고 합니다. 

꽃말을 보면 예전에는 워낙 겨울이 춥고 길어서, 사람들은 광대나물꽃이 피면 비로소 봄이 왔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광대나물의 꽃말은 그리운 봄, 혹은 봄맞이라고 한다. 사진=조용경


정정민이라는 시인은 그의 시 '광대나물'에서 이렇게 노래했답니다.

“저 화려한 의상을 보게 / 잘 조각된 모습도 보게 / 어디 또랑광대라 하겠는가 / 소릿광대 일지도 몰라 / 나팔이 있지 않은가 / 묵언으로 말하는 것은 봄소식일 거야 / 어디에 물이 풀리고 / 싹이 나고 / 꽃이 피고 / 새가 노래 하더라는...”

시인의 눈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하게 만드는군요.

광대나물은 이른 봄에 순을 데쳐 먹기도 하며, 꽃은 말려서 차로 만들어서 마시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난히 힘들었던 이 봄, 그 봄을 마중하듯 여기저기 예쁘게 피어나고 있는 광대나물을 만나 보는 건 어떨까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