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디지털 화폐, 스테이블코인 대신 ‘CBDC·예금토큰’ 뜨나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 취임 이후 관련제도 대 재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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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디지털 화폐, 스테이블코인 대신 ‘CBDC·예금토큰’ 뜨나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이달 중 취임하면, 국내 디지털 화폐 정책의 무게추가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권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위주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기존 은행권의 예금토큰(Deposit Token)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특히, 예금토큰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화폐 체제’가 급부상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신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같은 민간화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왔기 때문이다.

신 총재의 철학은 ‘화폐의 단일성’
신 총재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격인 국제결제은행(BIS) 재직 시절부터 글로벌 금융권에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을 강조했다. 화폐의 단일성이란, 중앙은행이 발행한 공공화폐와 민간화폐가 액면가에 따라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금융안정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제도권 디지털화폐 구축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액면가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금융 시스템 전체에 치명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에 따라 신 총재 취임 이후의 한은은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보다는, 은행 예금을 토큰화해 안전성을 담보하는 실용적 디지털화를 추진하는데 정책의 무게를 이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CBDC+예금토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블록체인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흡수하려는 절충형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예금토큰으로 스테이블코인 대체하나
예금토큰은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해 보이지만, 구조적 근간은 완전히 다르다.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불투명한 담보 자산에 의존하는 반면,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과의 100% 매칭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더해 예금자보호법 적용, 자금세탁방지(AML)·신원확인(KYC) 의무화 등 제도권 감시체계를 그대로 따른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민간 스테이블코인 대신 CBDC·예금토큰 체제를 택하면, 결국 디지털화폐의 통화정책 일원화가 가능해진다”고 해석한다. 블록체인 위의 원화 거래까지 한은의 관리권한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다.

개인정보 이슈·보안과제 병행 과제
다만 예금토큰 확산에 대해서는 ‘감시사회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개인의 소비 내역이 ‘디지털 발자국’으로 남는다는 점이 논란이다. 

금융권은 이에 대해,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증명자가 비밀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 그 정보가 진짜임을 검증자에게 증명하는 암호학적 프로토콜), 동형암호(Homomorphic Encryption. 데이터를 암호화된 상태에서 연산할 수 있는 암호화 방법) 등 차세대 익명화 기술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일상·소액 결제에 대해선 ‘차등적 프라이버시 보호’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한은, 9개 은행과 CBDC 실험 본격화
이와관련, 한은은 올 상반기 중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은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기관용 CBDC’를 발행하면, 시중은행들이 이를 담보로 ‘예금토큰’을 발행해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실험이다. 1단계(2023~2025년)에서 7개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부산은행)이 참여해 제조·유통·환수 과정의 기술적 안정성을 검증한 데 이어, 이번에는 경남은행과 아이엠뱅크가 추가로 합류한다.

2단계는 예금토큰의 실사용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개인 간 송금, △정부 보조금 지급, △디지털 바우처 등 실생활 결제 시나리오를 통해 ‘프로그램 가능한 화폐’ 기능을 시험한다. 예컨대 전기차 보조금을 예금토큰 형태로 지급하면, 해당 자금이 유흥업소나 해외송금 등에 쓰이지 않도록 사용 가능처를 제한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대응에 부심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은 한국은행과 첫 번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배달앱 ‘땡겨요’ 결제·여행자보험 납부 등 생활형 금융 실험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바우처를 결합해 보조금 발행·정산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한다.
  
국민은행은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를 기반으로 ‘토큰 전환 자동화(예금 자동 토큰화)’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의 예금토큰 잔액 부족 시 즉시 계좌 자금이 전환되도록 설계 중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중개형 역할 강화에 주력한다. 기업 간 지급결제 및 인공지능(AI) 결합형 자동 정산 프로세스를 개발해, 비투비(B2B) 지급 인프라 적용을 노린다.

농협은행은 정부의 농업 보조금 실증사업에서 예금토큰 기반 정산 시스템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지역화폐형 모델로의 확장까지 검토 중이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와 연계해, 지역 상권 중심의 ‘로컬 디지털페이’ 실험을 추진한다.

아이엠뱅크,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상 맞춤형 결제 서비스와 AI 기반 거래모의 분석 시스템을 수행하며 기술적 지원 축을 담당한다.

이들 9개 은행은 공동 분산원장(Shared Ledger)을 구축, 은행 간 토큰 상호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어느 은행의 예금토큰이든 전국 가맹점에서 1원 단위로 자유롭게 결제될 수 있는 ‘통합 디지털 원화 생태계’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