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권의 인공지능(AI) 활용이 고객 접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활용 분야의 40% 이상이 고객서비스에 집중되면서, 금융산업 전반이 ‘AI 기반 고객경험 경쟁’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금융위원회 의뢰로 작성한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AI 활용 분야는 △고객서비스(41.1%) △자산운용(18.8%) △리스크관리(18.8%) △경제전망(11.5%) △포트폴리오 조정(7.3%) 순으로 21일 집계됐다. 조사대상은 국내에서 영업중인 △은행 △증권·선물 △생명·손해보험 △자산 운용·신탁사 △저축은행 △여신전문사 △신용협동조합 등 7개 업권의 1401개 금융회사다.
AI 우선활용, 챗봇·상담 자동화가 핵심
AI는 주로 고객 응대와 상담, 마케팅 등 ‘고객 접점’에서 가장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저축은행, 신협 등 대부분 업권에서 고객서비스 분야가 AI 활용 1순위를 차지했다.
이는 △챗봇 기반 상담, △약관 설명, △손해사정 지원 등 비교적 표준화된 업무에 AI 적용이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AI 도입 초기에는 고객 응대 자동화가 가장 빠르게 효과를 내는 분야”라며 “이미 상담·민원 대응의 상당 부분이 AI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리스크관리 등 투자 판단까지”
고객서비스를 넘어 △자산운용(18.8%), △리스크관리(18.8%)에서도 AI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포트폴리오 자동 조정, 투자 전략 수립 등에 AI가 활용되며 ‘로보 어드바이저’ 중심의 디지털 투자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리스크관리 분야에서도 대출 부실 가능성 분석, 리스크 한도 관리, 이상 거래 탐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활용되며 금융회사들의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경제전망(11.5%), △포트폴리오 조정(7.3%) 등 보다 고도화된 영역에서도 AI 활용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AI 생산성 최대 70%↑”… 업무 전반으로 확산
AI는 단순 고객 응대를 넘어 금융회사 내부 업무 효율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고서는 AI 도입으로 업무 생산성이 20~70%까지 향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회의록 작성, 보고서 요약,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활용되며 ‘디지털 업무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특히 글로벌 금융사들은 거대 정보기술(IT)기업과 협력해 자체 AI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금융권 역시, 범용 AI 모델보다는 금융 특화형 ‘어플리케이션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AI 인재 부족 심각”… 외부 교육에 의존
다만 AI 인력의 질적 수준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들은 AI 전문성 강화를 위해 △외부 교육(47.2%) △내부 교육(26.8%) △전문가 채용(13.5%) △외부 협력(11.6%) 등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AI 교육 필요성에 대해 △보험(85.2%), △은행(75.0%), △증권(74.1%) 등 대부분 업권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이 AI 도입 속도에 비해 인재 확보와 내부 역량 축적이 뒤처져 있다”며 “AI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핀테크 인력 1년 새 2배로… “디지털 인재 쟁탈전”
AI 확산은 금융권 인력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핀테크 인력은 2024년 2804명에서 2025년 5528명으로 1년 만에 약 두 배(97.1%) 증가했다. 특히 은행권이 349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여신전문(859명) △증권·선물(676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분야별로는 결제·송금과 인증·보안 인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간편결제 경쟁, 비대면 금융 확대, 디지털 자산관리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IT 기반 금융인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의 경우 자산관리 인력이 1년 새 수십 배 증가하는 등 데이터·알고리즘 중심으로 인력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금융 인력 구조 ‘대전환’… 은행 줄고 증권 늘어
금융권 전체 고용 구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체 금융회사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종사자 수는 감소하는 ‘슬림화’가 진행 중이다. 향후 2030년까지 금융 인력 수요는 연평균 1000명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지만, 업권별로는 차이가 뚜렷하다. 은행과 보험은 인력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증권·자산운용 분야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종사자의 전공도 변화하고 있다. 경영·경제 전공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컴퓨터·통신 전공 비중은 2017년 5.8%에서 2025년 8.4%로 상승했다.
“AI가 금융 판 바꾼다”… 데이터·알고리즘 중심으로
전문가들은 AI 확산이 금융산업의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서비스의 핵심이 ‘사람 중심’에서 ‘데이터·알고리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AI 편향성,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문제 등 새로운 리스크도 함께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보고서는 “AI 생태계가 빠르게 구축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권의 인력 수급과 전문성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며 “체계적인 인재 양성과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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