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뉴삼성’ 의지…호실적 속 인사폭 촉각

삼성중공업 뺀 15개 상장사 실적 상승…변화 앞둔 삼성, 조직개편 이어 인적쇄신 규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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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출소 이후 첫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연말 인사는 '뉴 삼성' 비전이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에서 "새로운 삼성을 위해, 이웃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나아가자"며 뉴 삼성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 가석방 출소 이후 지배구조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올해 삼성그룹 상장계열사들이 대거 호실적을 거둔 상황에서도 조직개편과 인사제도의 변화와 함께 예년보다 폭넓은 인사가 단행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매년 12월 초·중순에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12월 7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사장단 인사가 발표됐다.

2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그룹 상장계열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15곳의 1~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다소 해소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다만 올해 사장단 인사는 실적뿐만 아니라 삼성의 변화와 인적쇄신 방향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도 관건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외부용역을 맡겼으며,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내부 검토를 거쳐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1~3분기 203조393억 원의 매출과 37조767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175조2555억 원, 26조9469억 원)보다 15.9%, 40.2% 증가했다.

김기남 대표, 김현석 대표, 고동진 대표가 이끌고 있는 DS(반도체), CE(생활가전), IM(모바일)의 실적이 모두 고르게 증가했다. 특히 D램 등 메모리반도체의 호조로 DS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IM부문은 3세대 폴더블폰인 '갤럭시Z플립3'와 '갤럭시Z폴더3'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OLED 사업도 성장했다.

삼성전자의 대표 3인방은 올 초 연임에 성공해 2024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온 만큼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그룹의 다른 전자 계열사들도 올해 호실적을 거뒀다. 삼성SDS의 1~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늘었고,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각각 95.8%, 88.6% 증가했다. 

삼성SDS는 IT서비스와 물류 사업 모두 성장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호황이 이어졌고, 삼성SDI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고 소형 전지의 수익성이 향상되면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

올해 취임한 황성우 삼성SDS 대표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와 전영현 삼성SDI 대표는 2023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도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올해 1~3분기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8%, 62.5% 증가했다. 

삼성생명은 금리상승 및 건강상품 판매가 호조를 보인 가운데 삼성전자 특별배당, 연결이익으로 이차손익이 개선됐다. 삼성화재는 코로나19에 따른 교통량 감소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감소 등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최 대표와 동갑내기인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와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는 취임 이후 순이익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두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8217억 원과 4217억 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5.7%와 49.4% 늘었다.

올해 두 명의 신임 대표이사를 맞으며 오세철·고정석·한승환 체제를 구축한 삼성물산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올해 1~3분기 24조6902억 원의 매출과 8688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각각 전년 동기(22조338억 원, 6007억 원) 대비 12.1%, 44.6% 늘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홀로 자리를 지킨 고정석 대표를 포함한 3인 대표의 임기는 모두 2024년 3월까지다. 

올 초 연임에 성공한 최성안 대표가 이끄는 삼성엔지니어링도 1~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9% 늘었다. 멕시코 DBNR 프로젝트와 말레이시아 사라왁 공장 등 해외 프로젝트의 매출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인식됐다.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대표 20명 중 유일하게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도 호실적을 이끌었다. 올해 디지털광고를 확대한 데 영향을 받았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했다.

보안업체인 에스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강화의 영향을 받아 성장했다. 이 회사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4.7%, 영업이익은 6.1% 늘었다. 다만, 이 기간 순이익이 8.0% 줄어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등 신규 제품 수주에 따른 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이 회사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3% 늘어난 1조1237억 원, 영업이익은 104.0% 증가한 40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삼성이 그룹 차원의 24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이 회사의 성장동력도 구체화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3년간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초격차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멀티캠퍼스는 비대면 교육서비스 확대에 따라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 2209억 원의 3분기 누적 매출을 거두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 성장했다. 1~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93.6%, 206.3% 상승했다.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중 유일하게 수익성이 악화됐다. 정진택 대표가 올해 신규 선임됐지만, 영업이익 하락을 막아내지 못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1조549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이 2859억 원 늘었다.

다만, 수주액을 끌어올린 것은 긍정적이다. 올해 들어 총 75척, 112억 달러의 수주를 따내며 연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향후 성장세가 기대된다. 또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한편,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대표이사 중 재임기간이 비교적 긴 CEO는 전영현 삼성SDI 대표와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다. 전 대표가 2017년 3월, 유 대표가 2017년 12월 취임해 두 사람 모두 5년차 CEO다. 

최근 수년간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 경향 중 하나였던 이른바 '60세룰' 적용 여부도 관심거리다. 

삼성그룹 상장사 CEO 중 유일한 부회장인 김기남 대표를 제외하면, 전영현 삼성SDI 대표와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만 61세로 가장 나이가 많다. 또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 황성우 삼성SDS 대표,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 노희찬 에스원 대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만 60세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