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규 칼럼] 모병제와 공군 해군력 강화로 2030갈등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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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규 데이터뉴스 대표

“오기자. 한국군대는 30만 정도면 족해. 60만 대군은 미국이 한국전쟁 후 사실상 정해준 숫자야. 그것도 육군 80%, 해군 10%, 공군 10%로 말이야. 예산도 육군 해군 공군이 같은 비율로 쓰지. 지구상이 이런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 해군력과 공군력을 강화하면 반으로 줄여도 국방력에는 문제가 없어. 모병제도 가능하지.” 

박정희 정권 때 보안사령관을 지낸 강창성 전 국회의원이 14대 국회 때 사석에서 필자에게 해준 말이다. 그는 중앙정보부 보안차장보, 보안사령관, 해운항만청장 출신으로 민주당 몫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국회 국방위원으로 활동했다. 

필자는 “그럼 공식적으로 그 문제를 공론화하지 그래요?”하고 반문했다. 강 전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 반박했다. 

“허허 참! 내가 육사출신인데 어떻게 후배들 ‘밥그릇’ 줄이자는 소리를 공식적으로 할 수 있나?” 

‘밥그릇’은 정말 중요한 문제다. 모든 싸움은 결국 ‘밥그릇’에서 비롯된다고 봐야할 것이다. 우리의 국방예산은 68만명에 53조 수준이다. 세계 8위의 국방예산이다. 세계 최강 미국의 군인 수는 얼마나 될까?. 130만 명 수준이다. 육군 80만명. 해군 30만명, 공군 20만명 구조다. 해군력과 공군력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병력이 많은 나라는 미국뿐이다. 영국(21만 명), 독일(29만 명), 프랑스(26만 명) 모두 병력수는 한국군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전력은 한국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자주국방은 아직도 희망 사항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육군위주의 군편성구조에 있다. 강 전 의원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게 육군위주의 군편제를 주문한 것은 미국 의존도를 높이고, 전쟁이 반발했을 때 뒷정리를 한국군에게 맡기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 군수물자 수출목적도 있다고 했다. 

“공군 해군은 무기를 한번 사가면 수십년씩 쓰는데 육군무기는 대다수 소모품위주고, AS와 탄환을 많이 소비하는 구조기 때문이예요. 지금도 우리 주력기종이 팬텀기예요.” 

팬텀기 도입비화는 군사작전과도 같았다. 당시 미국은 최첨단 전투기를 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의 역할이 컸다. 박대통령에게 팬텀기의 필요성을 설명했던 것. 그리고 작전까지 함께 짰다. 

“실은 말이야, 주한 미 대사와 유엔군 사령관이 찾아와서 F102기를 구입하라고 강권하는 거야. 그래야 군사 원조도 더 해줄 수 있다면서…. 팬텀기가 까다로워서 조종하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말이야.”(박 전 대통령) 

“팬텀기는 최고의 비행기입니다. 미 태평양사령관과 유엔군 사령관이 나에게도 찾아와 F102기를 구매하라고 요청했으나 단종될 기종을 살 필요가 없어서 거절했습니다.”(장 전 총장).

1960년대 말 어느날.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비싼 팬텀기 대신 한 단계 낮은 F102로 해 전투기 대수를 늘리자고 주장하는 군 최고관계자를 심하게 나무라고 있었다. 그 자리에 강 전 보안사령관도 참석했었다.
 "이 봐! 제주도를 팔아서라도 팬텀기를 사와.”(박정희 전 대통령)

1967년 10월. 사이러스 밴스 미 국무장관이 미 대통령특사로 한국을 방문, 박대통령을 만났다. 베트남 전쟁 추가 파병(1개 사단 병력) 요청을 위해서다. 파병 협상 조건은 한국이 원하는 군사 원조를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측 협상 대표를 불러 “팬텀기 지원을 보장받지 못하면 회담을 깨고 나오라”고 지시했다. 결국 군사 원조는 3억 달러에서 1억달러로 줄어들었지만 이 돈에 대한 사용처는 박 대통령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협상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군수뇌부 회의에 박 전 대통령의 메모가 전달됐다.

“군사 원조 지원액 1억달러 중 팬텀기 1개 대대(18대) 구입비와 비행장 개선비(500만달러)를 포함해 6800만달러를 공군이 쓰시오.”

1969년 9월 23일. 박 전 대통령은 팬텀기 대대 창설식에서 감회 어린 연설을 했다. 

“친애하는 공군 장병 여러분! 최신예 팬텀기를 가지게 된 것을 무한히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당시 팬텀기는 공중의 천하무적이었다. 아시아권 전체에서 한국이 최강공군이었다. 속도·항속거리·무기 탑재량 등에서 다른 기종의 추종을 불허했다. 2인승으로 음속의 2.4배이며, 항속거리는 한반도에서 만주~몽골, 일본의 규슈(九州) 남쪽, 중국의 베이징(北京) 까지 커버할 수 있으며, 무기 탑재력도 최고였다. 오래전에 도입한 이 기종은 F-16도입 이후에도 주력기종이었다. 

“당시 팬텀기 도입 덕에 중국과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권 전체에서 15년 동안 제공권을 장악했지요. 사실 북한은 남침하지 못한 것은 팬텀기가 무서워서였어요.” (강 전 의원)

1990년대 초. 노태우 정부 시절 전투기 도입과 관련, 차세대전투기 선정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당초 성능 좋은 F-18이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부시 前 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 노태우 대통령을 만난 뒤 갑자기 F-16으로 기종이 바뀌었다. 당시 F-18이 그랜저라면 F-16은 프라이드로 비유됐다. 더구나 F-16은 전파교란장치도 없었고, 사고전투기로 단종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차세대전투기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었다. 역시 팬텀기신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군력 해군력을 강화하면 자주국방도 앞당길 수 있다. 미국이 우리군보다 2배 정도로 세계 최고국방력을 자랑하는 것은 해군 공군력에 있다. 

최근 2030세대에서 남녀갈등과 함께 ‘모병제’ 얘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방력은 군인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모병제와 함께 해군 공군력을 강화하면 된다. 거의 비슷한 예산으로도 모병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실업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직업군인은 12만이다. 30~35만 모병제로 하면 18~23만 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20대 남녀가 서로 군문제로 감정 갈등을 해서야 되겠는가?. 모병제를 적극 검토하라. 

chang@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