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1년여 만에 대표 또 교체…실적 회복은 미지수

잇따른 실적악화...구본상 전 부회장 의중 실린 김지찬 대표, 반전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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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방산기업 LIG넥스원이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반전을 노린다. 하지만, 뚜렷한 반등 요인이 눈에 띄지 않는데다 공공기관 입찰 참가자격 제한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당분간 의미 있는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LIG넥스원은 최근 김지찬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김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상정했다.

이에 따라 2016년 12월 취임한 권희원 현 대표는 1년여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번 대표이사 교체는 실적 부진과 연관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LIG넥스원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이 5.3% 줄어 1조7613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무려 95.1%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앞서 권 대표의 선임 결정 역시 기업 실적이 꺾인 시점과 맞물렸다. 

LIG넥스원은 2015년까지 꾸준히 실적 상승을 보이다 2016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2007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이효구 전 대표가 2016년 말 물러났고, 곧바로 권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LG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부장, HE사업본부 사장 등을 거친 권 대표에게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 LIG넥스원의 실적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장거리 레이더 사업 중단과 개발사업 증가에 따른 충당금 설정액 증가가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해외수주 부진,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양산 지연도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부진을 만회할 카드로 또 다시 대표이사 교체를 결정했다는 것이 주변의 시각이다.

김지찬 대표이사 내정자는 1987년 금성정밀공업(현 LIG넥스원)에 입사해 사업관리, 개발, 전략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해 사업과 연구개발을 총괄했다. 

회사 측은 오랜 기간 첨단 국산무기 개발·양산 현장에서 일한 김지찬 부사장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표이사 교체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LIG넥스원은 올해 지대공 미사일 성능개량 양산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동을 비롯한 전략지역 수출 추진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내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 단기간에 수출 확대를 통한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가경쟁이 심한 개발사업 의존도가 커 개발지연에 따른 리스크도 안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 공공기관 입찰참가자격 3개월 제한이 결정된 것도 올해 실적 향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거래처에 대한 매출액은 3688억 원으로 연 매출액의 19.8%에 해당한다. 회사 측은 제재처분 집행정지 신청, 취소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표이사 교체에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의 최대주주는 LIG그룹의 지주회사인 LIG다. LIG는 LIG넥스원의 지분 46.36%를 보유하고 있다. 구본상 전 부회장은 LIG의 지분 56.2%를 갖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2010년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계획을 알면서도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4년간 복역했다. 구 전 부회장은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2021년 10월까지 LIG그룹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지주회사의 최대주주로서 LIG넥스원 경영진 인사와 관련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다.

lavita@datanews.co.kr