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에 맞춰,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잇따라 저축은행·캐피털·카드등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에 대한 ‘갈아타기 전용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제2금융권에서 연 10~20%대 대출을 써야했던 차주들에게, 시중은행으로의 ‘이동 사다리’가 넓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부담 증가로 중·저신용자의 연체 위험이 높아지자, 금융지주들이 그룹 내 은행·카드·캐피털·저축은행 계열사 간 연계 전략을 통해 포용금융 확대와 미래 고객 확보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2금융 고객을 1금융으로”… 금융권 새 화두
그동안 신용점수가 낮거나 소득이 부족한 차주는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저축은행이나 카드론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금리 차이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가 4~7% 수준인 반면, 일부 저축은행·캐피털 대출은 두 자릿수 금리가 적용돼 차주의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들은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의 고객 가운데 성실 상환자를 선별해 은행권 대출로 전환해주는 ‘스텝업(step-up) 금융’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서민금융 지원을 넘어, 그룹 차원의 고객 생애주기 관리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금융, 가장 먼저 출격
가장 적극적인 곳은 우리금융그룹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 원드림(WON Dream) 갈아타기 대출’을 출시했다. 우리카드·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금융캐피탈의 고금리 신용대출 이용 고객이 우리은행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 근로자, 프리랜서, 주부 등이 주요 대상이다. 최대 2000만원 한도에 최장 10년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최고금리는 연 7% 이내로 낮췄다.
통신요금 납부 실적, 소액결제 이력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를 적용한 점이 두드러진다. 기존 신용평가로는 은행권 진입이 어려웠던 고객층까지 포용 범위를 넓혔다.
KB금융, 소득·재직요건 없애
케이비(KB)금융그룹은 지난 3월 ‘KB국민도약대출’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 상품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신용대출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금융권에서는 KB가 연소득이나 재직기간 요건을 크게 완화해 보다 폭넓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미 은행·카드·저축은행을 모두 보유한 종합금융그룹인 만큼, 향후 그룹 통합형 대환 플랫폼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농협, 비금융 데이터 활용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는 연내 ‘1금융권 갈아타기 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NH농협캐피탈과 NH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이용한 고객 가운데 성실 상환자를 대상으로 농협은행 대출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독서 이력, 전통시장 이용 실적 등 다양한 생활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전국 농협 네트워크와 방대한 생활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지방 거주자와 금융이력 부족 고객까지 포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 중·저신용자 특화
하나금융그룹은 이달 중 ‘하나 원큐 중금리 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신용점수 하위 50% 이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5.5% 수준의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특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차주도 해당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하나금융은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이 강한 만큼, 비대면 심사와 신속 승인 체계를 앞세워 젊은 차주층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1억원까지 지원
신한금융그룹은 저축은행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저축은행 대환 전용 대출’을 준비 중이다. 일정한 재직 및 소득 요건을 충족한 고객에게 최대 1억원 한도, 최장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신한은행 대출 전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환 한도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신한저축은행과 신한카드 고객 기반을 활용해 중금리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포용금융이자, 고객 확보 전략”
전문가들은 이번 대환대출 경쟁이 단순한 정책 호응 차원을 넘어 금융지주들의 장기 고객 확보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저축은행이나 카드론을 이용하는 고객이 성실하게 상환할 경우 은행 고객으로 편입시키고, 향후 예금·보험·투자 상품까지 연결하는 종합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차주가 대거 유입될 경우, 연체율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들은 비금융 데이터와 AI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적극 활용해 건전성과 포용성의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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