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도 '상업'도 아닌 임종룡 우리금융 차기회장, 3월 CEO 인사 주목

계파갈등 해소 조직 혁신,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립,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정통 금융관료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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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공직과 금융현장 경험을 고루 갖춘 인물이다. 임 내정자는 행정고시 24회, 재경부 출신으로 국무총리실장을 지냈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금융위원장을 지낸 정통 금융관료로 분류된다. 

금융권 안팎의 관심은 우선 우리금융 조직혁신에 쏠린다. 임 회장 내정자가 취임하면 곧바로 자회사들의 CEO급 인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우리금융지주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우리금융 14개 자회사 가운데 임기가 만료됐거나 앞두고 있는 CEO는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신명혁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를 비롯한 10명이다. 

임 내정자는 손태승 현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3월부터 3년의 임기가 시작된다. 따라서 임 회장 취임과 함께 우리금융 자회사 CEO들도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가운데 노성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한화생명 추천), 박상용 연세대학교 경영대 명예교수(키움증권 추천),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한국투자증권 추천),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추천)의 임기가 만료된다. 2019년 1월부터 사외이사를 맡아왔기에 임기 제한인 6년을 아직 채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금융지주 회장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는 동시에, 현 손 회장 체제서 선임된 인사들이어서 교체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형성도 임 내정자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우리금융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됐다. 이로 인해 출신은행에 따른 계파와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전 회장과 이광구 전 행장이 연달아 수장직에 오르며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기도 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는 암묵적인 원칙이 깨진 탓이다. 

이후 한일은행 출신인 손 회장이 취임했고 계파 갈등 해소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상업은행 출신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은 통상 3년의 임기대신 2년만 채웠다. 곧 이어 손 회장과 동행 출신인 이원덕 행장이 우리은행을 이끌어 왔다. 

한일은행-상업은행 출신간 이같은 계파갈등 때문에, 계파에서 자유로운 임 회장 내정을 오히려 반기는 모습도 있다. 

임 내정자는 과거 NH금융지주 회장 시절 파격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상무급 경영진 15명 중 11명을 교체했다. 농협 역사상 처음으로 지점장에서 부행장으로 발탁된 사례도 나왔다. 경쟁이 치열했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도 큰 성과였다. 비은행부문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우리금융에 임 내정자의 역할이 주목되는 배경이다. 

임 내정자는 1959년생으로 전라남도 보성 출신이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4회(1981년)로 공직에 입문했다. 1999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 시절엔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한일은행의 통합작업 실무를 지휘했다. 공직생활 재직 기간은 총 33년.

2013년 6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5년 3월엔 금융위원장을 맡으며 공직에 복귀, 여기서도 우리은행과 연을 맺는다. 정부 소유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해 과점주주 체제의 지배구조를 도입하는 등 완전 민영화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은행 노동조합은 임 회장 내정에 대해 관치 반대 입장을 냈다. 그러나 요구 조건을 제시하며 무조건 반대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와관련, 임 내정자는 지난 9일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갈등 해소 노력을 보였다. 노조는 네 가지 사항을 임 내정자에게 요청 했고 약속을 받는 등 분위기는 좋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사실 회장이 직접 노조 사무실에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선뜻 나선 것"이라며, "내부 여론이 긍정적이다"고 전했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