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은행지주, ‘셀프연임 등 지배구조’ 오늘부터 수술대에

금감원, 하나 회장의 ‘70세 룰’·BNK 회장 ‘닷새 접수’ 등 특별점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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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은행지주, ‘셀프연임 등 지배구조’ 오늘부터 수술대에

▲ 자료= 금감원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8대 은행지주들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19일부터 ‘지배구조 특별점검’을 시작, 금융권이 사상초유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이들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연임시 ‘주주에 의한 통제강화’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사 회장 연임방식에 대해 지난해 12월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직격한 이후, 금융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케이비(KB)·신한·하나·우리·농협·아이엠(iM)·비엔케이(BNK)·제이비(JB) 등 국내 8대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금감원은 이날 지배구조의 실제 운영 현황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들 금융지주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 △이사회 독립성 △사외이사 평가 실효성 등을 전방위 점검할 계획이다. 형식적 모범규준 이행을 넘어 실제 ‘작동 여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에 이어, 이찬진 금감원장이 이달 초 “연임에만 몰두하면 차세대 리더는 골동품이 된다”고 일갈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 ‘참호 구축’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히 이번 점검은 은행지주의 지배구조 시스템을 보는 수준을 넘어, 개별 지주의 부적절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각 금융지주는 당국의 서슬 퍼런 칼날 아래 저마다의 ‘리스크’를 관리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금감원은 함영주 회장의 연임 후보 확정 직전에 ‘이사의 재임 연령(만 70세)’ 규정을 함 회장에게 유리하게 개정한 점을 언급했다. 여기에 오는 29일 함 회장의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채용비리 혐의 관련 대법원 판결까지 예정돼 있어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상태다. 함 회장 유고(有故) 가능성에 대비해 하나금융은 금감원에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달 이내 신임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등 비상경영 승계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BNK금융지주의 경우, 빈대인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 후보 서류 접수가 지나치게 짧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기간은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5영업일’에 불과했다. 이에 BNK는 지난 15일 긴급 주주간담회를 열고, 사외이사 주주추천제 도입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방안 등 쇄신안을 발표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검사 범위를 여신 운용·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으로 확대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어 향후 전망은 불확실하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평가를 자체 설문으로만 진행해 전원 ‘우수’ 등급을 준 점과 △이사회 역량 매트릭스(BSM)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점이 도마에 올랐다. 이사회 독립성 논란에 대해 신한 측은 “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평가 체계를 보완하겠다”며 자세를 낮추고 있다.

당국의 압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JB금융지주다. JB금융지주는 올해 초 부활시켰던 부회장직에 임명된 백종일 전 전북은행장이 취임 9일 만에 돌연 사임했다. 시장에서는 ‘참호 구축’ 비판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오는 11월 양종희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번 특별점검 결과가 차기 회장 인선 가이드라인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외이사 7명 중 5명이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교체 논의도 조심스럽게 진행 중이다.  

우리·농협·iM금융지주 등도, 사외이사 대거 교체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라는 공통 숙제를 안고 당국의 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배구조 이슈의 시험대에 올랐던 전례 탓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의 연임 못지 않게, ‘관치 프레임’에 다시 갇히지 않을지를 우려하고 있다. 사외이사 7명 중 3명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당국의 ‘교수 편중’ 지적에 따라 인력풀 다양화 방안도 고심 중이다.

농협금융은 최근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까지 겹치며 지배구조 점검이 다른 이슈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iM금융은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 도입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민간 회사가 내부 규범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한 의사결정을 당국이 사후적으로 주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흔드는 것은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이번 기회에 제왕적 회장 체제와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회를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제는 회장들의 연임 자체가 아니라, 각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감원과 금융권, 연구원, 학계,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첫회의를 개최했다. TF는 △CEO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 △성과보수 운영의 합리성, △불합리한 관행 개선 등을 논의키로 했다. 금융위는 TF를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3월까지 개선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